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 무용, 어둠에서 빛으로
예배와 무용, 어둠에서 빛으로
  • 이정배 교수
  • 승인 2019.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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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서를 통해 음성언어보다 몸짓언어가 훨씬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성서를 통해 음성언어보다 몸짓언어가 훨씬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용공연이 연극이나 콘서트 등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명이 꺼진 완벽한 어둠속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연극이나 콘서트의 경우, 공연이 시작하기 전 작은 조명을 비춰주기 때문에 무대 세트와 소품들이 모두 드러나 보인다. 드디어 출연자가 등장하면 조명이 더욱 밝아지면서 무대 전체가 밝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무용은 모든 조명이 꺼지고 아무 음향도 없는 암흑의 상태에서 시작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기 전에는 아무 것도 없는 절대적인 무(無)의 상태에서 고요와 어둠만이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온 단 한 사람의 관객도 소리를 내거나 빛을 비추지 않는다. 잠시의 고요와 어둠은 창세전의 시간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하나님의 첫 명령은 빛이 있으라는 것이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조명이 들어오고 무대 위 무용수와 소품들은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런 의미에서 무용공연의 시작은 하나님의 천지창조 대서사시와 유사하다.

무용은 음성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이나 감정표현을 말을 사용하여 전달하지 않는다. 무용은 음성언어처럼 수사적이나 논리적으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만들어 전달하지 않는다.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내적 감정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음성언어나 문자언어가 등장하기 전, 인류는 몸 움직임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었다. 이러한 원초적 소통방식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것이 무용이다.

하나님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에덴동산 중앙에 두고 먹지 못하게 하셨다. 에덴동산을 경작하고 지키라고 하셨다. 배필을 만들어 주시고 같이 지내게 하셨다. 하나님의 말씀에는 논리나 설명이 없다. 하담과 하와는 하나님의 명령을 그대로 몸으로 행동으로 따르면 되었다. 그들 앞에 뱀이 등장했다. 뱀은 매우 간교하였다. 부드럽고 긴 뱀의 혀는 능숙한 음성언어를 상징한다. 뱀은 논리로 하와를 설득한다. 하와는 아담은 말없이 하와가 건넨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벗었다는 것을 알고 나무 사이에 숨는다.

이어지는 하나님의 물음에 아담은 잘못의 근거를 모두 하와에게 전가했고, 하와는 뱀에게 핑계를 댄다. 하나님은 그들을 동산에서 쫓아내셨고 그들 앞에 닥쳐올 힘겨운 일들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고통으로 해산할 것과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땀을 흘려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상세하게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아무런 앞뒤 설명 없이 가죽옷을 손수 지어서 아담과 하와에게 입혀주셨다.

예수님은 몸 움직임으로 복음을 선포하셨다. 비유를 말씀하실 때면, 손이나 시선으로 사물을 가리키시면서 설명해주셨다. 많은 이적들은 몸 움직임에 의해 구체적으로 일어났다. 시각 장애인에게 진흙을 발라주시거나, 떡을 들어 떼어 나누어 오천 명을 먹게 하시거나, 신체 장애인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이적을 베푸셨다. 거기에는 논리적인 설명이나 이론적인 설득이 없다. 당신의 사명에 대해서도 직접 와서 보라고 하셨고, 십자가를 몸소 지는 방식으로 구원의 사건을 이루셨다.

우리는 성서를 통해 음성언어보다 몸짓언어가 훨씬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성언어는 죄와 많은 문제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몸짓언어는 진실을 담아냈다. 그래서 성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말에 있지 않다(고전 4:20)고 하였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마 15:11)고도 하였다. 음성언어는 고백하거나 시인하는데 유효하지만 완성에는 이르지 못한다. 그래서 주님은 입으로 주여 주여 하면서도 말씀을 행하지 않는 것(마 7:21,눅 6:46)에 대해 책망하셨다.

예배를 통해 무용공연을 본다. 또한 무용공연을 통해 진리의 기쁨을 맛본다. 예배맡은 이들의 시선과 움직임에서 잘 훈련된 무용적인 아름다움을 느낀다. 성도들이 함께 앉고 일어서고, 찬송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 군무의 아름다움을 맛본다. 무용공연을 통해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감상하고, 무용수들의 거친 호흡소리와 몸짓언어를 통해 진리를 향해 행동할 것을 결단한다.

먹고 마시는 일상의 움직임을 거룩하게 승화시키겠다는 결심을 한다. 일상에 내 몸이 휘둘려 허겁지겁 사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움직이는 일상의 행동이 하나님의 뜻을 펼치는 거룩한 움직임이 되게 하겠다고 다짐한다. 방향 없고 목적 없는 운명에 이끌려 사는 자연인이 아니라, 작은 행동 하나에도 나의 의지가 담겨있고 진리를 향한 목적의식이 있음을 잊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리하여 주변이 차츰 진리의 빛으로 밝아지는 일상으로 변모하게 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이정배 교수
이정배 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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