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들보]사랑은 공감의 능력이다
[티와들보]사랑은 공감의 능력이다
  • 정종훈 교수
  • 승인 2020.07.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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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는 기뻐하는 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공감의 능력자셨다. 그가 첫 번째 기적을 베푼 곳은 가나의 결혼 잔치였다. 청춘남녀의 결혼은 인생 최고로 기뻐하는 자리이다. 결혼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짐은 난처한 순간이자, 기쁨의 흥이 깨질 수 있는 순간이다. 예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들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물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결혼 당사자들의 기쁨에 동참하신 예수로 인해서 결혼 잔치의 기쁨이 더욱 고조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 예수께서는 각종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을 터치하며 고쳐주셨다. 그리고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
예수께서는 환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헤아리셨고, 몸의 접촉을 통해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전적으로 받아들이셨으며, 그 간절함에 동참하고자 심신과 영혼의 전인치유를 이끄셨다. 이는 누군가 기뻐할 때 시기하고, 누군가 울 때 은근히 즐기는 우리 주변의 인간 군상들과는 매우 대비된다. 당시 예수께서는 그 세대 사람들에게 “(너희는)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애곡을 하여도 울지 않는 (악한 세대)다.”(눅 7: 32)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거창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 기뻐하는 자와 그저 기뻐하고, 우는 자와 그저 울면 된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공감이 사랑이다. 기적은 공감의 결과일 뿐이다.
시민운동의 대부로서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서울 시정을 통해 실현하고자 애를 썼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명을 달리했다.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다. 우리 인간은 완전하지 못한 존재이고,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흠결이 있건만, 그는 자신의 부끄러운 실수를 조금도 용납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시민운동에서 이루어낸 그의 공적과 정치 영역에서 보여준 그의 순수함과 청렴함은 그에게 설사 실수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결코 훼손될 수 없다. 수십억 원의 부를 축척할 수 있던 변호사로서 서울시장까지 3선을 한 정치인이었지만, 32억 원을 기부하고 오히려 7억 원의 빚을 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위대함과 진가는 여실히 드러난다.
비상식적인 언론인들과 돈 되는 일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유튜버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 이후 설레발치는 ‘가당치 않은 인간들’의 의미 없는 말들을 주저하지 않고 보도하고 있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정의로운 완전을 추구하던 한 인간의 안타까운 죽음조차 그들에게는 돈벌이의 기회로 보이는 것일까.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 끝나던 날이 생각난다. 대개 공부를 잘하던 친구들은 한두 문제만 틀려도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던 반면에, 공부를 시원치 않게 하던 친구들은 언제나 시험을 잘 치렀다며 당당했다. 그러나 시험 결과가 나오면, 그들의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져 있었다.
자신은 도덕적이지도 않고, 윤리적이지도 않으며, 누구보다 부정부패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닌 척하는 위선자들이 우리 주변에는 적지 않다. 예수께 와서 간음한 여인을 죽이려고 고소했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새인들은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 7)는 예수의 말씀을 듣고선 들고 있던 돌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들에게는 그나마 양심이 있었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죄가 없다.” 소리치며 돌을 던지는 모양새에 있는 이 시대의 위선자들과 비판자들은 사악함으로 하늘을 찌르는 듯싶다. 나는 그들에게서 ‘양심에 화인을 맞은 자’(딤전 4: 2)의 전형을 본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지금은 울어야 할 때이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죽음으로 감수하려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안타까운 결정에 대해서 울어야 한다. 남편과 아빠를 갑자기 잃고 슬퍼하는 그의 가족을 생각하며 울어야 한다. 우리가 언제 그와 같은 정치인을 또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서글픈 정치 현실을 바라보며 울어야 한다. 당분간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우는 것이 맞다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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