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목회] ➀ 몸 알아차림
[춤과 목회] ➀ 몸 알아차림
  • 이정배 교수
  • 승인 2019.10.18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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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최초 움직임은 출산 직후부터이다. 이때 태아는 울음소리보다 동작을 먼저 한다. 이는 뱃속에서 자연 습득한 배냇 동작으로 세상에 태어나서 보이는 최초의 움직임이다. 지극히 방어적이고 주변 탐색적인 이 동작을 통하여 태아는 자기 생명보호를 위한 최초의 몸짓을 시작한다. 이처럼 움직임은 본능적 심리 상태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무용의 영어표현인 ‘댄스(Dance)’은 산스크리트어 ‘탄하(Tanha)’를 어원으로 하고 있다. 탄하는 생명의 욕구를 의미한다. 중세영어인 ‘돈스(Dawnce)’나 고대 독일어인 ‘단손(Danson)’의 단어들도 일상생활의 경험이나 환희 속에서 발견되는 율동, 활동의 욕구, 생명 욕구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언어적으로 무용이 생명 태동을 포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용은 인류의 개인 또는 집단의 내적 불안정 상태를 긍정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 중의 하나로 탄생했다. 그 기원을 최초 인류의 미지 세계에 대한 본능적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찾을 수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는 적당한 자극제가 되어 신앙과 무용 등 그 밖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평온을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을 추구하게 해준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고 나서 자신들의 몸이 벗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얼굴을 피하여 나무 사이에 숨었다.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아담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다고 고백한다. 몸의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본능적인 몸의 알아차림으로부터 인류의 무용은 시작되었다.

인간은 춤을 통해 기쁨, 슬픔, 욕망, 소원, 희망 등의 감정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공감하고 다른 사람을 모방하고, 이를 계승하여 인간의 기반을 확보하고 확장한다. 무용은 신체 움직임을 통한 예술이다. 단순한 신체 운동과 달리 무용 움직임은 인간의 내면 사상을 외연으로 표출하는 기호체계를 가진다. 무용은 인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자 삶 그 자체이다.

예수께서 회당에 들어가실 때 손 마른 사람을 주목한다. 예수께서 그 사람에게 한가운데 일어서라고 하신다. 그리고 마른 손을 내밀라고 하셨는데, 손 마른 이가 손을 내밀자 곧 회복되었다. 자신의 몸을 부끄러이 생각하는 이를 한가운데 세워 몸을 알아차리게 하신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몸을 주목하게 하셨다. 몸의 부끄러움을 인식했을 때 이적의 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미셸 푸코는 몸을 사회적 구성물로 보았다. 그는 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식과 권력 그리고 주체의 작용을 주도면밀하게 접근하였다. 몸은 나와 타인을 관계 맺게 하는 만남의 장소이고 다양한 세상을 만나는 접촉지대이다. 몸은 과거의 기억이 각인된 저장고이면서 동시에 현실 생명 장치가 작동하는 사회적 장소이다. 춤은 사회적 장소를 알아차리게 돕는다.

춤은 사회적인 몸을 인식하게 한다.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조심스럽게 사랑함으로 숭고하게 만드는 이기적인 몸 인식을 넘어, 몸을 바닥에 부딪히고 비벼대는 낮아짐을 통한 소외된 이들과의 연대를 이루는 이타적인 몸짓으로 나가야 한다. 예수의 몸도 사회적인 몸이었다. 그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십자가 사건을 통해 몸짓(춤)으로 보여주었다.

주님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 못 박혀 고통받고 죽임을 당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몸의 한계를 인식한다. 아픔과 고통으로 몸부림치면서 죽음의 극복을 몸소 보여주었다. 비극과 고통을 춤추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몸의 낮아짐을 통해 더러움을 입고 나서야 깨끗이 씻음을 통해 성스러움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의 알아차림과 몸의 낮아짐 그리고 사회적인 몸 인식의 과정을 지나치지 않는 몸짓은 춤이 아니라 사물을 그대로 모방하는 흉내이거나 의미 없이 취한 동작인 제스처에 불과하다. 아담으로 시작된 몸의 인식, 예수를 통한 몸의 낮아짐 그리고 그리스도 공동체를 통한 사회적 몸의 인식 과정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성서는 춤추고 있다.

 

이정배 교수
이정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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