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적(逆行的)인 근심
역행적(逆行的)인 근심
  • 강성열 교수
  • 승인 2020.04.14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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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 교회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의 확산은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어디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답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 답을 마가복음 10:17-22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본문은 재물이 많은 한 젊은 관원이 예수님께 나아와 영생 얻는 비결에 관하여 묻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세상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참된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비록 현세(現世)에 대한 만족감은 충분했지만, 영생에 대한 확신이 그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영생 문제에 관한 근심, 그가 예수님께 나아와 무릎을 꿇은 것은 바로 이 근심 때문이었다. 그가 예수님을 선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것은 아마도 선행을 쌓으면 영생이 확보된다는 율법주의적인 태도가 그에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선한 이가 없다고 말씀하심으로써, 그의 율법주의적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셨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자신이 선행으로 영생을 얻은 자가 아니요, 어느 누구도 선행으로는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답변이었다.

예수님은 그 부자 청년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보다 분명하게 깨우치기 위해, 십계명의 두 번째 돌판에 있는 계명들을 언급하셨다. 아마도 예수님은 그에게서 인간이 아무리 선행을 쌓아도 하나님 앞에서는 여전히 죄인이라는 고백을 듣고 싶어 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청년은 예수님의 질문 속에 감추어진 진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자기가 그 계명들을 남김없이 잘 지켰노라고 자랑하였다. 그는 율법을 행하는 과정에서 죄인 됨을 깨달은 것이 아니라, 왜 율법을 잘 지켰는데도 영생에 자신이 없는지를 궁금해 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 대화를 통해서 신앙생활의 첫 번째 단계가 “무엇인가를 행하는”(to do)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 앞에 “어떤 존재인지”(to be)를 아는 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원이나 영생이라는 것은 내가 죄인임을 깨닫고 믿음으로 하나님의 선물을 받아들임으로써 주어지는 것이지, 무언인가를 열심히 행해야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부자 청년의 잘못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to be 보다 to do를 더 앞세운 까닭에 영생에 자신을 갖지 못한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명하신 것은 자기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예수님을 좇는 일이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신앙생활의 두 번째 단계가 어떠해야 함을 가리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곧 자신이 하나님 앞에 어떠한 존재인지(to be)를 알고, 그래서 하나님의 구원 은총을 힘입은 자들이 그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행하는 것(to do)을 말한다. 본래 그가 예수님께 나아온 것은 영생에 대한 근심 때문이었으나, 이제 그는 to do의 차원에 대한 근심, 곧 재물에 대한 근심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오늘의 교회가 사회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한국교회는 to be의 차원에 있어서는 대단히 모범적이다. 그러나 정작 to do의 차원으로 넘어오면 그 에너지가 빛을 보지 못한다. 역행적(逆行的)인 근심 때문이다. 역행적인 근심은 근심의 방향을 바꿀 뿐만 아니라, 구원의 방행까지도 바꾸는 무서운 교회의 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교회는 자체 안에 가지고 있는 to be의 잠재력을 도무지 자신이 속한 사회 안에 쏟아 붓지 못한다.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참으로 오늘의 한국 교회를 살리는 길은 개개 그리스도인들의 변화된 삶, 그리고 교회의 더욱 적극적인 사랑의 실천에서 찾아져야 한다, 특히 지금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강성열 교수

호남신학대학교 구약학

농어촌선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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