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예술
일상과 예술
  • 이정배 교수
  • 승인 2019.08.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일상이 하나님의 뜻이 머물러 계시는 하나님 나라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출처 픽사베이
예수님은 우리의 일상이 하나님의 뜻이 머물러 계시는 하나님 나라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출처 픽사베이

시(詩)를 공부하면서 부딪쳤던 문제 중의 하나가 시어(詩語)와 일상 언어의 구분이었다. 과연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시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문제였다. 답을 얻지 못해 지금도 계속되는 이들 물음이 도리어 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시 공부의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무용을 공부하면서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신체 언어를 사용하는 무용에 있어 무용 움직임과 일상 움직임이 따로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두 움직임이 구분될 수도 있고 구분할 수도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 문제를 놓고 반복적으로 고민을 한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움직임이 무용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중요한 고개였다.

무용 수업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걷는 동작이다. 음악을 배경으로 둥글게 도는 연습을 한다. 수십 분 동안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뭘 하는 것인가 하는 불평도 하게 되고,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걷기도 한다. 그러다 불쑥 생각이 끼어든다. 나는 왜 매일 걸을까, 무엇을 향해 걷고 있는가 등의 진지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비로소 일상움직임과 무용움직임이 같으면서 다르다는 것을 이해했다. 움직임들을 구분하고 경계 짓는 것이 무용만의 특정한 동작을 만들어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움직임을 예술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교수자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하여 ‘일상을 예술화’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바리새인은 예배와 일상을 철저하게 구분했다. 예배는 거룩한 것이고 일상은 비루한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성전에서 행동은 너무도 거룩했지만, 일상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일들을 경시했고, 예배당 안에 있는 머무는 이들만 존중했다. 일상과 예배 사이에 견고한 장벽을 세워놓고 예배 안쪽 공간에다 자신들을 철저히 은폐시켰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러지 않았다. 일상과 예배가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셨다. 예배당에서의 행동과 일상에서의 행동이 다르지 않아야 함을 역설하셨다. 예수님의 설교는 일상에서 이루어졌고 일상의 것들을 설교의 소재로 사용하셨다. 일상의 음식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베풀었다. 우리의 일상이 하나님의 뜻이 머물러 계시는 하나님의 나라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길거리에서 걷는 동작은 우리의 일상 동작이다. 매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무대에서 보여주는 동작은 동작하는 사람에 따라 심리적으로 다르다. 자신의 움직임에 의미를 지녔기 때문에 신체의 각 부위의 움직임에 예민하다. 허튼 움직임이나 무의미한 막연한 동작은 없애고 모두 세밀하게 훈련된 것들을 보여 준다.

프랑스의 현상학자 ‘메를로 퐁티(1908~1961)’가 자신의 저작인 《지각의 현상학》(1945)에서 말한다. “춤동작은 내면에서 우러나며, 그것이 세상에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든 상관이 없다. 춤을 추는 그 자체가 가장 큰 일차적 동기이다. 춤동작은 내면의 상태를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신앙이든 예술이든 일차적 동기는 일상에서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움직임에 대해 그리고 그것에 매몰되어 부수적으로 동작하는 우리의 신체에 대해 새롭게 의미를 찾아주고 그들의 연속적인 움직임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용의 궁극적인 목표다. 무용은 우리의 신체와 움직임을 일깨워 일상의 가치를 깨우치게 하는 예술적 가르침이다.

여기서 무용이라는 단어를 예배라는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 예배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무 생각 없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우리 일상과 그 행동에 대해 새롭게 의미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예배는 우리 몸과 행동을 일깨워 일상의 가치를 깨우치게 하는 거룩한 예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이 예술이고 예술이 일상이다. 예배가 일상이고 일상이 예배이기에 예배는 예술이다.

 

이정배 교수
이정배 교수
(강원한국학연구원,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807호 한국교회언론협동조합 가스펠 투데이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은주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 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이성희
  • 편집인 : 조주희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