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예수, 최고의 선은 예수의 겸손과 같다
상선예수, 최고의 선은 예수의 겸손과 같다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2.21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순례 ③ 앤드류 머레이의 『겸손』을 걷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윤성빈 선수가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까지 많은 은사들이 도움을 주었겠지만, 현 한국체대 교수인 강광배 감독의 가르침은 윤성빈 선수에게 결정적이었다. 강광배 감독은 썰매 종목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스켈레톤을 도입한 개척자이기 때문이다. 강광배 감독은 스켈레톤 중계를 하며, 스켈레톤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선수가 몸에 힘을 빼고, 물처럼 트랙을 돌아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빈 선수가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얼음 트랙에 진입하기까지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그 이후 얼음 트랙에서는 온몸에 힘을 빼고 중력에 몸을 맡겼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는 스켈레톤에 참으로 적합한 사자성어가 아닐 수 없다.

 

최고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 픽사베이 갈무리
최고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 픽사베이 갈무리

 

그런데 ‘상선약수’처럼 최고의 겸손이 물과 같다는 가르침을 백 년 전에 책으로 쓴 네덜란드 목사가 있다. 그는 바로 『겸손』이란 책을 쓴 앤드류 머레이(Andrew Murray)다. 앤드류 머레이는 19세기 대표적인 복음주의 설교자이자 남아프리카에 YMCA 지사를 창립한 선교사이다. 『겸손』에는 앤드류 머레이가 쓴 12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각각의 메시지는 순차적이기보다는 독립적이고 때로는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제1장. 피조물의 겸손인 영광

제2장. 속죄의 비결인 겸손

제3장. 예수님의 삶에 나타난 겸손

제4장. 예수님의 가르치심에 나타난 겸손

제5장. 예수님의 제자들에게도 나타나는 겸손

제6장. 일상생활에서의 겸손

제7장. 겸손과 거룩

제8장. 겸손과 죄

제9장. 겸손과 믿음

제10장. 겸손과 자아의 죽음

제11장. 겸손과 행복

제12장. 겸손과 영광

『겸손』에 담겨진 12개의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예수님의 성육신(incarnation)에 근거한다. 앤드류 머레이는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몸으로 오신 성육신의 겸손이야 말로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기억해야 할 예수 그리스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겸손』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겸손과 거룩을 연결시키는 부분이다. 앤드류 머레이는 지극히 높은 거룩이 지극히 깊은 겸손에 있다고 말하였다. 이는 성경에서 하나님이 자신의 성품을 스스로 묘사할 때와 연결된다. 레위기 19장에 보면 '하나님은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마태복음 11장에 보면 예수님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누구든지 나의 멍에를 매고 내게 배우라'고 말씀하신다. 레위기 19장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거룩과 마태복음 11장에 나타난 예수님의 겸손이 앤드류 머레이의 관점에서는 동일본질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안에서 거룩과 겸손은 분리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십니다. 물이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 그곳을 채우듯이,

하나님께서 사람의 낮고 텅 비어 있는 상태를 발견하시는 순간,

그의 영광과 능력이 그 사람에게 흘러 들어가 그를 높이고 복주시는 것입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나 자신을 낮추는 데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높이실 것입니다.

 

앤드류 머레이가 이 책에서 그 무엇보다 겸손을 강조하는 이유는 겸손이야말로 사람이 담당해야 할 첫째가는 의무요 최고의 덕이며 모든 덕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겸손을 상실한 상태, 즉 교만은 바로 모든 죄와 악의 뿌리이다. 앤드류 머레이는 이 교만이라는 죄가 가장 뿌리깊게 박혀있는 사람들이 다름아닌 성경을 가르치는 목회자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항상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지만, 그것으로 자신의 내면을 돌이켜보기보다 주로 성경과 기도를 목회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병원의 의사들이 불규칙한 생활과 바쁜 병원 일정으로 육체의 건강을 쉽게 상실하는 것처럼, 영혼의 의사라 할 수 있는 목회자들이 분주한 사역으로 영혼의 건강을 상실한다. 겸손이라는 영적 면역력을 상실한 목회자는 교만의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된다.     

 

“교수들과 목사들, 복음전도자들과 사역자들, 선교사들과 교사들 가운데서도, 한편으로는 성령의 은사들이 풍성하게 드러나는 데도 겸손의 은혜가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모릅니다. 겸손이야말로 도달하기 가장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요, 우리가 최고의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것 중의 하나인 것입니다. 겸손은 성령에 충만하여 우리가 우리 속에 거하시는 그리스도와 동행하며 그가 우리 속에서 사실 때에 비로소 능력으로 우리에게 임하는 은혜인 것입니다.”

2017년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는 종고개혁 500주년이란 타이틀을 크게 내걸고 여러 행사를 벌였지만, 오히려 한국교회가 사회에 여러 지탄을 받는 일이 많이 생겼다. 작년에 예장통합교단에서 일어난 대형교회 세습 문제와 예장합동교단에서 일어난 신학교 사유화 문제는 가시적으로 드러난 문제의 양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동일하다. 그 곳에서는 예수님의 이름이 높아지기보다, 사람의 이름이 높아졌다. 교회와 신학교의 주인이 예수님인 것을 망각하고,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이 예수님의 자리를 빼앗았다. 실상 이 문제들은 예수님의 겸손이라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궁극적인 가치를 한국교회가 지향하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지난 2월 14일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이었다. 2018년 사순절에는 저 높고 높은 보좌에서 이 낮고 낮은 땅으로 영원한 생수가 되어 흐르신 예수의 겸손을 깊이 생각해보자. 예수의 고난, 십자가, 부활을 뒤따라가는 사순절이야 말로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는 겸손의 절기다. 이 사순절 기간에 한국교회의 여러 문제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부활처럼 기적적으로 해결되기 기대하는 건 너무 큰 바람일까? 앤드류 머레이의 『겸손』은 목회자가 너무 익숙해서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겸손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독교 고전이다. 이 사순절에 그리스도의 겸손을 본받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의 일독을 공손하게 권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