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호] 당신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119호] 당신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 이창연 장로
  • 승인 2021.06.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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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에 나온 소설 중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라는 작품이 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형은 ‘병신’이고, 경험하지 못해 형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생은 ‘머저리’다. 보수적인 6,70대와 진보라고 여기는 4,50대가 딱 ‘병신’과 ‘머저리’관계다. 2,30대가 보기에 이들은 똑같이 ‘꼰대’일 뿐이다.

선진국처럼 30대 장관, 40대 총리가 나와야한다. 국토부장관은 월세 사는 30대 중에서, 농림부장관은 젊은 귀농인 중에서, 교육부장관은 어린이집 선생님 중에서 하면 좋을 것이다. 6·25전쟁 때 빨치산 ‘남부군’사령관이었던 이현상은 1953년 9월, 하동 쌍계사부근 빗점골 전투에서 사살되었다. 그의 시신은 방부처리해서 서울로 옮겨져 창경원에 전시되었다가 20일 만에 다시 하동으로 내려갔다. 빨치산 대장의 시신을 거두어 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현상의 장례를 치러준 이는 그를 사살한 지리산 토벌대 2연대장 차일혁 총경이었다. 차일혁은 이현상을 화장한 뒤 뼈를 자기철모에 넣고 M1소총으로 빻아 섬진강에 뿌렸다. 차일혁(1920~1958)은 지리산일대 빨치산 토벌에서 늘 뛰어난 전과를 올려 ‘지리산 호랑이’라 불렸다. 그는 칠보발전소 탈환작전에서 75명의 병력으로 2000명의 적군을 무찔렀다. 용맹과 지략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차일혁은 1951년 6월 11일자 전북일보에 ‘공비토벌 중 소 두마리를 노획했으니 찾아가시오’라는 광고를 냈다. 토벌대원의 주린 배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숨 같은 소를 잃은 농민 심정을 먼저 헤아린 그의 인간미를 볼 수 있다. 그 해 남부군 근거지인 구례 화엄사를 불태우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는 고민했다. 절을 불태우는 것은 한나절이면 되지만 절을 다시 짓는데는 천 년 세월도 더 걸릴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절을 태울 수 없었다. 그는 각황전의 문짝을 뜯어내 불태우고는 “문짝을 태우는 것도 절을 태운 것이니 명령을 따른 것”이라며 돌아갔다. 차일혁의 토벌대는 부대원 33명 중에 순수 전투경찰관은 한 명뿐이고 나머지 32명은 귀순한 빨치산 포로들이었다. 당시 그의 계급은 총경이었다. 경찰청이 그를 53년 만에 경무관으로 추서했다. 6·25전쟁 때 순직한 경찰관 709명도 한 계급씩 특진시켰다.

미 육군 로버트 맥거번 중위는 1951년 경기도 수원전투에서 눈 덮인 바위산을 올랐다. 고지를 70m남겨놓고 적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그는 적탄에 가슴을 맞고 숨을 거뒀다. 열하루 뒤 동생 제롬 맥거번 소위도 경기도 금왕리 442고지 전투에서 하얀 눈밭위에 피를 뿌렸다. 그해 11월 알링턴 국립묘지에 형제가 묻히던 날 워싱턴 포스트의 제목은 ‘평생을 함께 자란 형제 나란히 잠들다’였다.

배니 로저스 상병은 북한에서 유해가 발굴돼 고향 미국 텍사스 주에 안장되었다. 그러면서 그의 어머니가 보관했던 60년 전 편지가 공개됐다. 갓 스무 살 병사는 6·25전쟁터에서 편지에 이렇게 썼다. “엄마 나 하사로 진급해요. 여기 참호는 새로 파서 흙냄새가 많이 나요.” 그는 편지를 부친 사흘 뒤 평북운산전투에서 숨을 거두었다. 아들이 실종된 줄만 알았던 엄마는 죽는 날까지 아들이 살아올 거라고 믿다가 세상을 떴다. 숱한 젊은이, 귀한 자식이, 때론 피를 나눈 형제가 6·25의 참화에 휩싸인 이역만리 땅까지 와서 싸우다 스러져 갔다.

캐나다 청년 아치볼드 하사는 1950년 9월에 한국에 파병됐다. 형 조지프는 동생이 못내 걱정스러워 다음해 1월 뒤따라 왔다. 전쟁 통에 만나지도 못하다가 다음해 10월 동생이 총상을 입고 피투성이가 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였다. 형 조지프도 얼마 후 장렬히 산화했다. 부모형제도 없는 먼 이국땅에서 목숨을 던지고 산화한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슬픈 6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6·25전쟁 중에 미국 가수 엘튼 브리트가 부른 ‘무명용사(The Unknown Soldier)’는 지금도 살아 숨 쉬듯 가슴을 울린다.

“내 무덤은 군대가 지키지 못한 약속 / 무덤 위 화환은 고통의 리본 / 내 비록 눈 감았지만 내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 알게 되는 날까지 절대로 잠들지 않으리.”

이국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이들 때문에 오늘 우리는 번영된 조국에서 살고 있다. 한국교회가 위기를 맞았는데도 누구 한 사람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걸겠다는 사람이 안 보인다. 스위스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카롤힐티(1833-1909)는 정치 지도자나 재벌등 특수층에서는 부모의 뒤를 계승한 인물이 없고 신앙적 가치관을 물려받은 가정에서 사회적 지도자들이 배출되었다고 강조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거는 지도자가 보고 싶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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