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세례' (1)
[전문가 칼럼] '세례' (1)
  • 심광섭 교수
  • 승인 2021.09.13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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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르네상스 이탈리아 화가인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 1416-1492)의 그림을 보면서, 1975년 12월 25일 성탄절에 세례받던 어렴풋하고 아득한 이미지로 남은 유일한 세례 경험을 떠올리며 ‘예수님의 세례’에 관하여 묵상하고 싶다.

세례란 무엇인가? 당시 본인이 다녔던 교회는 폭발적인 성장의 기세로 기도와 전도 및 집회 외에 다른 교회적인 것들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다. 세례예식에 대한 이해도 미천했고 세례교육은 전혀 없었다. 세례 받고 싶은 간절한 열망이 있어 받고싶어 말했을 뿐인데 세례자 명단에 들어갔고 아무런 교육 없이 그해 성탄절에 세례를 받았다.

세례의 문이 아주 넓었다. 교육이나 어떤 예전적 절차가 문제가 아니라 성령으로 마음이 동하면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으로 세례 받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세례를 순전한 마음으로 사모했고 필수적이라 생각했지만, 훗날 아쉽게 생각한 건데 세례받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최소한 3~6개월 정도 세례자를 위한 기초교육〔예배, 기도, 성경(십계명과 주기도문) 및 기본적 교리(사도신경을 포함한 주요 교리문답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생활〕 교육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님을 혹애(惑愛)한다는 단순한 열정과 순박한 믿음만을 가지고 85명쯤 되었던 세례자 이름을 차례로 부를 때 그 중 한 명이 되어 몇 초 안되는 순간 세례를 받은 것이다. 그 의미와 그 감동을 교육과 예전을 통해 길게 느끼고 자발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다. 아름답고 뭉클한 예전을 생각도 못했고, 지금도 한국개신교는 이런 점에서 참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신학교육을 받는 내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성경과 역사에 대한 교육은 많았으나 교회론에서 말씀과 기도생활 못지않게 성례(=세례와 성찬)가 차지하는 비중의 막중함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제는 한국 개신교 신학부에서도 예배학이 많이 보완되어 성례(세례와 성찬)에 대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예(禮)가 지나치면 전례주의에 빠지지만 예를 무시하면 무례(無禮)한 사람이 된다. 예식과 예배는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이며 그 선물에 응답하는 인간의 지극한 정성이 담겨진 표현이다. 안셀름 그륀이 말하는 예식의 중요성을 이 자리에서 나누고 싶다. “무릇 예식은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우리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있다. 예식은 말보다 훨씬 깊은 방식으로 서로를 결합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을 향해 우리 서로를 열어준다. 예식에서 우리 삶에 다른 차원이, 우리 땅과 접촉하는 하늘의 차원이 돌입한다. 예식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우리 가운데 보여지게 한다.”(안셀름 그륀, 『세례성사』)

 

심광섭 목사

(예술목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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