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집 -그곳에 가면 교회가 있다] 청산도, "쉼은 천천히, 영성은 푸르게"
[여름특집 -그곳에 가면 교회가 있다] 청산도, "쉼은 천천히, 영성은 푸르게"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7.0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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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6개 교회

영화 ‘서편제’의 배경

2007년부터 슬로시티로 지정

섬 곳곳에 위치한 교회 6곳

잠깐의 기도로 영의 휴식도…

7월 1일 푸르고 푸른 청산도와 안개. 서편제를 촬영한 당리에서 내려다 본 도락리 바닷가. 청산도 향토사진가 김광섭 작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완도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50분 정도 배를 타고 청산도에 들어서게 되면 ‘왜 청산도인가’ 느껴진다. 사시사철 섬이 푸르다고 해서 ‘청산도’라 불린다. 이 섬에 옛날 사람들은 신선이 산다고 해서 ‘선산도’, ‘선원도’라고도 불렸다. 섬에서 가장 높은 매봉산을 비롯해 나지막이 뻗은 산마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곰솔 등의 난대림이 무성해 섬의 푸름을 입혔다. 주위에 대모도, 소모도, 여서도, 장도 등 5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장관도 볼거리를 더한다.

청산도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9년 휴가철 가고 싶은 33섬’에 포함됐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겨울 해양수산부가 ‘겨울에 가고 싶은 섬 10선’에도 선정됐다. 2007년 신안 증도, 담양 창평 등과 함께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됐으며 2011년에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세계 슬로길 1호로 공식 인증한 바 있다. 2012년에는 CNN Go가 뽑은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선’에 27위로 선정됐다.

1993년에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중 유봉, 송화, 동화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면서 내려오는 장면. 청산도 당리에서 찍었다. 출처 '서편제'

무엇보다 청산도의 아름다움을 먼저 알린 것은 1993년에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유봉, 송화, 동화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면서 내려오는 롱테이크의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2006년에는 KBS2에서 드라마 ‘봄의 왈츠’, 2009년에는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등장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청산도에는 6개의 교회가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있다. 청산도 슬로길 11개 코스인 42.195Km를 2박3일 동안 걷다보면 섬 구석구석 돌다 보면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위치한 교회들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청산도 면소재지인 도청리에 도착해서 서쪽으로 가다보면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의 명장면이 연출된 당리 언덕길을 마주한다. 봄이면 청보리, 가을이면 코스모스로 단장되는 이 길에서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도 만나볼 수 있다. 이 길이 청산도를 대표하는 슬로길 1코스다. 오른편에 펼쳐진 도락리 바다는 섬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당리에서 이웃마을인 읍리로 넘어가게 되면 마을 중앙에 청산중앙교회(예장합동, 김동명 목사)가 있다. 교회 근처에는 하마비와 고인돌(지석묘)을 만나볼 수 있다.

읍리에서 신풍리로 넘어가면 청산동부교회(예장통합, 조인강 목사)가 있다. 여기서 세계중요농업유산인 구들장논(계단식)이 장관을 이룬다. 구들장논은 16~17세기 무렵 청산도에 정착한 사람들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곳에서만 발견되어 국가적으로 보존 가치가 큰 유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흥리 바닷가가 보이는 청산제일교회. 교회 제공

청산동부교회에서 바다가 보이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중흥리가 나온다. 여기에 청산제일교회(예성, 표명찬 목사)가 있다. 서울 등촌제일교회에서 세운 첫 번째 낙도교회인 청산제일교회는 최근 리모델링으로 새 단장을 했다. 교회를 중심으로 중흥리, 원동리, 상서리, 동촌리, 신흥리 5개 마을을 품고 있는 청산제일교회는 재적인원이 30여명이다. 표명찬 목사는 “마을 주민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겨울에는 토스트를 준비해 교제를 나누고, 주일도 잊은 채 일하는 어르신들에게 간식을 들고 찾아가기도 한다”고 했다.

표 목사는 “마을 주민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다보니 차 운행을 해도 움직이기 힘들어서 교회 가기 힘든 분들도 많다”며 “그럼에도 성도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시편 63편 말씀, ‘여호와를 가까이 하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를 방문한 이들에게 “이곳까지 와서 교회를 찾아와 예배를 드린다는 것 자체가 참 귀하다”고 전했다.

중흥리 맞은편에 보이는 상서리는 2014년 국립공원 최고명품마을로 지정됐다. 마을 전체가 구불구불하고 낮은 돌담으로 채워져 어느 곳을 걸어도 느림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상서리 오른쪽에 펼쳐진 신흥리 해수욕장은 2009년 KBS ‘1박2일’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썰물이면 드러나는 넓은 모래사장과 얕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 더없이 행복하다. 갯돌바위에서 즐기는 낚시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갯돌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진산리 등대교회. 청산도 향토사진가 김광섭 작 

해안길을 따라 작은 재를 넘어 진산리에 가게 되면 여기에 청산등대교회(예성, 임종광 목사)가 있다. 교회 가까이 진산리 갯돌해변이 있어 밤이면 예배당에서도 갯돌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임종광 목사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느끼고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의 휴식도 즐기길 바란다”며 “모든 것이 느린 슬로시티에서 쉼은 천천히 갖되 영성은 더욱 맑고 푸르게 가꾸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다시 재를 넘어 국화리를 지나 지리에 도착하면 마을 왼편에 청산전원교회(예성, 최환규 목사)가 있다. 그리고 마을 어귀에 지리해수욕장(지리청송해변)이 보인다. 청산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1Km의 백사장과 뒷쪽으로 200여년 된 노송 500여 그루가 풍광을 이룬다. 이곳에서는 점점이 떠있는 섬 사이로 붉게 물드는 일몰이 아름답다. 해질녘 청산전원교회를 찾는다면 노송을 배경으로 한 지리해수욕장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지리에서 야트막한 재를 넘어 배에서 내렸던 도청리에 이르면 섬 일주가 끝난다. 그리고 그곳에는 청산교회(예장통합, 한정배 목사)가 있다.

청산도 면소재지에 위치한 청산교회. 교회 제공

면소재지에 위치한 벌써 90년이나 된 청산교회는 지난 2012년 새로운 성전을 건축했다. 구 예배당에서는 지역사진동호회 상설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2016년에는 한국교회 예배 설교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정장복 명예총장(한일장신대 전 총장)의 신학관도 둘러볼 수 있다.

성도 60여명으로 섬에서 가장 큰 교회인 청산교회는 섬의 중심에 있다 보니 많은 역할들을 감당하고 있다. 교회의 비전 또한 청산도 뿐만 아니라 청산면에 속한 10개 교회들과 함께 협력하고, 지역복음화를 위해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정배 목사는 “섬 주민들은 노령화됐지만 전복 양식 등으로 귀촌한 2세대 젊은 세대에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그는 “많은 교회들이 농어촌 교회를 섬기기 위해 찾는다. 비록 섬의 주민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각으로 교회가 섬에서 지속적으로 존재 할 수 있도록 섬겨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산도를 찾는 크리스천들에게 한 목사는 “슬로시티로 지정될 만큼 특별히 아름다운 청산도에서 하나님이 만들어놓은 자연을 마음껏 즐기고 가시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청산도의 명소인 범바위. 청산도 향토사진가 김광섭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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