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배, 이미지를 통한 설교
영화예배, 이미지를 통한 설교
  • 이정배 교수
  • 승인 2018.04.1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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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주일 오후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는 최고의 인내가 요구된다. 풍성하게 점심을 하고 난 후의 시간인지라 오후의 예배는 자기 본능과의 싸움터다. 오후는 아무리 용맹한 장수라도 결코 이겨낼 수 없는 눈꺼풀의 무게가 가장 무거워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후의 무거움을 극복하기 위해 교회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시도해왔다.

“뭐 산뜻한 거 없을까요?”

영화를 전공했다는 걸 잘 아는 담임목사님은 내게 영화를 통한 오후예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무심한 듯 지내는 나를 여러 달 지켜보던 목사님은 결국 당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더 이상 무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싶어 다음 주를 기대하시란 낭랑한 말을 남겨두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 주간은 내 일생 보기 드문 힘겨운 날들이 되었다. 기독교영화를 선별하여 보여주고 짙은 신앙적 감동을 전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더욱이 50분가량 드리는 오후예배에서 영화를 상영하다가는 도중에 멈추어 나머지 부분은 각자 알아서 보라고 알리거나, 2주에 걸쳐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건 영화예배의 가장 커다란 장애였다. 중요한 장면을 4~5개 선별하여 예배 시간에 맞도록 편집해 상영해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힘겹게 만들었던 것은 영화예배에 관한 신학적 관점이었다. 성서 속에서 영화에 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120년 전쯤 탄생한 영화에 대해 성서가 예언적인 메시지를 남겨두었을 리 만무하다. 문자언어인 성서, 음성언어인 설교, 이 둘 사이에 끼여 있는 영화를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나 하는 물음이 맴돌았다. 성서와 설교가 주된 핵심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재의 예배에 신실하게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추론해가는 논리력과 놓치지 않고 전체 스토리를 착실하게 따라가려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성서와 설교는 우리의 뇌를 자극해서 설득하거나 순응하게 만들려 한다. 무장된 논리로 교인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는 면에서 대중적이고 귀납적이다.

영화는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음성언어, 문자언어는 이미지를 유도하는 언어다. 영화는 완성된 분명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메시지는 즉각적이며 직설적이다. 영화언어는 상대적으로 연역적인 언어다. 논리성이 부족하거나 집중하는 능력이 부족해도 영화는 짧은 시간 내에 관객을 공감시키는 무서운 능력을 갖고 있다.

영화 《워 호스, War Horse》(2011)를 편집하여 영화예배를 시도했다. 영화 《워 호스》에는 많은 대립되는 개념들이 있다. 이들 중에서 4개의 장면을 골라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들 대립 장면이 어떤 상호관계가 있으며 의미가 있는지 설명했다. 또한 성서본문의 이미지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비교하면서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어날 불행한 일들에 대한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영화의 도입부는 평화스러운 장면을 보여준다. 농사짓는 어느 가족의 일상과 그들의 애환 그리고 사고치는 아버지와 바라보는 어머니가 나온다.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것이 여성의 시각이다. 여성의 시각은 남성과 조금 다르다. 전쟁을 보는 시각이나,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에 대한 관점도 약간 다르다.

 

영화 war horse 이미지 /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War Horse'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는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남성과 여성, 전쟁과 평화, 경쟁심과 기다림, 기계와 농업 등이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계와 동물이 공존한다.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는 전쟁이지만 군인들은 여전히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른다. 대포와 군수품을 말이 실어 나른다. 새롭게 트럭과 탱크가 등장하지만 군인들은 걷거나 말을 타면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전쟁은 모든 꿈을 앗아가고 모든 관계성을 파괴시킨다. 아무리 명분을 좋게 만들어도 전쟁은 결코 좋을 수 없다. 인간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인간다움의 품위를 잃게 만든다. 주인공인 말은 전쟁터에서 많은 사건들을 경험한다.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무수한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똑똑히 목격한다.

영화는 말[馬]의 새로운 관점을 보여줌으로 또 다른 시도를 한다. 일반적으로 말은 전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말은 전쟁에 임하여 용감하게 싸우는 전쟁의 동물로 표현되곤 한다. 영화 《워 호스》는 그러한 말의 기존의 이미지를 뒤집는다. 말이 화해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을 통해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내용을 문자나 음성언어로 전달하려면 많은 사전 설명이나 묘사가 필요하다.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많은 개념을 가지고 와야 하고, 장면을 유추할 수 있도록 장황한 묘사문장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영화는 단 몇 초 동안의 화면으로 전쟁의 잔혹함을 표현해낼 수 있고 사랑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 넣을 수 있다.

영화예배를 드리고 나서 눈물 고인 채로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몇몇 교인의 모습을 보았다. 굳게 입을 닫고 한손을 가슴에 얹은 모습을 통해 영화의 메시지가 머리의 울림으로가 아니라 가슴의 울림으로 남아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 장의 감동적인 이미지가 수백 개의 문장을 대신할 수 있다는 걸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이정배 교수
이정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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