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
  • 오동섭 목사
  • 승인 2018.05.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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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가끔 ‘고아’와 같이 버려진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 거친 삶에서 누구 하나 나를 위해 위로하거나, 보호해주는 이가 없어서 너무나 외롭고, 서글프고, 절망적인 순간 혼잔 말로 ‘아...나에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친구라는 말을 생각할 때면 함석헌 선생의 잘 알려진 글 ‘그 사람을 가졌는가?’의 첫 구절을 떠올린다. “만 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정말 나에겐 이런 친구 한 명이 있을까? 만약 누군가 인생에 이런 친구가 한 명만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요, 성공한 인생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19세기 말 영국의 뉴린화파(Newlyn School)를 세운 화가 월터 랭그리(Walter Langley)가 있다. 그의 작품에 대해 톨스토이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아름답고도 진실한 예술 작품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가졌다. 월터 랭그리는 영국 버밍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런던의 사우스 캥신턴(South Kensington)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고향인 버밍햄에 돌아가 석판화가로 활동을 했다. 이후 영국의 서남쪽 뉴린(Newlyn)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그는 평생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프랑스의 바르비종화파(Barbizon School)가 농촌의 일상을 주제로 그렸다면 그의 작품은 고기 잡는 어부들, 부두에 있는 여인들 등 전형적인 어촌의 일상을 매우 사실적인 표현으로 유화보다는 주로 수채화로 화폭에 담았다.

월터 랭그리의 ‘슬픔은 끝이 없고(Never morning wore to evening but some heart did break')‘라는 작품을 보고 있자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 작품 속에서 무슨 일인지 있었는지 한 여인은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그런 그 여인의 어머니인지 아니면 이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여인의 등에 나이든 여인이 손을 얹고 함께 슬퍼하고 있다. 두 여인의 뒤 동이 트는 새벽의 모습에서 아마 두 여인은 깊은 밤을 함께 지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긴 고통의 밤, 아마 그 여인 혼자였으면 저 검은 바다로 뛰어들었을 것 같은데 혼자가 아니었기에 그 여인은 새로운 새벽을 맞이할 수 있었다. 과연 그 밤사이에 두 사람은 어떤 말을 나누었을까? 슬픔에 빠진 여인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고통이나 현재 자신 앞에 닥친 말할 수 없는 삶의 무게의 괴로움을 토로했거나 그저 밤새도록 슬피 울었을런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죽을 것 같은 슬픔과 괴로움에 빠져 있는 여인의 등위에 놓인 따뜻한 손길이 결코 혼자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어 그 여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붙잡았다는 것이다. 한편 그녀 곁에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이든 여인은 자신도 그런 삶의 질고를 걸쳐 지금까지 삶을 살아왔기에 슬픔에 빠진 여인의 눈물을 온전히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나이든 여인이 그 여인을 향해 말을 했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래, 울어라, 실컷 울어라, 그렇게 울다보면 또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거야’ 마치 서로의 삶을 깊이 나누며 살아온 오래된 친구와 같이 두 사람은 슬픔과 고통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붙들어 주고 있는 모습이다.

 

월터 랭글리, '슬픔은 끝이 없고' (1894)
월터 랭글리, '슬픔은 끝이 없고' (1894)

구약에서 친구라는 표현 중에 200번 이상 사용된 말로 ‘아합’이 있다. 이 말의 뜻은 깊은 애정을 품은 사람이나 사랑하는 벗을 의미한다. 우리가 잘 아는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이 바로 ‘아합’의 관계이다. 신약에서 우정을 뜻하는 대표적인 말은 ‘필로스’인데 예수가 요한복음 15장에서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라고 할 때 사용된 친구가 바로 ‘필로스’이다. 예수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는 모든 사람을 나의 친구라고 선포한다. 이 말은 마치 내가 너희를 구원하겠다는 하나님의 전적인 구원의 은혜를 선포한 것과 같다. 이 선포는 우리의 영원한 친구로서 함께 걷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삶의 동반자로 살겠다고 약속하신 것이다. 슬픔에 잠긴 여인 뒤에서 아무런 말없이 함께 한 나이든 여인처럼 우리의 친구 되신 예수는 날마다 우리의 짐을 지고 우리와 동행하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신다. 그런 예수를 생각하며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 나의 모든 슬픔과 기쁨과 고통과 소망에 함께 동행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봄빛이 짙어가는 5월에 주님과 새로운 우정을 시작해 본다. 날마다 설렘과 기대함으로 그분과 동행하고 더 깊은 우정을 나누기 위해 내 마음을 열어 영원한 친구 되시는 주께 가까이 가길 소망한다.

 

 

 

오동섭 목사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스페이스 아이 대표극단 미목 공동대표
오동섭 목사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스페이스 아이 대표극단 미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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