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월 1일 아침의 상반된 자화상
[기자수첩] 3월 1일 아침의 상반된 자화상
  • 곽재우 지역기자
  • 승인 2019.03.21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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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과 사상에 함몰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곽재우 기자
곽재우 기자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아침, 전주중부교회 비전센터에는 수백 명의 시민들로 가득 채워졌다. 아침 식사를 하기엔 너무도 이른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들은 아침도 거른 채, 그곳에 모인 것이다. 모처럼의 휴일의 편안함도 그들에겐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모인 자들의 얼굴엔 저마다 흥분과 함께 비장함마저 보였다. 그 가운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아직은 많이 어려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가까운 전주신흥고등학교 학생들임을 알 수 있었다. 잠이 많은 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이른 시간에 그곳에 모였을까?

전주신흥학교는 선교사가 세운 기독교 학교로서 애국학교, 민족학교, 민주학교로써 정평이 나있다. 전국이 만세 소리로 뒤덮였던 19193, 신흥학교의 함성을 시작으로 이곳 전주지역의 만세운동이 시작되었다. 또한 신흥학교는 일제시대, 신사참배를 끝내 거부하여 일제로부터 무려 10년 동안이나 폐교를 당하기도 했다. 5·18민주화 운동 당시, 신흥학교는 고등학교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주학살에 분개하여 전교생이 시위를 벌였다. 당시 계엄당국은 시위가 시내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진출할 시 무자비하게 진압하기로 계획했었다. 이를 눈치 챈 선생님들의 결사적인 만류가 없었다면 제2의 광주학살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터다. 그 일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계엄당국에 의해 고문을 당하고, 자퇴를 강요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러한 역사를 간직한 신흥학교의 전통이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학생들을 기념식장으로 소환했던 것이다.

학생들의 지난 행동들은 어린 나이의 객기로 인한 것이 아니요, 헛된 이념과 사상에 함몰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거기에는 사람을 사랑하는 예수님의 마음이 숨어 있었다. 악한 권력에 의해 짓밟히고 학대당하는 민중들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측은지심(惻隱至心)이 그들 어린 학생들을 분연히 떨쳐 일어나게 한 것이다.

일제시대,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를 공식 인정하고, 이에 반대하는 목회자들을 징계했다. 해방 이후, 한국교회 기독교 청년들로 이루어진 서북청년단은 빨갱이를 소탕한다는 이유로 7만 명이 넘는 제주도민을 짐승처럼 학살했다. 대부분 무고한 양민이었다. 박정희 독재정부 시절, 한국교회는 박정희의 나팔수 노릇을 하였고, 5·18항쟁 당시, 민주화를 열망하는 광주시민들을 자신들의 권력욕을 위해 무참히 도륙한 군부정권을 칭송하고, 그들의 권력침탈을 정당화 시켜준 것도 한국교회이다. 모두가 분단조국의 현실에서 그릇된 이념과 사상에 함몰된 결과이다.

예수님의 사랑 앞에 이념과 사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 사람을 천하보다 소중히 여긴다고 강대상에서 설교하는 지체 높으신 목사님들이 태극기 부대를 독려하고, 미국에 의한 북폭을 외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지난 31, 정부의 공식적인 기념식과는 별도로 한기총에서 주최하는 기념식이 서울 새문안로에서 열렸다. 그들은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은 뒤로 한 채, 오직 반정부 구호들만 외쳐댔으며, 그들의 입은 여전히 빨갱이 타령일색이었다. 그들이 주최한 것은 3·1절 기념식이 아닌 태극기 부대의 반정부 투쟁일 뿐이었다. 과연 그들에게 3·1운동 정신을 운운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그들의 행태를 보아하니 또 다시 혼란한 시기가 다가오면 그들은 빨갱이를 소탕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같은 민족, 같은 국민을 서슴없이 살해할 수도 있겠다는 섬뜩함이 든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아침, 전주신흥학교의 어린 학생들과 광화문에 모인 지체 높으신 한국교회 어르신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금 이 땅에 오신다면 과연 무어라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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