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집-그곳에 가면 교회가 있다] 지리산, 구례제일교회, "지리산 아래 교회, 구례군의 벗이 되다"
[여름특집-그곳에 가면 교회가 있다] 지리산, 구례제일교회, "지리산 아래 교회, 구례군의 벗이 되다"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7.1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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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지리산 자락의 생명 있는 교회
‘이 땅에 복음을 심은 선교사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 지리산’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 누군가와 함께 산을 오르다보면 노고단에 이르기 전, 우거진 푸른 숲 사이로 선교사유적지를 발견할 수 있다. 목숨을 위협하는 풍토병을 피해 이곳에 오르면서까지 이 땅에 복음을 전하고자 했던 선교사들의 뜨거운 사랑을 묵상할 수 있다. 정성경 기자

6년째 진행 중인 구례장날 전도

섬기는 교회로 주민들의 칭찬 들어

 6년째 진행되고 있는 구례장날 전도에서 김명석 목사(왼쪽)와 성도. 정성경 기자

“시원한 차 한 잔 드세요.”

사람들 사이로 녹색조끼를 입은 구례제일교회 성도들이 깊이 머리 숙여 인사하며 구례시장을 찾은 상인과 손님에게 시원한 매실차를 내밀자 “감사하다”며 익숙하게 받아든다. 구례읍에 위치한 구례제일교회(김명석 목사)가 6년째 진행 중인 장날전도다.

3일과 8일에 열리는 구례 5일장은 예로부터 화개장터와 함께 영‧호남 장꾼과 손님들이 만나는 대표적인 시골장이다. 정성경 기자

지리산 아래, 3일과 8일에 열리는 구례 5일장은 예로부터 화개장터와 함께 영‧호남 장꾼과 손님들이 만나는 대표적인 시골장이다. 구례는 전라남‧북도, 경상남도 3도와 남원군, 장수군, 하동군, 함양군 5군이 만나는 교통요충지다. 구례 5일장에는 지금도 경남 하동, 곡성, 남원, 순천 등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느 장터보다 활기가 넘친다. 지리산 자락에서 채취한 약재나 재배된 각종 산나물과 들나물, 과일들, 섬진강에서 잡아 올린 민물고기나 여수에서 올라온 생선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장마철에도 불구하고 여러 지역에서 장터를 찾은 사람들과 곳곳에서 녹색조끼를 입은 구례제일교회 전도팀이 활기를 더하고 있었다.

김명석 목사는 “장날 전도를 하는 동안 한 번도 비가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이날도 함께 나간 10여명의 성도들은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교역자 한 명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옷을 준비했다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비옷을 벗었다. 정말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6년 동안 한 번도 쉰 적 없는 구례제일교회 장날 전도에 늘 김 목사가 동행한다. 만나는 이들마다 눈으로 인사하고, 성도를 만나면 반갑게 안부를 묻는다. 3도 5군에서 온 장꾼과 손님들이 김 목사를 알아본다.

구례군에서 1894년에 첫 예배를 드리고 1908년에 교회가 세워졌다. 이 후 교단분열과 교회분열의 역사를 겪었지만 교회로써의 자리와 역할을 감당한 구례제일교회는 현재 지역사회를 섬기는 ‘벗이 되는 교회’로 서가고 있다.

2013년에 구례제일교회에 부임한 김명석 목사는 사도행전 29장을 써나가는 교회, 성령이 이끄시는 교회가 되기 위해 ‘더불어 사는 교회’를 강조한다. 비단 김 목사만의 고민으로 끝나지 않고 성도들과 한마음으로 고민하고 노력 중이다. 그렇게 지역사회를 위해 어린이집과 무료급식사역, 노인대학 등으로 섬겨오고 있다.

구례제일교회의 노인대학은 구례읍을 비롯한 인근 7개 면의 행사다. 각 지역에 차량이 운행되면서 노인대학에서 지역민들은 이웃마을의 친구를 만난다. 차 운행을 놓치면 택시를 타고라도 참석할 정도다.

김 목사는 “노인대학은 어르신들에게 교양강좌나 특강, 건강교실로 운영되지만 그러한 문화 바탕엔 복음이 흐르고 있다”며 “이슬비에 젖듯이 예수님의 사랑이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례군 지역주민들을 위해 구례제일교회에서 진행하는 은빛한마당축제. 교회 제공

특별히 구례제일교회가 지역주민들에게 인정을 받는 행사 중 하나가 은빛한마당잔치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섬김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잔치를 벌인다. 올해에는 장수농악대의 풍물놀이와 구례군장애인복지관의 난타 공연, 국공립제일어린이집의 재롱잔치로 주민들과 함께 했다.

이러한 교회의 봉사는 여러 가지로 결실을 맺는다. 지난 2월 9일에는 새 성전 건축기공예배를 드렸다. 구례읍 입구에 세워질 새 성전은 1220평의 부지에 지상 4층 건물로 특별히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놀랍게도 교회 성도가 아닌 이들도 교회 건축에 돕겠다며 건축헌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김 목사는 “기독교는 의미의 종교다. 구속의 의미부터 시작해 그리스도 정신을 먼저 깨닫고 삶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시골이지만 제자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어린이집 사역과 장애복지 사역, 노인대학 등 구례군의 컨셉에 맞는 사역을 할 것”이라며 “새로 짓는 성전도 지역사회에서 문화 소통의 장으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특별히 구례군에 들른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을 밟는 것은 물론 노고단과 왕시루봉에 남아있는 선교사유적지다. 김 목사는 “지리산은 선교사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선교사 유적지에는 기독교 영성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했다.

선교사유적지에서 만나는

선교역사의 한 장면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 나뭇잎들 사이로 선교사 유적지가 보인다. 정성경 기자

1895년 유진벨 선교사를 비롯한 미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이 땅에 복음을 들고 찾아와 선교하면서 겪었던 큰 어려움 중 하나가 풍토병이었다. 1915년 유진벨 목사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인 6월말부터 9월 말까지 저온지에 피해 있다가 복귀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당시 통치기관인 조선총독부에 800m 고지 위 지리산 노고단에 대한 영구임대 계약을 맺고 1920년부터 교회 겸 숙소를 비롯한 50여 채의 집을 건축했다. 그때부터 노고단의 수양관은 선교사들의 생명을 보존시켜준 피난처로, 그리고 선교활동을 위한 재충전의 장소로 활용되면서 역사적인 일들을 진행됐다. 이곳에서 한글 성경번역과 주요 성경공부 교재의 번역이 이루어졌고 선교전략 계획을 수립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대해 오랫동안 조선인 강제노동력 착취나 호화별장, 일제 식민 잔재라는 오해로 공격을 받았다. (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전연합(공동이사장 인요한 소강석, 이하 보존연합)의 활동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추적해 1년 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일했으며,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하는 선교사들은 본국으로 추방되는 상황에서도 이 땅을 지킨 선교사들이었음을 알렸다. 전 국사편찬위원장인 이만열 박사는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는 꼭 기독교인뿐만이 아닌 우리 온 국민의 유적지"라고 한 바 있다.

노고단 수양관은 여순 사건과 6.25전쟁과 거치면서 예배당 벽채만 앙상히 남은 채 모두 폐허가 되었다. 전쟁 후 지리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노고단 쪽으로 등산로가 나기 시작하면서 왕시루봉 일대에 1961년 여름부터 목조와 토담집 다섯 채와 테니스장, 수영장, 천막부지를 조성했다. 1962년 7월 11일 서울대와 남장로회 선교부(대표 린턴과 하퍼)가 이때 마련된 12동을 관리했으나 계약기간이 만료돼 철거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2007년 설립된 보존연합의 활동으로 현재 유적지에 근대 사진자료와 선교사 유품을 전시할 기독교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리산 왕시루봉에서 만날 수 있는 선교사 유적지. 출처 (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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