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직신학자 케빈 밴후저(Kevin J. Vanhoozer)의 ‘들음과 행함’의 서평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내 책상 위에는 케빈 밴후저가 쓴 ‘공공신학자로서의 목회자에 관한 55개의 논제’라는 글이 놓여있다.
이 글은 필자가 작년에 케빈 밴후저의 ‘목회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책의 결론 부분을 따로 복사해서 시간 나는 대로 다시 읽어보는 글이었다. 필자는 케빈 밴후저의 신작인 ‘들음과 행함’을 읽으며, 이 책이 ‘목회자란 무엇인가’와 신학적으로 일란성 쌍둥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들음과 행함’과 ‘목회자란 무엇인가’가 동일한 신학DNA를 가지고 있지만, ‘들음과 행함’은 교회에 특화되어 있고, ‘목회자란 무엇인가’는 목회자에 특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케빈 밴후저는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교회와 목회자가 모두 제자도(Discipleship)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들음과 행함’의 영어 원제는 ‘Hearers and Doers’이다. 이를 직역하자면, 듣는 자들과 행하는 자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그저 귀로 듣는 자들이 아닌 몸으로 행하는 자들임을 강조하는 제목으로 추정된다.
‘들음과 행함’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부는 ‘준비운동: 왜 제자도가 중요한가’, 제2부는 ‘운동: 제자도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란 제목이 각각 달려있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자는 그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수께서는 자신을 따르라고 제자들을 부르신다. ‘소명’은 라틴어 vocare(부르다 혹은 소환하다)에서 유래했다. 목회자는 성경과 교리라는 꾸준한 식단을 제공함으로써 제자들을 길러 낸다. 그리고 제자를 삼으라는 대위임은 대계명과 연관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마 22:37). 이것이 제자의 궁극적인 소명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한 사람을 그리스도처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274쪽)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만 적극적으로 순종하는 ‘그리스도의 노예’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스도의 노예’라는 표현에 조금 기분이 상할 수 있지만, 신약 성경에서 ‘종’으로 번역된 헬라어 <둘로스>(doulos)가 기본적으로 노예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그리스도의 노예’라는 표현이야말로 지극히 성경적임을 알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제자다. 성경을 신학적으로, 곧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하나님에 의한 하나님의 가르침으로써 읽는 것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그림들, 곧 소비주의, 인본주의, 트랜스휴머니즘, 허무주의, 실존주의, 도덕주의, 과학주의 등 마음과 정신의 모든 우상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최선의 소망이다. 성경을 신학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독자를 도덕적이며 영적이고 지혜롭게 하는 형성에 이르게 하는 방식으로 교회 안에서 함께 성경을 읽는 것을 의미한다." (130쪽)
우리는 진리에 복종함으로써 거짓에 저항할 수 있고, 예수의 노예가 됨으로써 우상에서 해방될 수 있다. 제자도란 익숙한 단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들음과 행함’을 제자훈련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특별히 권하고 싶다.
케빈 밴후저의 ‘들음과 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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