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창조절
[전문가 칼럼] 창조절
  • 심광섭 교수
  • 승인 2021.10.18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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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The Ceiling, 1508-12.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에서 창세기의 하나님의 창조로부터 노아의 홍수에 이르는 원창조 이야기(창 1~9장)를 삼등분하여 9개의 그림으로 그렸다.

⑴ 천지창조 3: ① 빛과 어둠의 창조, ② 해와 달 초목의 창조, ③ 물과 바다의 분리

⑵ 인간의 창조와 타락 3: ① 아담의 창조, ② 이브의 창조, ③ 범죄와 낙원추방

⑶ 노아의 번제와 홍수 3: ①노아의 번제, ② 대홍수, ③ 노아의 술 취함

그림의 주제는 세계창조로서, 그것은 성경의 우주론이다. 그리스 우주론의 부흥이 아니라 창조신앙의 재발견으로서, 이는 현대 인간이 당면한 궁극적이고 심원한 문제들, 우주의 본성과 인간의 본성, 세계 안에 현존하는 악의 문제와 인간의 아름다운 삶의 과제를 포함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교회는 이제부터 인간 중심의 ‘사도적 계승’(successio apostolica)과 더불어 만물의 다채로운 다양성과 화해와 아름다움을 목표로 하는 ‘창조의 계승’(successio creationis)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독교 장로회는 9월 첫주부터 대림절 전까지(11월 말) 창조절기로 지킨다.

창조와 구속은 이분법적으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 창조와 구속사가 함께 결합된 시편(가령, 136편)에서처럼 창조는 구속사의 전제이며 구속사는 새 창조임을 인식해야 한다. 창조는 환희의 정원이고, 자연은 “만물의 어머니”(집회서 40:1)이다.

우주론과 창조신앙과의 새로운 만남이 일어나 현대적 기독교 우주론이 생겨야 한다. 집 ‘우’, 집 ‘주’로 새기는 한자의 ‘우’(宇)란 공간이요, ‘주’(宙)란 시간이다. ‘우’와 ‘주’ 두 글자의 본래 의미는 모두 사람이 거주하는 방(房)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사상가들이 기독교 신학과 신앙이 시간과 역사만을 고려한 구속사 중심에서 벗어나 생명이 거주하는 공간과 장소로서의 창조론의 지평을 갖는 기독교 우주론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한다.

⑴ 화이트헤드: “나는 프로테스탄트 신학이 그 기초로서 많은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파악하는 ‘우주 해석’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화이트헤드, 『관념의 모험』, 272]

⑵ 틸리히: “만일 신을 자연에서 제거한다면 신은 점차로 아주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왔다. 만일 신이 자연과 관계가 없다면, 그는 마침내 우리의 전 존재와 아무런 관계도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다.”[틸리히, 『19-20세기 프로테스탄트 사상사』, 166]

⑶ 테이야르 드 샤르댕: “신은 어디에나 자신을 계시한다. ... 우주적 환경을 통해서, 그는 모든 실재가 수렴되는 ‘궁극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신의 나라가 얼마나 광대한가. 그는 실재 안의 ‘중심’이다. 창조자이며 특히 구원자이신 그는 만물에 가득하고 만물을 관통한다.”[샤르댕, 『신의 나라』]

⑷ 판넨베르크: 창조론을 다루는 신학은 세기가 바뀔 때마다 재구성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세계 바깥에 있는 신이 이 세계의 창조자라는 성경의 믿음은 우리 시대의 자연인식을 토대로 다시 서술되어야 한다.[판넨베르크 외, 『신, 인간 그리고 과학』, 69].

⑸성경: “하나님은 모든 것 위에(ἐπὶ) 계시고 모든 것을 통하여(διὰ) 계시고 모든 것 안에(ἐν) 계시는 분이십니다.”(엡 4:6)

모든 사상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창조 안에 계시는 하나님의 현존을 말한다. 창조는 하나님이 거하실 아름다운 “하나님의 성”(시 46:4)이고 푸른 잎이 무성하게 자라는 “하나님의 집”(시 52:8)이다.

성령의 새 창조의 은사를 통해 우리는 모든 창조 안에서 하나님의 참 선한 아름다움을 보고 즐겨야 한다. 하나님은 온 피조물이 기뻐하고 즐길 수 있도록 들에, 내 안에, 네 안에 아름다운 집을 지으신다. 창조의 모든 곳에 “주님께서 분명히 이곳에 계시는데도, 내가 그것을 미처 몰랐구나”(창 28:16).

 

심광섭 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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