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진보와 보수를 품는 영적인 어머니인가
교회는 진보와 보수를 품는 영적인 어머니인가
  • 정성경 기자
  • 승인 2020.02.2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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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한 기도모임 ‘말씀과 순명’
홍정길 목사의 설교로 논란 일어
“극우 대변하는 것 아니냐”vs
“전체 맥락 파악하면 그런 뜻 아냐”
지난 12일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는 홍정길 목사. '말씀과 순명' 갈무리
지난 12일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는 홍정길 목사. '말씀과 순명' 갈무리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보수와 진보 등 사회 전체를 품는 영적인 어머니임을 믿고 한국교회의 공교회성과 오는 4월 15일 총선을 위해 기도한다”는 목적으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들이 시작한 기도모임인 ‘말씀과 순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2일 양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처음으로 드려진 기도모임에 말씀을 전한 홍정길 원로 목사(남서울교회)의 설교 내용 중 “이번 선거는 체제를 선택해야 할 선거”와 “이인영 원내대표(더불어민주당)가 총선이후 정국 구상을 말하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말했다”는 내용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이사장 백종국 교수, 공동대표 배종석·정병오·정현구, 이하 기윤실)에서는 지난 17일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선거 개입의 요소가 농후하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SNS를 비롯한 인터넷 상에서 “홍 목사의 설교가 극우 보수를 대변한다”거나 “홍 목사마저 복음과 민주주의, 사회주의를 분별하지 못한다” 등의 비판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에 “설교의 중심내용은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회개 일뿐 몇 가지 사실로 설교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홍 목사는 역대하 7장 14절 말씀을 본문으로 ‘여호와께 돌아가자’를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참석자들을 위해 설교문까지 직접 준비한 홍 목사는 “기독교인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축복은 사죄의 축복”이라며 설교를 시작했다.

홍 목사 자신이 경험한 사죄의 은총과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하나님 앞에 매달리는 삶’을 나눴다.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에 이어 그는 “목회하면서 우리는 보이게, 보이지 않게 계속 죄를 범한다”며 “사죄의 은총을 잃어버린 때가 언제인가?” 묻는다. 그러면서 “목회자들이 사죄의 은총의 깊이를 알 때, 심령은 변화된다”며 “그 말씀은 하나님의 사랑의 현장이 되며 이보다 더큰 사랑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축복이 어떤 체제로 전달될 수 있는지 경청해야

독생자를 보내주시기까지 사랑한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한 그는 “사죄의 은총 없이는, 하나님의 아들 주심을 내 것으로 실제 소유하지 못한다”며 “이 사죄의 은총은 개개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한 국가과 민족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미스바 기도, 1885년 이 땅에 시작된 복음, 1907년 장대현교회에서 시작된 회개운동과 평양 대부흥, 1919년 3‧1운동에 앞장섰던 믿음의 선조들, 신사참배 반대운동으로 옥고를 치룬 순교자들과 1948년 5월 10일 치러진 최초의 투표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한 것, 그리고 일어난 6‧25전쟁과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 홍 목사가 대학생이던 당시 일어난 4‧19혁명, 1987년 미국에서 열렸던 제2회 코스타와 광화문에서 데모대에 참석했던 것 등을 설명했다.

홍 목사는 1992년 김영삼 대통령을 선출함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실제 시작됐다고 봤다. 그는 4월 15일 투표가 중요하다면서 좋은 사람, 정당 뽑는 선거를 넘어서 “한 가지 선택을 더 해야한다”며 “체제를 선택해야 할 선거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고통 속에 여기까지 온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취임식에서 선포했다. 그리고 3년 여 시간이 흘렀다. 너무 고통스럽다”며 “지난 2월 6일 이인영 원내대표가 총선 이후 정국 구상을 말하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말했다. 그것이 꼭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목사는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토머스 모어 경이 썼던 ‘유토피아’와 조지 오웰이 쓴 ‘1984’의 세계라며 “어떤 나라가 될지 우리는 잘 모른다”고 했다.

그는 “4월 15일까지 눈을 부릅뜨고 이 나라를 여기까지 오게 하신 하나님의 축복이 어떤 체제로 전달될 수 있는지 경정해야 한다”며 “먼저 하나님 앞에 회개의 기도를 해야한다”고 권면했다.

이날 전한 홍 목사의 설교가 논란이 되자 이번 기도모임을 함께 시작한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홍 목사의 설교 중심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라며 “현재 극우와 극좌의 대립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홍 목사의 견해는 제 3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홍 목사의 설교에 관해 중심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한두 문장만 갖고 전체를 도식화하면 오해와 곡해의 위험이 생긴다”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박성철 목사(하나세교회, 교회와사회연구소 소장)는 “냉전시대에 살았던 분들은 87년 이후 민주화가 됐어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세계관 자체가 개발독재 시대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조금만 큰 변화를 추구하는 현실들이 사회주의로 보이는 것”이라며 “사회주의 개념 자체가 너무 좁기 때문에 철학적인 사회주의와 관계없이 인식론적으로 본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변화는 사회주의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번 설교에 해명보다는 올바른 판단인지 비평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진 목사(코람데오닷컴)는 “홍 목사가 그날 설교문을 프린트해서 나눠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기도하고 선포한 것이다. 그런 설교를 실수라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본다. 홍 목사의 설교를 보면 사회주의 체제가 나쁘다고 하는게 아니다. 자신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을 받는다고 말할 수 있지 않나. 홍 목사가 전하고자 했던 내용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갈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결정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한 정당을 비판하거나 또 다른 정당의 편을 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8일 한 일간지를 통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과거 기본권 관련 개헌논의에서도 다뤄졌는데, 기회가 있다면 박정희 노태우 대통령 시절 거론됐던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해보면 어떻겠냐는 취지였을 뿐, 사회주의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던 한 목회자는 “한국교회가 복음과 자유민주주의, 복음과 사회주의를 분별 못하는 것에 절망감에 빠진다”라며 “일정의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정치와 복지제도에 시행하는 서구 국가들이 하나님과 교회를 부정하는가? 복음은 이념, 좌‧우파 모든 경계선을 넘어서야 진짜 복음”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 12일부터 10회로 진행될 나라를 위한 기도모임 ‘말씀과 순명’은 지난 달 29일 홍정길 목사,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은퇴),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주승중 목사(주안장로교회), 지형은 목사,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가 함께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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