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천국을 심다
M.K 천국을 심다
  • 김광영 지역기자
  • 승인 2019.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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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선교회 태국 파송 허수성 선교사를 만나다
허수성 선교사(오른쪽)와 가족
 허수성 선교사(오른쪽)와 가족

허수성 선교사를 만났다. 작년 1월 갑작스런 비보를 접한 후 처음 얼굴로 보는 날이다. 딸 아이를 갑작스럽게 먼저 천국에 보낸 뒤 태국 치앙마이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도시 딱(Tak)에 묻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 이 봄에 얼굴을 대하게 되었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하나? 그저 침묵하며 손을 꼭 잡아 주어야 하나’ 많은 생각들이 흘렀다. 하지만, 허선교사는 밝고 기운찬 목소리 따뜻한 허그로 첫 만남을 가졌다.

지난해 1월 14일 주일새벽 허 선교사의 차녀 ‘허은’이는 잠에서 깨어나 두 손을 가슴에 묻고 아픔을 호소했다. “아빠!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요”

평소 앓던 천식현상이라 생각해 천식 호흡기(Nebulizer)로 아이의 호흡을 완화시키려 애썼다. 보통 3번 정도의 호흡기 사용으로 잘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응급차를 부르며 긴박한 응급조차를 하는 사이 아이는 의식을 잃어갔다. 한번 보랏빛으로 얼굴빛이 변하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러 번의 인공호흡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으나 마지막 숨을 그렇게 거두고 말았다.

허 선교사가 젊은 시절 제자선교회(D.C.F) 간사로, 총신신대원 졸업 후 한국과 미국에서 목회하다 WEC선교회 태국 소속 선교사로 부름 받아간 딱(Tak). 지난 190년 전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으나 현재까지도 0.9%의 복음화의 불모지. 미전도종족으로 칭해지는 태국 땅에 교회 개척과 차세대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 매진하던 어느 날의 일이다.

어린나이로 태국의 딱(Tak)지역에 천국의 씨앗으로 묻힌 아이, 그 황량한 현실 앞에서 허 선교사는 말한다. “나의 아픔이 1이라면, 하나님은 100이라는 은총으로 덮어주셨어요.”

미국 영사는 본국으로 소환하여 장례절차를 밟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아내이자 엄마인 허인영 선교사는 말했다. “만약 은이 몸을 미국으로 가져가 거기에 묻는다면, 아마 두 번 다시는 이 태국 땅에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이의 몸을 미국에 홀로 남겨두고서 여기 태국에 다시 돌아와서 사역할 수는 없어요.”

그렇게 장지와 장례절차를 고민하는 중 허수성 선교사의 마음에 하나님의 뜻이 들어왔다.

“태국을 위한 천국의 씨앗(A Seed of the Kingdom of God for Thailand).”

 

허선교사가 적은 허은양의 삶과 선교이야기 책자
허선교사가 적은 허은양의 삶과 선교이야기 책자
허선교사가 적은 허은양의 삶과 선교이야기 책자
 허 선교사가 적은 허은양의 삶과 선교이야기 책자

 

그리하여 채 피어보지 못한 꽃처럼 일찍 부름 받은 은이를 태국 땅에 묻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주님은 항상 좋은 분이시다(God is Good. All the Time)”

허 선교사가 사역했던 ‘콩윌라이교회’의 K군은 십대 중반 고등학생임에도 학교를 다니지 않고 마약을 하며 주변의 친구들과 나쁜 짓으로 부모와 주변인의 걱정거리였다. 그런데 이 장례식을 마친후 K군의 엄마가 소식을 전해왔다.

“아짠(Azzan-태국어로 선교사나 목사를 부르는 말)! K가 다음 주부터 교회를 오겠다고 결심했어요. 교회를 권유해도 외면하던 아이가 그 장례식 이후 스스로 먼저 교회를 가겠다고 말했어요.”

그 장례식 후 은이가 다녔던 ‘그레이스 국제학교’에 아이의 유품을 가지러 갔다가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장례식 후 진행된 영성강조주간 동안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찾아와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며 회개하고, 선교사 자녀로서 자신들의 삶들을 진지하게 되돌아 봤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서 미국에서는 ‘허은장학재단’이 세워지게 되었다. 단지 부부가 그 땅을 떠나면 거기서 사역이 끝나는 한 세대 사역이 아닌 적어도 3세대까지 ‘백년지대계’로 기독교정신의 교육기관에 대한 모금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태국은 만 3세 이상 유치원에 보낸다. 공립유치원에 가면 매일 아침저녁 불상에 절하고 불교경전과 교리를 배운다. 태국의 사원과 절에서도 초등 교육과정 학교를 운영한다. 이러한 불교교육은 전 학년에 거쳐 강화되고 불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태국 최초 선교사들은 주료 의료사역을 중심으로 병원설립으로 영향을 끼쳤으나 교육선교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수십년 후 교육선교에 관심을 두고 기독교 학교 건립에 관심을 두었으나 대부분 수도 방콕이나 외국인 밀집지 치앙마이에 집중되어 외곽지역과 중소도시에는 기독교학교를 찾을 수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허은'양의 죽음이 ‘허은장학재단’ 설립을 이루고 태국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독교 교육기관을 세우는 일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그레이스 국제학교 밴드부와 합창단의 ‘팀 콕킹’ 선생은 친히 은이를 기억하며 추모곡을 작사, 작곡했다.

“때로 우리는 구부러지고 때로 우린 깨어지고 우리가 심지 않은 것을 거두기도 한다네 결국 우리 모두는 깨어지기 쉽다네. 먼지에서 왔으니 먼지로 돌아갈 거야...(중략)...어두움이 변하고 눈물이 그쳤을 때 우리는 다시 한번 더 빛을 볼 수 있겠지. 어떨 땐 부서지고 또 어떨 때 구푸려진 후 깨어진 조각들이 다시 모여졌을 때 잔잔한 공간에 모두 여전히 서 있네 (제목: 모두 여전히 서 있네_ 허은을 기억하며)”

허은 양의 페이스북 마지막 글귀는 이것이다.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될 꺼야, 나는 오직 하나님만을 신뢰할 거야(I wanna be a better person, I only trust God).”

그렇게 하나님을 신뢰하고, 선교사의 자녀로 살다간 한 소녀의 죽음을 하나님은 결단코 헛되이 하지 않으신다. 자녀를 태국 현지에 묻고서, 지금도 태국의 복음화를 위해 일하는 허선교사 부부의 삶도 주님은 결단코 허비하지 않으신다.

딸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이후 되어지는 모든 일들 속에 오직 하나님의 주권만을 바라보며 허 선교사는 말한다. “이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This is not my business).”

사순절 기간에 우리는 주님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한다. 고난을 통해 영광 가운데로 들어가신 주님처럼 태국의 선교지에 묻혀 주님 품에 안긴 딸로 인해 더욱 복음 전파의 영광스러움을 보고있는 한 선교사의 고백이 이토록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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