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족
나의 가족
  • 오동섭 목사
  • 승인 2019.05.0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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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Boys and Peach 이중섭 1916/1956 출처 :  Korea Database Agency
Two Boys and Peach 이중섭 1916/1956 출처 : Korea Database Agency

“섭아. 무얼 해?”
“으응, 그림 그리구 있어.”
“무슨 그림인데 밤중에....”
“응, 우리 새끼 천당 가면 심심하니까, 동무하라고 꼬마들을 그려 넣었어. 천도복숭아 따먹으라고 천도도 그려 넣었어.”
 

이중섭은 사랑하는 아내 남덕과 결혼하고 첫 아이가 태어났지만 7개월 후에 감염병인 디프테리아로 사망하는 슬픔을 겪게 된다. 그 직후 그는 본격적으로 군동화(群童畵)를 그리기 시작했다. 군동화에는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거나, 발꿈치나 무릎, 발바닥 심지어 끈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는 그의 ‘가족도’나 그의 편지에 나오는 삽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그의 끊임없는 인간적인 접촉과 하나 됨의 열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중섭의 그림의 대표적인 주제는 ‘소’다. 이 주제에 못지않게 많이 그린 주제는 종이, 합판, 은지에 그린 ‘군동화’이다. 그에게 흥미로운 주제로는 그가 아내 남덕(마사코)과 연애할 때 보낸 ‘엽서 그림’과 신혼 때 주로 그린 ‘닭’이다. 무엇보다 이중섭에게 가장 소중하고 빛난 주제는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뒤 가족을 깊이 그리워하며 그린 ‘가족도’다.

Drawing on Aluminum Cigarette Packing Foil 이중섭1916/1956 출처 :  Korea Database Agency
Drawing on Aluminum Cigarette Packing Foil 이중섭1916/1956 출처 : Korea Database Agency

지인들에 의하면 그는 작은 종이나 나무판 등 어떤 공간만 있으면 그림을 끊임없이 그렸다고 한다. 과연 그의 내면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예술에 대한 열정은 어디에서 올까? 그는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그를 미치도록 그림을 몰입하게 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중섭의 작품 속 깊이 뿌리내린 심리적 동기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의 사랑과 보호 속에 살게 되면서 그의 어머니는 든든한 아버지이며 동시에 따뜻한 어머니 품이었다. 하지만 그가 어머니를 떠나 쓸쓸히 외가에서 살게 되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애의 갈망은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갈망은 자연스럽게 그의 아내 남덕과 아이들이 자신의 심층적인 결핍을 채우는 안전한 천국이 되었다.

놀랍게도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난과 처절한 가난과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이중섭이 그토록 순수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힘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그에게 ‘가족’은 현실의 고통스러운 환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기적적인 힘이 되었고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그러기에 가난으로 가족을 보지 못한 기간에 그의 삶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그의 생명력은 시들어갔다. 결국 그가 일본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 현실로 선명하게 다가오자 그는 삶의 모든 의욕도, 힘도, 이유도 사리지고 급기야 음식을 거부하게 되는 거식증으로까지 이어져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가족을 향한 그의 애절한 그리움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그려진 삽화 ‘길 떠나는 가족’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이중섭은 편지에서 아들에게 이렇게 쓴다. “아빠가 엄마, 태성이,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황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는 그림을 그렸다. 황소 위에는 구름이다”

A Family on the Road 이중섭 1916/1956 출처 :  Korea Database Agency
A Family on the Road 이중섭 1916/1956 출처 : Korea Database Agency

이중섭이 갈구하는 가족의 사랑이 그려진 그림과 쓰인 편지를 보며 궁극적인 사랑을 갈망하는 모든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인간은 사랑을 먹어야 사는 존재이다. 그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이든, 부부간의 사랑이든, 가족 간의 사랑이든지 사랑이 삶을 살아가게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누구나 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사랑받지 못한 존재야’라는 끊이지 않는 음성의 함정 속에서 살아간다. 그 음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든지 그 음성의 함정을 메우기 위해서 저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자신만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러한 모든 사랑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러기에 좀 더 궁극적인 사랑, 죽음을 이길 수 있도록 하는 사랑을 찾게 된다. 이중섭은 죽음 직전에 그 궁극적인 사랑을 갈망하며 친구 구상에게 고백했다. “제(第)는 여러분의 두터운 사랑에 쌓여 정성껏 맑게 바로 참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형의 지도를 구해 교회에 나가 제의 모든 잘못을 씻고 예수 그리스도님의 성경을 배워 깨끗한 새 사람이 되고 싶다”

이중섭은 자신을 화공 즉 그림 그리는 것이 천직인 줄 알고 오직 한길만을 걸으며 이 땅에 삶을 살다갔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마치 성직자의 길처럼 여기며 오로지 그 한 가지를 위해 살았다. 그가 화공으로서 한 길 살아갈 수 있는 힘의 근원은 ‘가족의 사랑’이었으며 ‘가족’은 그의 존재의 모든 것이었다. 화려한 것도, 자랑할 것도, 힘이 될 만한 것도 없었지만 그에겐 ‘가족’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하나님은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으로 부르셨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의 사랑으로 날마다 먹여주시길 원하시고 만나시길 원하시며 그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기를 원하신다. 그런 죽음같이 강한 하나님의 사랑이 오늘 살고 다른 이를 용서하며 서로를 품어주고 어떤 시련과 어려움도 견디며 살아갈 수 있게 한다. 5월의 하늘을 보며 그 사랑이 더욱 간절해진다. 나의 가족, 우리의 가족, 주안에서 모두가 한 가족이 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눈물이 보인다.

“너는 나를 도장 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 같이 팔에 두라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고” (아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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