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피레오를 향한 불멸의 순례
엠피레오를 향한 불멸의 순례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2.01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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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을 걷다

중국인들이 즐겨 읽는『증광현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많은 돈을 모으는 것보다, 좋은 경전 한 권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낫다(積金千兩, 不如明解經書).” 이 증광현문의 문장은 기독교인에게도 동일하게 의미 있다. 참된 기독교인은 많은 돈을 모으는 것보다, 성경 한 권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다. 돈으로는 영혼을 구원할 수 없지만, 성경으로는 영혼을 구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사도행전 3장 참조). 따라서 기독교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15세기에 피렌체 두오모에 그려진 단테의 모습. 아트 아카이브 갈무리  

 

2018년 독서 순례를 함께 떠나는 독자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은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의『신곡』(La Divina Commedia)이다. 누군가 고전이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렇다면 단테의 『신곡』이야말로 고전의 정의에 가장 적합한 책일 것이다. 일평생 단테의 『신곡』을 못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신곡』을 끝까지 읽은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독서 순례에서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단테의 『신곡』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단테의 삶 그 자체가 순례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단테는 13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적 파벌 문제로 인해 고향인 피렌체를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였다. 단테는 죽을 때까지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러 지역을 전전하다 결국 열병에 걸려 라벤나에서 죽고 말았다. 사실 단테의『신곡』은 그의 망명 생활 중에 탄생하였다. 고향을 잃은 방랑의 고통과 괴로움이 명작을 탄생시키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19세기에 모레띠가 그린  ‘단테의 죽음’. 아트 아카이브 갈무리 

 

많은 사람들은 단테의 『신곡』을 생각하면 『신곡』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지옥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단테가 『신곡』을 쓴 이유가 지옥의 무서움을 강조하기 위해서 였을까? 그건 아니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에서 연옥으로 그리고 연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그리스도인의 순례를 다루고 있다. 단테는 지옥이 아니라 천국을 말하고 싶어서, 『신곡』을 집필하였다.

단테의 『신곡』은 소설이 아니라 서사시다. 『신곡』은 지옥편에 34곡, 연옥편에 33곡, 천국편에 33곡의 시가 있어서 전체 100곡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한 곡의 시는 최소 115행 최대 160행으로 구성되어 전체 100곡은 총 1만 4233행에 달한다. 『신곡』에 있는 100곡의 서사시는 궁극적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이 거하시는 <엠피레오>를 향한다. 단테는 <엠피레오>까지 걸어가 그곳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다스림을 보며 이렇게 노래한다.

 

             천국 제33곡

그 심오함 속에서 나는 보았노라,

우주에 흩어져 있는 모든 것들이

사랑에 의해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을

그 어느 곳에서도 평안하게 거할 수 없는 단테의 삶은 그 자체가 지옥 같았다. 그러나 단테가 그러한 도망자의 삶속에서도 『신곡』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삼위일체 하나님이 거하시는 <엠피레오>를 항상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신곡』은 도망자의 입에서 나온 천상의 신앙 고백이며, 삼위일체 하나님을 만난 순례자의 노래다.

 

천국에서 단테와 베아트리체. 아트 아카이브 갈무리

 

물론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의 기독교인이 13세기에 쓰인 단테의 『신곡』을 읽을 때 여러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신곡』에는 과학적 오류가 있다. 단테는 당대의 정설인 천동설에 기반하여 『신곡』을 썼기에 지동설을 알고 있는 현대인이 보았을 때 과학적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신곡』에는 교리적 문제가 있다. 가톨릭 신자와 달리 기독교인은 연옥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따라서 연옥이란 단어 자체가 기독교인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신곡』의 연옥편을 문자적으로 모두 수용하려고 하기보다 성화의 과정을 담은 문학작품으로 본다면 연옥편을 통해서도 기독교인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시를 쓰면서 걷고 있는 단테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해보자. 단테는 일평생 독서 순례자로 살다 죽었다. 2018년에 단테처럼 독서하고, 단테처럼 순례하자. 우리가 일평생 순례의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엠피레오>에서도 시를 쓰는 단테를 언젠가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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