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여측이심(如廁二心)’, ‘감탄고토(甘呑苦吐)’
[주필칼럼] ‘여측이심(如廁二心)’, ‘감탄고토(甘呑苦吐)’
  • 이창연 주필 장로
  • 승인 2018.11.28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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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직필(正論直筆)’을 외치는 나부터라도 이웃사랑에 힘쓰며
달든 쓰든 뱉지 않고 정직하게 바르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예부터 ‘화장실 갈 때와 올 때의 마음이 틀리다.’라는 말을 사자성어로 ‘여측이심’(如廁二心)이다. 무릇 아쉬울 때는 급하게 매달리다가 아쉬울 게 없어지면 이내 마음이 바뀌는 일반적 현상을 일컫는다. 쌀쌀한 계절 초겨울이 다가와 비록 멀어질 선풍기 일지라도 그토록 푹푹 찌던 기록적인 폭염에 에어컨 이상으로 밤새도록 몸 가까이서 극한 열대야를 식혀주던 선풍기를 이젠 내년 여름철에 쓸 때까지 살갑게 보관하기 위해 정성껏 잘 닦아서 챙겨둬야 할 때가되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동안 더위를 쫓으러 선풍기를 켤 때는 늘 차분히 손으로 전원 스위치를 눌렀지만, 선풍기를 끌 때는 너나할 것 없이 시답잖게 여겨 으레 발로 스위치를 끈다. '여측이심’ 이다. 올여름에는 아예 발로 켜고 끄는 ‘풋 터치 선풍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무릇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甘呑苦吐)하듯 신종선풍기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한다. 편하면 다냐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초여름 날. 뉴스초점이 싱가포르에 쏠렸던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흙 수저로 여겼던 민초들의 돌풍으로 집권여당이 전국적으로 압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궤멸(潰滅)의 수순(手順)을 밟게 된 야당후보는 유례없는 대참패를 했다. 선거 때마다 겪는 우리 정치권 특유의 오래된 관행(慣行)이지만, 그동안 일궈낸 업적 따위는 간 곳 없고 ‘여측이심’같이 뱉어 버린 모양새다. 정치권 무리보다 더한 경우가 프로스포츠 세계에서도 흔하게 본다. 특히 프로야구 감독 경우는 지난 몇 시즌동안 가을야구시즌에 우승문턱까지 갈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지라도 최근성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 팀을 이끌던 감독은 곧장 ‘명장(名將)에서 패장(敗將)’이 되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버리는 구단(球團)과 팬들의 따가운 눈총 속에 모든 책임을 지고 독배(毒杯)를 드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는 경기 중에라도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나는 ‘여측이심’의 냉혹(冷酷)하고 서글픈 현장모습들을 오랜 날 동안 프로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수많은 팬들이 지켜봐 왔다. 프로축구도 마찬가지다.

최근 어느 교회로부터 들리는 이야기가 이 같은 모양새를 꼭 빼닮아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교인들에게 존경받으며 멀쩡히 시무중인 담임목사가 20년을 채워 원로가 되면 대우문제가 부담이 된다고 온갖 구실을 내걸어 밀쳐내려고 갑질(?)하는 금수저 장로들과 흙수저가 된 목사가 밀당(밀고 당김)을 했다고 한다. 이를 본뜬 뭇 교회 장로들도 담임목사 조기은퇴를 추진하는 ‘여측이심’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하니 한심하다. ‘감탄고토’다.

어느 때보다 한국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모두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저절로 변화가 이뤄지진 않는다. 무더위가 지나간 결실의 계절을 맞아 시원한 초가을 바람이 부니 마음속까지 시원하다. 그러나 우리마음속 무더위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 지난여름의 찜통더위를 식혀준 선풍기를 살갑게 닦아 챙기면서 나만이라도 먼저 ‘여측이심’(如廁二心)을 버려야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을 외치는 나부터라도 이웃사랑에 힘쓰며 달든 쓰든 뱉지 않고 정직하게 바르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말로만 민심은 천심이라 떠들어 대는 정치꾼들, 승패에 목숨을 건 감독들, 은퇴를 걱정하는 흙수저 목사님들, 다 불쌍하지만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아야한다. 더불어 이제부턴 고마운 선풍기를 발로 끄지 않고 손으로 끈다는 것까지 곱씹으며 이웃들에게 질문한다. “아직도 선풍기를 발로 끄십니까?”

남 흉보기 좋아하고 잘잘못 캐기에 이골이 난 사람 치고 스스로 흠 없는 사람도 찾기 힘든 세상이다. 남에게 손해도 안주고 이익도 안주는 사람, 마음은 제일 착한사람, 그러나 자기에게 불이익이 올까봐 약자의 편에는 서보지 못한 소신 없는 사람, 평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나라도 거덜 내고 자신도 망치는 충신(?)보다 오히려 앞에서 쓴 소리하는 사람이 훨씬 더 충성스럽다. 바울과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만났지만 한사람만 천국 백성이 되었다. 언제나 진리의 편에 서라.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방송국 재단이사

보성평생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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