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집-그곳에 가면 교회가 있다] 안동, “교회, 아동문학의 성지가 되다”
[여름특집-그곳에 가면 교회가 있다] 안동, “교회, 아동문학의 성지가 되다”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8.01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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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직교회. 정성경 기자
일직교회. 정성경 기자

 

안동 조탑마을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완성된

강아지똥, 몽실이언니

종지기, 안수집사였던

권정생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강아지똥아, 난 그만 죽는다. 부디 너는 나쁜 짓 하지 마고 착하게 살아라.”

“나 같이 더러운 게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니?”

“아니야,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권정생 안수집사의 단편동화 ‘강아지 똥’의 한 장면이다.

권 집사가 안동 일직면 조탑 마을 일직교회에 왔을 당시에는 29살이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이 되면서 식구들과 함께 아버지 고향인 안동에 왔지만 먹고 살기 힘든 가족들은 모두 흩어져 살아야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나무 장수, 고구마 장수 등을 하며 3개월은 걸인으로 떠돌기도 했다. 고된 일들로 폐결핵을 앓던 그를 받아준 곳은 일직교회였다. 많은 이들이 꺼려하던 결핵환자를 사랑으로 품은 것이다. 교회 옆에 있는 토담집에서 종지기의 생활을 시작한 때가 1967년이었다.

당시 모든 교회들이 종을 치던 때였다. 주일날 11시 예배드리기 전 2번, 매일 새벽 5시 예배드리기 전 2번 권 집사는 성실하게 마을에 예배시간을 알렸다. 폐결핵으로 170cm의 키에 한번도 37kg을 넘어본 적 없는 권 안수집사는 신장수술로 소변 주머니를 차고 살 정도로 힘들었지만 한 번도 종치는 것을 소홀히 여긴 적이 없었다. 한겨울에도 진실된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며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종을 쳤던 일화는 유명하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수집사 직분으로 남았지만 현재 일직교회 담임인 이창식 목사의 말에 의하면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권 집사는 일직교회에서 종지기로 있으면서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교사(당시 반사)를 했다. 그러면서 주옥같은 동화들을 만들었다. 참새도, 병아리 떼를 몰고 다니는 암탉도 더럽다고 쳐다보지 않는 강아지똥이 주인공인 ‘강아지똥’, 드라마로도 제작됐던 ‘몽실언니’ 등 그의 글에는 누구나 보지만 관심을 주지 않는 연약한 것들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심지어 두산백과에서는 “그의 삶과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형제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깜둥바가지,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강아지 똥 등 그가 그려내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힘없고 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죽여 남을 살려냄으로써 결국 자신이 영원히 사는 그리스도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설명할 정도다. 이 목사가 “권 안수집사에 대한 평가는 기독교적인 것보다 사회적인 평가가 더 잘되어 있다”라고 할만하다.

일직교회 옆 토담집에서 16년의 종지기 생활을 마치고 새롭게 자리를 잡은 곳은 하천 옆, 상여집도 옆에 있던 빌뱅이 언덕이었다. 사람들은 작은 집에서 아픈 몸으로 어렵게 사는 권 집사를 보며 안타까워했지만 2007년 그의 생을 마감하던 당시 12억의 유산을 남기며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들이 사서 읽은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하다”며 어린이들에게 환원했다. 북한 어린이들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보였던 그는 북측의 굶주린 아이들에게도 나눠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주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의 뜻에 따라 권정생어린문화재단이 설립되어 불우 어린이를 위한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직면 망호리에 권정생동화나라도 운영 중이다.

일직교회는 1년에 1만 명 정도가 다녀간다. 어떤 문학도 청년은 “권정생 선생님 앉아있던 교회에 한번 앉아보고 싶어요”라며 찾아와 예배당에 앉아있다 가고, 어떤 아이들은 ‘종지기 권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교회 옆에 종을 직접 쳐보기도 한다. 비록 권 집사가 치던 종은 아니지만 당시 권 집사의 삶과 신앙을 함께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권 집사로 인해 그리스도인이 아닌 이들도 일직교회를 찾아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권정생 작가는 알았지만 그가 신앙인인줄 몰랐다”며 놀라워하는 이들도 있다.

권 안수집사 살아생전에 3년 동안 그의 곁을 지켰던 이창식 목사는 “권 집사의 삶을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며 “일직교회에 오기 전 그의 삶은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등불’과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를 하며 살던 삶은 작가로서 ‘천직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그의 신앙적인 신실함과 성실함이 종지기와 교사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더욱 빛나게 했다. 마지막으로 권 안수집사의 삶은 ‘청지기의 삶’이었다. 자신이 받은 모든 것을 그대로 다른 이들에게 되돌려주고 간 것이다.

권 집사를 만난 이창식 목사도 동화작가가 됐다. 권정생 작가를 배출한 일직교회 담임 목회자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이 목사는 교회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강아지똥 인형을 만들어 주기고 하고, 직접 글을 써보는 체험학습도 진행했다. 그리고 직접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빌뱅이 언덕 꽃삼만데’, ‘동금동산’, ‘별이 된 동화 할아버지’, ‘새벽 종소리에 담긴 이야기’, ‘고인돌 할아버지의 넓은 등’ 등 대부분 권 집사를 통해 받은 영감으로 씌어 진 작품들이다.

권정생 생가. 정성경 기자
권정생 생가. 정성경 기자

일직교회에서 가까운 거리에 빌뱅이 언덕의 권정생 생가가 있다. 가는 길에 아담한 돌담도 볼 수 있다. 장마철이라 생가 앞에 시내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무성한 풀들 사이로 아픈 몸을 이끌고 글을 쓰던 권 집사의 기침소리가 들릴 것 같은 풍경이었다.

이창식 목사는 “권정생 집사는 환경에 지배를 받지 않은 초월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며 “안동에서 그의 삶을 만나고 작은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에 빛이 되는 신앙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정생동화나라. 출처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권정생동화나라. 출처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권정생 생가와 멀지 않은 곳에 보물57호이자 화강암과 벽돌을 혼용해서 만든 통일신라시대의 5층 전탑과 타양서원, 근성서원도 둘러볼 수 있다.

권정생 집사와 함께 회자되는 안동의 인물로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라 물고요’라는 동요 작곡가로 유명한 권태호 선생도 있다. 권 선생도 목회자 자녀였다. 소천 권태호 음악관은 안동시 성곡동 문화관광지 내에 있다.

또한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는 안동에서는 유서깊은 서원들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병산서원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교적 건축물로서, 류성룡과 그의 셋째아들 류진을 배향한 서원이다. 사적 제 260호로 각종 문헌 1,000여 종 3,000여 책이 소장되어 있다. 도산면 토계리에는 퇴계 이황 선생의 가르침이 남아 있는 도산서원이 있다.

병산서원. 출처 병산서원 홈페이지
병산서원. 출처 병산서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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