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회지만 개혁하지 않는 한국교회
개혁교회지만 개혁하지 않는 한국교회
  • 정세민 기자
  • 승인 2018.11.01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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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1주년, 다음세대가 바라는 한국교회의 미래는 무엇인가
교회가 세상적 성공을 기독교적 성공으로 왜곡, 청년들에게 반감
제네바 종교개혁기념비. 왼쪽부터 파렐,칼뱅, 베즈, 녹스 석상. 출처 픽사베이
제네바 종교개혁기념비. 왼쪽부터 파렐,칼뱅, 베즈, 녹스 석상. 출처 픽사베이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가 풍성히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한국교회가 어떻게 개혁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기 힘든 실정이다. 오히려 한 대형 교회의 세습으로 인해 교계와 사회가 홍역을 치렀고 아직도 그 후유증이 계속 되고 있다. 사회에서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가 교회 내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지점이다.

더욱이 목회자를 교육하는 신학교에서는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신학교 졸업자들이 사역지가 없어서 목회를 포기하는 상황이고, 새로 개척한 교회도 상당수가 문을 닫는 실정에서 신학교육의 미래도 어둡기만 하다. 게다가 교회가 사회의 변화 속도에 뒤처지다보니 교회의 내일을 책임질 다음세대인 청년이 점점 교회에서 멀어지고 있다. 과연 다음세대는 한국교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개혁하는 한국교회의 미래상을 박진석 목사(본지 상임이사)의 사회로 남기평 총무(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최규희 목사(직동교회), 정진회 목사(샘터교회), 임준형 간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좌담회를 통해 들어보았다.

왼쪽부터 남기평 총무, 임준형 간사, 최규희 목사, 정진회 목사, 박진석 목사
왼쪽부터 남기평 총무, 임준형 간사, 최규희 목사, 정진회 목사, 박진석 목사

박진석 : 과거 한국교회는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 청년들의 활동영역이 많았다. 민주화 운동에서부터 ‘경배와 찬양’같은 찬양집회도 젊은이들로 붐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교회에서 다음세대가 설자리가 좁아졌다. 이전에는 선교단체가 이들을 흡수해 선교사 파송과 같은 많은 역할을 했으나 이제는 그것마저 어려워 보인다. 대체 그동안 한국교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남기평 :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여러 가정들이 파괴되고, 청년들의 취업문제가 있는데 교회가 해답을 주지 못했다. 지금까지 번영신학과 기복신학의 성과가 눈으로 보여져왔으나 1997년 이후 신화가 깨어져갔다. 따라서 기도나 종교적 방법보다 열성적으로 스펙을 쌓거나 세상적인 것들을 취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이후 핵가족 중심이 되면서 네트워크가 헐거워졌다. 그래서 교회만 다녀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청년들에게 생겼다. 이는 근본적으로 문화가 바뀐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교회는 기존의 문화를 강요하고 전도하다 보니 전형적인 가정형태만이 교회에 흡수되고 그 이외의 사람은 적응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최규희 : IMF 시기만 해도 선교단체 동아리 실이 학생들로 넘쳤다. 96,97년은 학생운동 끝물이다. 그간 학생회는 운동권이 차지했으나, 2000년 전후로 학우들의 복지로 방향이 바뀌었다. 그전엔 청년들도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고, 선교단체도 선교라는 거시적인 담론을 가지고 있었으나 스펙 쌓기, 개인의 성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청년들의 의식 전환이 있었다. 갑자기 청년들이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사회적인 변화가 주된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사회의 성공이 교회 안에 들어와 많은 청년이 '그렇다면 기독교적인 성공은 무엇인가? 헌신하던 친구가 대학을 못가고, 공부만 하던 친구가 대학 잘 가는 상황에서 기독교적인 성공은 무엇인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건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생기면서 많은 청년이 이탈하게 되었다.

정진회 : 8,90년대 초까지 청년들의 에너지는 굉장했다. 80년대는 대학만 가면 취업이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것 다 해도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IMF 이후 청년들의 에너지가 없어졌다. 대학생이 많아지고, 대학도 많아지고, 졸업하는 사람도 많고, 취업문은 좁아지고, 경쟁은 심해졌다. 사회적으로는 IMF 터지면서 청년들이 진출할 문이 좁아지면서 3포 세대 청년들이 등장하는 등 다른데 눈 돌릴 에너지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교회는 여전히 청년들에게 에너지만 요구하고, 헌신 봉사를 요구했다. 청년들이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모든 것을 다 하는 구조가 계속됐다. 청년들의 상황도 바뀌고, 내적 감정도 바뀌었는데 교회는 청년들에게 에너지를 계속 요구했고, 따라서 청년들이 굉장히 지치게 되었다. 교회가 뭘 못해서가 아니라 청년들에게 과도한 헌신을 요구한 것이 잘못이다. 그리고 청년에 대한 캐어가 없었다. 청년들이 자포자기를 하는 가운데 교회는 청년을 돌보는 체제를 갖추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냥 굴러가고 있다. 교회가 세상이 어려운 걸 모른다. 이제는 청년이 교회를 떠나서 돌볼 청년이 없다.

임준형 : 한번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와서 “전도사님, 저 이제 교회 못나올 것 같아요. 주말에 아르바이트 할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안하면 용돈으로 쓸 돈을 구할 수 없어요”라고 말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돈과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나와서 받는 신앙의 감격, 이 두 가지가 비교대상이 되도록 만든 것은 교회이다. 교회 안의 성공주의, 이것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의 성공이 교회가 말하는 성공과 다들 바가 없다고 받아들여졌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게 하나님께 영광이라 했고,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서 자랑스러워하는 친구들도 봤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분위기 때문에 청년들이 교회에서 떠나간다는 걸 눈치 채서 대응했다면 달라졌을 텐데 교회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박진석 : 청년들이 교회에서 멀어진 이유를 말씀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왜 변하지 않고 있나? 왜 청년들을 붙잡지 못하는가?

최규희 : 청년, 젊은이들, 중·고등학생이 기독교에, 교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종교인들의 모습은 너무나 부정적이다. 우리 현실이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교회 다니는 것이 부끄러움이 된다. 선교단체에서 활동한다는 것도 당당하게 말하기 어렵게 될 정도로 기독교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

정진회 : 위기의식이 없었고, 대응을 못했고, 이는 교회 내의 뿌리 깊은 유교문화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을 치르면서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 부모가 교회를 다닌다고 자식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요새 아이들은 자기가 싫으면 안 나온다. 부모가 교회를 다니는 아이들도 교회가 못 잡는데, 부모가 교회도 안다니고 자기도 교회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나오게 하나?

임준형 : 왜 교회를 안 나오느냐 물으면 “재미없어요”라고 대답한다. “교회는 우리가 하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은 교회를 항상 수동적으로 다니는 곳으로 받아들인다. 교회가 가진 정치구조적 문제는 당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당회에서 무엇을 결정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교회에 나온다고 뭘 할 수 있는가? 봉사밖에 없다. 교회는 그냥 일시키고 재미없는 곳이고, 친구 만나러 나오는 곳이다.

정진회 : 청년부 재정을 독립시키자는 제안을 했다가 장로님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을 두려워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느낀다. 예배시간 예배장소도 당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교회 어른들이다. 시스템적 문제다.

임준형 : 기득권 세력이 된 것이다. 그것을 내어놓기 싫어한다. 가진 사람들이 되었다. 여성총대를 반대하는 총회 반응을 보면서 경악했다. 정치구조상 기득권에 모든 결정권이 몰려있는데 이것을 놔라 했을 때 전혀 듣지 않는다.

정진회 : 교회의 밑바닥 정서는 교회개혁에 관심 없다. 교인들의 관심은 신앙생활 잘 하다가 천국 가는 것이다. 목사가 교인을 가르칠 때 예수 믿고 복 받고, 천국 간다는 기복신앙을 가르쳤기 때문에 십자가를 지고 자기를 부인하는 기독신앙의 본질이 전달되지 않았다.

최규희 : 교회 개혁은 목사 개혁이다. 대형교회 위주의 총대구성이 문제이다.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총대 구성이 다양해진다면 정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노회에서 보내는 총대구성이 성인남성으로 집중되어 있다. 총회가 이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정진회 : 개인으로부터, 개교회로부터 개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총회를 개혁해 보려는 사람들도 총대가 되고나면 이상해진다. 총회정치 안하는 대신 개 교회를 바꾸고 개 목회자가 바뀌는 운동을 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밑바닥에서부터, 목사 한 사람부터 바뀌는 운동이 있어야 한다.

 

더 이상 교회는 젊은이들이 절박할 때 찾아가는 곳이 아니다

교회는 ‘무엇이 문제인가’ 인식부터 시작해야

박진석 : 한국교회는 다 교회 중심적이고, 장로교건 감리교건 다 보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교회에선 500년 전 종교개혁자들의 개혁정신이 다 묻혀 버렸다. 그래서 청년들이 다 떠나버렸다.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인식하지 못한데서 나오는 개혁동력 부족이었다. 한국교회 개혁의 궁극적인 방향은 무엇인가?

남기평 : 한국교회는 개혁 아젠다 자체가 없는 것 같다. 표어만 있고, 구호만 난무한다. 청년들을 교회지도자로 길러줄 장치들이 있어야 한다. 교회정치가 꾸준히 장기적으로 사람을 길러내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2012년 미국연합감리교회 총회에 초대받았는데 청년 총대들이 연회장에서 1시간 반 동안 토론을 이어가더라.

정진회 : 기득권자가 되어버렸다는 데에 동의한다. 담임목사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목사가 문제인데 목회자가 정체되니까 꼰대들이 주도하는 교회가 됐다. 담임목사로 가는 사람들이 쫓겨나면 갈데없고, 다시 개척하기도 어렵고하니까 10,20년 목회 잘하고 은퇴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교인의 평균 연령도 늘었다. 젊은 목회자들이 작은 교회 운동을 벌여 개척하고, 젊은 교회 운동을 해야 한다. 대안운동을 하지 않으면 개혁은 안 된다.

남기평 : 한국교회는 사회와 대화할 용의가 있는가? 사회개혁의 종착점이 교회라 생각한다. 교회가 ‘시민사회와 더불어’란 말이 모순적이다. 교회가 지역을 점유하면서 전혀 지역에 봉사하지 않는 상황이다. 공교회성을 확보하기 위해 드러내지 않고 어떻게 신앙의 방식이 사회와 접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다. 일반인들이 철학자가 전하는 바울은 읽는데, 우리가 전하는 바울은 읽지 않는다. 우리 기독교는 얼마나 사회와 소통 가능한가? 세상은 민주적으로 되어 가는데 교회는 여전히 소통불능이다.

정진회 : 한국교회는 사회개혁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교회가 사회를 바꾼다면 교회가 사회를 정복하거나 점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 교회는 독불장군이 되어 이상한 길로 가고 있다. 오히려 교회는 망할 때가 됐다. 사실은 한번은 죽어야 다시 밑바닥에서부터 새로워질 수 있다. 그때에야 사회운동과 결합할 수 있다. 지금으로는 교회가 사회개혁을 논할 수 없다. 이제는 교회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넘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굉장히 부정적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인문학적인 접근, 사회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아예 없다. 교회가 밑바닥에서부터 바뀌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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