[영화와 복음] 《미나리》 - 예기치 못한 희망, 미나리
[영화와 복음] 《미나리》 - 예기치 못한 희망, 미나리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1.03.11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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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의 기세가 무섭다. 작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영화제 양대 산맥인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를 휩쓸더니, 올해는 그 바통을 《미나리》가 이어가는 분위기다. 한국 배우가 연기하고 한국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만, 서구의 감성에도 어필된다는 의미겠다. 그것은 보편성의 힘 때문이다. ‘가족’과 ‘인간성’이라는 보편성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공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이상’과 ‘현실’이라는 가치의 충돌은 갈등 구도를 만들어낸다.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이민자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성공보다는 희망을 암시한 실패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감동이 있다. 삶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희망을 안고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찾는다. 하지만 낯선 그곳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영화의 첫 장면이 그것을 묘사한다. 모니카(한예리)는 남편 제이콥(스티브 연)을 따라 가족과 함께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아칸소의 한 시골 마을로 내려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황량한 벌판과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동식 주택뿐이다.

이상과 현실은 언제나 괴리를 낳는다. 자녀에게 성공한 아버지를 보여주고 싶은 제이콥은 미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이다. 반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모니카는 현실주의자이다. 이들 가족이 도착하여 생활하는 곳은 농장을 하기엔 너무 좁은 땅이지만(이상), 정원으로 꾸미기엔 너무 넓은 땅이기도 하다(현실). 관점의 차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다.

괴리는 갈등을 발생시키고 갈등은 상처를 남긴다.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삶의 팍팍함과 이국땅의 외로움은 사람이 아니면 달랠 수 없다. 할머니 순자(윤여정)의 등장은 어쩌면 필연이다. 순자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상징한다. 하지만 과거로의 회귀가 해답은 아니다.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해답은 항상 현재의 삶 속에서 찾아야 한다.

영화의 엔딩 씬은 주제를 암시한다. 화재로 모든 것을 잃은 제이콥은 순자가 가꿔놓은 미나리밭을 찾아간다. 거기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잘 자란 미나리로 가득했다. 미나리는 생명력이 강하다. 다른 채소처럼 열심히 가꾸지 않고 적당히 씨만 뿌려줘도 어느새 자라난다. 생명의 원천인 시냇가에 심겼기 때문이다. 새로운 희망은 현실의 문제를 일으킨 그 뒷자리에 감춰있다.

신앙생활도 그렇지 않을까? 시편 1편의 풍성한 열매를 맺는 ‘시냇가에 심긴 나무’가 생각난다. 공통점이 있다. 잘 가꾸어서 잘 자란 것이 아니라, ‘시냇가’에 심겼기 때문에 잘 자란다. 말씀의 시냇가, 은혜의 시냇가에 심기면 누가 돌보지 않아도 강한 생명력으로 자란다. 희망은 그렇게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견된다. 건널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괴리에 다리를 놓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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