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에 대한 올바른 인식 필요할 때
‘성(性)’에 대한 올바른 인식 필요할 때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04.0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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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성착취 예방 매뉴얼 마련해야
‘성’이란 단어의 의미 재정립 필요한 때
교회, ‘성’에 대한 대화의 장 구성할 것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달 28일 긴급 좌담을 열고 ‘디지털 성착취’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출처 기윤실 유튜브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달 28일 긴급 좌담을 열고 ‘디지털 성착취’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출처 기윤실 유튜브

지난 3월 17일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 운영자 ‘박사’인 ‘조주빈’이 검거되면서 디지털 성범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안성과 익명성을 내세우는 메신저 앱 텔레그램에서 조주빈은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미성년자 등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비인륜적인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통하며 가상화폐를 이용해 막대한 이득을 취한 바 있다. 또 조주빈이 제작 및 유통한 성착취물을 관전한 이들이 26만여 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조주빈의 신상 외에도 텔레그램 n번방에서 관전한 26만여 명 전원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배종석·정병오·정현구, 이하 기윤실)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긴급 좌담을 마련하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디지털 성착취, 어떻게 근절 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좌담은 좋은사회운동본부장 이상민 변호사가 사회자로 나섰으며, 십대여성인권센터 IT지원단 활동가 갱과, 우리 법률사무소 우미연 변호사, 심에스더 작가가 각각 발제자로 발언했다.

디지털 성착취, 플랫폼 변화 필요해
‘디지털 성착취의 양상과 플랫폼의 책임’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갱 활동가는 “텔레그램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한국사회 내에는 익명채팅 앱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성착취가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며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이용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나 가이드라인을 일절 제시하지 않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을 이용자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성착취 범죄와 관련된 관리법을 제대로 만들고 적용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갱 활동가는 “대다수의 IT계 대기업들은 재난 등을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리스크 데미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플랫폼은 서비스 내 발생하는 성착취 문제에 대해 이를 재난 급이나 리스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플랫폼에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련된 매뉴얼이 없으며, 일부 이용자들은 이를 악용해 텔레그램 n번방과 같은 사태를 자아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들에게도 사전 예방책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갱 활동가는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사용자의 몫으로 돌아가서는 안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생긴다면, 해당 사항에 대해 신고하기 전 먼저 내용을 증거 자료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힘주어 말했다.

교회, ‘성’에 대한 열린 장 마련해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이상민 변호사는 수요자의 존재를 꼽았다. 이 변호사는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박사가 피해자들을 향해 ‘노예’라는 단어가 사용하며 자료를 올렸을 때 채팅방에 있는 사람들이 박사의 의견에 동조하며 지속적인 호응을 보냈다”며 “결국 한국사회의 폭력성,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성 등이 한국사회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성의식과 폭력성에 대한 접근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 의견에 대해 심에스더 작가는 한국사회 내 ‘성’이란 단어의 정체성이 재정립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심 작가는 “본래 ‘성’이란 것은 인류에게 있어 굉장히 일상적인 것이며, 나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문화, 제도, 법 등에 다양한 모습으로 포함되어 있다”며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이란 단어를 바라볼 때 자극적이고 부끄러우며 남사스러운 것으로만 취급하며, 자신만의 상상을 통해 오염된 단어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교회 역시 성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폐쇄적이란 주장을 덧붙였다. 심 작가는 “교회에서 성교육을 요청하는 경우 대다수가 혼전순결에 대해서만 언급해달라고 요청한다. 간혹 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목사님이나 전도사님들은 그들의 직책을 걸어야 할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심 작가는 한국교회가 ‘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한국사회와 발을 맞추며 사람들의 생각과 고충을 파악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성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태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교회에서 성 이야기를 꺼낼 때 비난과 판단,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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