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저 눈을 깜박 일수만 있어도
[기자수첩] 그저 눈을 깜박 일수만 있어도
  • 김광영 지역기자
  • 승인 2019.05.2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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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영 기자수첩

패션잡지 엘르(ELLE) 편집장 출세가도를 달리던 장 도미니크 보니,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20일 뒤 깨어났지만 몸은 잠수종에 갇혀 꼼짝도 못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왼쪽 눈을 깜박이는 일뿐이었다. 절망에 빠져 죽고만 싶던 그는 눈을 깜박이는 것만으로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13개월에 20만번 눈 깜박임으로 언어치료사 도움으로 130쪽에 달하는 자서전 <잠수복과 나비>를 탈고한다.

- 오병곤·홍승완 공저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pp.8~9.

살면서, 내가 기록하고 남겨야할 이야기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새벽, 시계의 초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바쁜 낮에는 크게 들리지 않던, 잔잔히 계속 되었던 그 소리가 들린다. 심장소리도 그렇다. 열심히 뭔가에 집중할 때 언제 심장소리를 들으랴. 고요한 밤. 모두가 잠든 시간 심장 두근거림이 들린다. 내 영혼의 맥박소리는 어떤가? 글쓰기는 그 맥박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다. 바쁨 속에 잊혀진 내 삶의 질문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시간이다. 삶이란, 사랑이란, 죽음이란, 의미란 무엇인가? 그 질문들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그 질문들에 답해야하고, 또 미봉책이나마 작은 해답을 갖고 있어야 하는 시간을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요구받게 된다. ‘'한사람이 죽으면 하나의 도서관이 불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만큼 삶은 많은 가치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말이다 . 분주한 삶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할 마음의 공간이 트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눈만 깜박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고 그 가치를 남길 큰 물음앞에 던져지는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루터기만 남은 일회성이라는 밭만 보고, 자기 인생의 수확물을 쌓아놓은 과거라는 충만한 곡물창고를 간과하고 잃어버리려는 경향이 있다. 나이든 사람을 불쌍히 여길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젊은이들이 나이든 사람들을 부러워해야 한다. 미래도 기회도 없어도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다. 과거속의 실체, 실현시켰던 잠재적 가능성들, 성취했던 의미들, 깨달았단 가치들을 가지고 있다.

오늘 우리가 눈만 깜박일 수만 있다면, 세계 속에 살면서 날줄과 씨줄로 얽혀진 자신의 삶의 가치를 적어볼 수 있다.  또 나의 심연에서 나온 내면의 목소리로 세계의 모습을 통찰하며 말을 건넬 수도 있다. 파스칼의 말처럼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갈대처럼 바람에 눕고 휘둘리는 연약한 존재이기도 하나, 생각하고 질문하며 통찰하기에 그 무엇보다 위대한 존재이다. 오늘이라는 시간 우리의 인생의 소중한 깨달음과 순간들을 짧은 글이라도 남겨보면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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