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순례] 단테와 함께 신곡을 거닐다
[독서순례] 단테와 함께 신곡을 거닐다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9.05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진의 ‘단테가 읽어주는 신곡’
박상진, ‘단테가 읽어주는 신곡’
박상진, ‘단테가 읽어주는 신곡’

도서출판 한길사의 ‘마이 리틀 라이브러리’ 시리즈에는 서양 고전과 위인들의 생애를 그 분야의 전공자들이 한국적으로 재해석해서 집필한 책들이 주로 출간되고 있다.

김선욱 교수의 ‘한나 아렌트의 생각’, 나성인 작가의 ‘베토벤 아홉 개의 교향곡’과 같은 책들은 철학자 한나 아렌트와 음악가 베토벤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상황에 맞게 한국적으로 재수용하고자 하는 시도 가운데서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마이 리틀 라이브러리’의 아홉 번째 책으로 출간된 박상진 교수의 ‘단테가 읽어주는 신곡’ 역시 중세의 위대한 시인 단테의 삶을 현대적으로 그리고 한국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시도 끝에 나온 책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단테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박상진 교수가 쓴 ‘단테가 읽어주는 신곡’은 기독교 신앙이 없더라도, 혹은 신곡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단테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단테가 읽어주는 신곡’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단테의 시대’, 2부는 ‘기원의 목소리’, 3부는 ‘신곡 듣기’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이 책의 독특성은 저자가 단순히 신곡이 어떤 내용인지를 소개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신곡의 저자인 단테가 어떠한 정체성(identity)을 가졌는지 자세하게 소개하기 때문이다.

중세의 피렌체 출신의 단테는 그저 신곡이라는 대서사시를 쓴 시인이라기보다는, 당대의 필사가이며 동시에 번역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단테는 하늘의 신령한 계시를 본 일종의 예언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세계문학에서 신곡이라는 고전이 그 어떤 책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이유는 신곡을 쓴 단테 자체가 참으로 특별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테를 아는 것이 신곡을 이해하는 것이고, 신곡을 이해하는 것이 단테를 아는 것이다.

“같은 측면에서 단테는 자신에 대한 접근이 통합적일 것을 요구한다. 단테는 문학, 철학, 정치학, 신학, 언어학 그리고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고대와 중세를 섭렵했으며 논리와 감성을 교차하는 형식으로 인간 지식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의 지적 세계는 그동안 다양한 창조적 매체로 재구성 되었다. 이 모든 것의 총합이 단테의 세계다. 따라서 단테는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한정해 연구하기 힘들다. 단테는 근대 분과학문체제를 넘어선 곳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57쪽)

이 책은 단테라는 인물과 신곡이 가진 신학적 함의를 최대한 배제하고, 철저하게 인문학적으로 단테와 신곡을 접근한다. 그러나 필자는 근본적으로 ‘단테의 신곡을 신앙 없이 읽는 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성경적 세계관과 기독교적 배경을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곡을 이해한다는 것은 야구의 룰을 전혀 모르면서, 야구 경기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야구의 룰을 몰라도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룰을 모르고 보는 야구 경기는 그 어떤 긴장도, 그 어떤 감동도 느낄 수 없다.

‘단테가 읽어주는 신곡’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인문학 서적이지만, 단테의 인생과 신곡의 세계관에서 성경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