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순례] 신학의 식탁에 둘러 앉아 종교간 대화를 나눠보자
[독서순례] 신학의 식탁에 둘러 앉아 종교간 대화를 나눠보자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6.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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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준, 박태식, 박현도의 ‘신학의 식탁’
책 '신학의 식탁'
책 '신학의 식탁'

유다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는 서로의 신앙전통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 세 종교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을 갖춘 종교인은 드물다. 아무래도 각자가 서있는 신앙 전통을 기준으로 삼아 이웃종교를 판단하다 보니, 때때로 오해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19년에 출간된 ‘신학의 식탁’은 한 권의 책으로 유다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각각 유다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를 전공한 종교학자들이며, 자신이 전공한 종교뿐 아니라 이웃종교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신학의 식탁’의 저자인 주원준 박사, 박태식 박사, 박현도 박사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이들의 약력을 보니 그 고리는 아마도 서강대 종교학과인 것 같다. 주원준 박사는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로서 구약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현재 서강대 신학대학원과 종교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박태식 박사는 대한성공회 사제로서,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공부한 이후, 독일에서 신학박사를 받고 현재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현도 박사는 서강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이란 테헤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에 손꼽히는 이슬람교 전문가이다. 이처럼 서강대 종교학과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이 세 명의 종교학자들이 나누는 대화는 때때로 예리한 비판도 있지만 비교적 따뜻한 존중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파트는 주원준 박사가 ‘하느님 백성의 역사에 쇄국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소개하고, 두 번째 파트는 박태식 박사가 ‘그리스도교와 유다교’라는 제목으로 역사적 예수에 대해 소개하고, 세 번째 파트는 박현도 박사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라는 제목으로 꾸란과 무함마드에 대해 소개한다.

한국의 그리스도인 입장에서는 이 책에서 박현도 박사가 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을 읽을 때, 교회에서 듣지 못한 이야기 많기 때문에 가장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에서 박현도 박사는 무슬림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무슬림이 무엇을 믿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배척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겁 많고 위험하고 자신감 없는 사람일 뿐이다.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의 신앙표현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알아보지도 않고 손사래를 치는 것은 믿음이 없는 겁쟁이나 하는 비겁한 일이다. 보다 성숙하고 독실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하여 한번쯤은 진지하게 이웃종교인 이슬람을 들여다보면서 무엇이 같고 다른지 살펴보다. 나의 믿음은 나의 진지함만큼 더 커가고,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은 더 넓어질 것이다.” (388쪽)

이 책을 읽다보면 그리스도교, 유다교, 이슬람교가 모두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인정하면서도 세부적인 믿음의 모습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믿음의 모습은 각각의 신앙에서 수천 년 가량의 전통을 반영하고 있기에 쉽게 무시하거나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 한권으로 그리스도인이 유다교와 이슬람교의 총체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이웃종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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