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앞에서의 단상
4.15 총선 앞에서의 단상
  • 정종훈 교수
  • 승인 2020.04.06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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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어김없이 총선이 이루어진다. 총선은 국민의 대의자로서의 입법기관을 뽑는 공적 절차이다. 선량(善良)한 정치인을 뽑는 축제가 되어야 하는데, 별로 기대하기 어려운 파렴치한 정치꾼들로 북적대니 실망스럽다. 그렇다고 총선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못하도록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더 큰 악을 막기 위해 더 작은 악이라도 선택하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총선이 다가오면 철새처럼 교회를 찾아와 표를 구걸하는 정치꾼들이 있다. 껍데기 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 가운데는 지역구 안에 있는 몇 개의 교회에 동시에 교적을 두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종교 다원적 혼합주의자가 되어서 교회나 성당에서, 또는 절에서 상황에 따라 신도인 양 처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소위 성직자들 가운데는 그런 인간들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하면서 신도들의 표심을 자원하여 모아 주는 선거법 위반자도 있다.

요즈음 정권과 정치 상황에 대해서 설교강단에서나 목회서신의 형태로 자신의 편협한 정치 입장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교회지도자들이 있다.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것이 자신의 품격이나 교회를 위해서 좋을 텐데, 그렇게라도 떠들어서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꾀나 애를 쓰는 모양새다. 그러나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정작 내야 했던 시절에는 침묵했던 그들이 과거의 과오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정권과 정치를 운운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들은 법도 모르고 최소한의 상식도 없다.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해서 노골적인 지지를 유도하거나 습관적인 비난을 감행한다. 후보자의 정책이나 능력, 자질이나 인품은 심사숙고하지 않고, 교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단순한 지지를 표명한다. 가뜩이나 혈연, 학연, 지연의 연고주의로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이 땅에 종교 연고주의까지 추가하는 셈이다. 그들의 그런 모습은 종교가 없는 50% 이상의 국민에게는 기독교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킬 뿐이다.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사랑과 정의, 평화가 넘실대는 나라를 우리 삶의 자리에 이루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고, 국민을 섬기는 것을 본업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를 자신의 이해관계를 얻는 기회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정치개혁과 국가발전을 위한 기회로 제공해야 한다. 권력과 명예, 부를 위해 무작정 정치에 뛰어들지 말고,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역량과 소양을 제대로 준비한 후에 나서야 한다.

최근 발생한 ‘코로나19’라는 전지 구적인 재난과 함께 드러난 기독교 사이비 이단들의 심각한 병폐와 국민 생명의 안전을 외면한 일부 교회의 독선은 한국교회를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 한국교회가 환골탈태(換骨奪胎) 하지 않는다면, 한국사회에서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번 총선에서라도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정치꾼들의 호구(虎口)가 되지 말고, 하나님의 파수꾼으로서 희망찬 역사를 여는 자기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 종 훈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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