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애국자, 참 좋은 애국자
참 나쁜 애국자, 참 좋은 애국자
  • 정종훈 교수
  • 승인 2019.12.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대를 향한 사랑이 없는 ‘비판을 위한 비판’을
중지하고, 자신의 정책에 대해 비판이 없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멈출 수 있다면,
식상한 삶과 정치에 대한 우리의 절망이
기대가 넘쳐나는 희망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 슬로온 코핀(William Sloane Coffin)의 저서 ‘Credo’에 의하면, 세 가지 유형의 애국자가 있다. 첫째는 비판하지 않고 사랑만 하는 애국자이다. 둘째는 사랑하지 않고 비판만 하는 애국자이다. 셋째는 끊임없이 사랑싸움을 하는 애국자이다. 코핀은 첫째 유형과 둘째 유형의 애국자에 대해서는 ‘나쁜’이라는 수식어를 놓았고, 셋째 유형의 애국자에 대해서는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놓았다. 좋은 애국자는 사랑의 변수와 비판의 변수 둘 다를 실행하는 반면에 나쁜 애국자는 두 변수 가운데 하나의 변수에만 집착한 경우라 말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시민들은 조국 전법무부 장관과 검찰개혁 관련해서 두 부류로 확연히 갈라져 있고, 교계조차도 두 부류로 갈라졌음을 볼 수 있다. 두 부류는 각각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차원에 있다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애국적인 양 주장하지만, 과연 그들이 좋은 애국자인지, 나쁜 애국자인지는 면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문제는 자타를 객관화하지 않고, 자기 부류는 언제나 좋은 애국자로서, 상대 부류는 언제나 나쁜 애국자로서 왜곡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의도의 국회를 차지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보면,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의 입장이 너무나 쉽게 달라진다. 여당이 되면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옹호하고, 야당의 정책적 제안에 대해서는 우습게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야당이 되었을 때는 이전에 자신들이 제안했던 정책조차 정부가 추진하려 하면 비판하고, 이전 여당 시절에 거절했던 야당의 주장을 스스로 제안하는 경향도 있다. 주요 공직자들을 임명하기 위해서 개최되는 청문회를 보면, 여당은 언제나 방어하는 양상이고, 야당은 언제나 공격하는 양상이다. 청문회에 등장하는 인물만 달라질 뿐 여당과 야당의 역할은 여야가 바뀌어도 다른 것이 별로 없다. 이처럼 정치인들에게는 시민을 위한다는 명실상부한 대의명분보다 정권창출이라는 당리당략과 이해관계만 있어 보인다. 사실이 그런데도, 자신들이야말로 시민을 위한 정당이라며 과대포장을 하는 것은 정말로 꼴불견이다.

이제 우리나라 시민들과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리고 국회의 정치인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진정성 가운데서 잘못된 사안이라도 사랑으로 비판하고, 아무리 좋은 사안이라도 사랑의 열린 마음으로 비판을 허용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과 정치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를 향한 사랑이 없는 ‘비판을 위한 비판’을 중지하고, 자신의 정책에 대해 비판이 없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멈출 수 있다면, 식상한 삶과 정치에 대한 우리의 절망이 기대가 넘쳐나는 희망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원수사랑의 덕목이다. 원수사랑은 원수에게서 자기를 보는 것이고, 자기에게서 원수를 보는 것이다. 원수와 자기를 역지사지 하면서 자기를 사랑하듯이 원수까지 사랑하는 원수사랑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특히 그리스도인들에 의해서 꽃피어날 날을 소망해본다.

 

정 종 훈 교수

연세대학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