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 맞으면서 재창립 수준의 회복 준비 다짐해
돈과 폭력 아닌 인내와 진리로 해결, 교회분쟁의 새로운 모델 제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교회가 박노철 목사 측이 2018년 3월 9일 불법으로 예배당을 점거한 이후 950여 일 만에 분쟁을 마무리하고 종교개혁기념 주일이었던 지난 25일에 회복과 선교를 다짐하는 재입당 예배를 드렸다.
서울교회는 안식년제를 중심으로 촉발된 법적 공방으로 박노철 목사 측이 예배당을 폭력으로 점거하는 사태까지 발생해 사회 언론에서도 주요 교회 분쟁사례로 소개됐다. 여러 법적 공방 끝에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박노철 목사 측이 예배당을 불법 점거했다고 판단하고, 원로목사 측에게 38억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강제집행도 가능했던 이 결정적인 선고로 인해 박노철 목사 측은 지난 21일 서울교회 예배당을 원로목사 측에게 인계했다. 이후 서울강남노회(노회장 오경환 목사)도 곧바로 권용평 목사(서울베다니교회 원로)를 서울교회의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했다.
예배당을 인계받은 서울교회 성도들과 이종윤 원로목사는 대청소를 실시하고 25일 주일, 재입당에 감사하는 종교개혁기념예배를 드렸다. 본 예배 전 교회 입구에서 드린 감사예배에서 이종윤 원로목사는 시편 124편을 본문으로 '성전으로 올라가며 드리는 감사와 권면'의 설교를 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셨기에 우리가 삼켜지지 않고 구원받았다”며 “구원하신 여호와 앞에서 우리는 감사할 수 밖에 없고 이 감사가 예배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힘든 어려움들도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하나님의 사랑이었고 은혜였다”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내 공로로 교회가 회복됐다는 말 추호도 하지 않게 하시고, 오직 하나님께서 은혜와 도우심으로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감사찬송을 하게 하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교회 입구에서 예배를 마친 성도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당에 입당했다.
이후 예배당에서 드린 본 예배에선 노문환 장로는 "종교개혁기념주일을 맞아 모든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고 교회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복음전도와 이웃 사랑에 힘쓸 것이다"며 눈물로 기도했다. 또한 서창원 목사(고창성복교회)는 시편 136편 1-6절 말씀을 본문으로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서 목사는 “바빌론 포로시절 이스라엘 포로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70년 뒤 예언대로 꿈같은 구원의 역사가 벌어졌다”며 “이 일은 이들의 수고와 땀, 눈물, 헌신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하나님은 악을 선으로 바꾸어 선을 이루시는 분이시기에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면 반드시 기쁨의 수확을 얻는다”며 “오늘은 기쁜 날이지만 감격과 기쁨으로 끝날 것이 아니다. 잠시 세상의 웃음거리와 조롱거리가 됐지만 앞으로 서울교회가 기쁨의 단을 쌓는 일에 쓰임 받을 수 있기를 축원한다”고 격려했다.
예배 후엔 임상헌 장로가 현황 보고를 통해 서울교회 분쟁 과정을 요약했다. 임 장로는 “서울교회는 앞으로 회개와 거듭남으로 조속한 교회 회복을 위해 재창립 수준의 준비를 할 예정”이라며 교인들에게 “이제 분노보다는 치유와 겸손의 말을 나누되 저들이 진정한 회개의 모습이 보일 때 용서와 화해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더불어 이번 상황에 대해 “이 분쟁해결은 타 교회 분쟁처럼 돈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며 “서울교회는 용역까지 동원한 폭력에 맞서 같은 용역이나 돈이 아닌 오직 인내와 진리로 문제를 해결해 한국교회 분쟁 해결에 새로운 모델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예배를 마치고 이종윤 목사는 “교회 분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기존 교회 교인들이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전도도 멈춰 버렸다”며 “앞으로 우리 교회의 근본이 되는 개혁교회의 정신을 바탕으로 임직자들과 담임목사를 세우고 선교하는 교회를 다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