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에 커피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즐겨 드시는 목사님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카페목회’란 이름의 개척교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교회 로비를 카페로 꾸민 교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사회에 불어온 카페열풍과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 1층에 카페가 자리를 잡으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중형교회 이상의 교회들(이런 표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요)이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지역 상권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전에는 예배를 마친 교우들이 교회 근처의 카페를 이용하였는데, 교회 안에 카페가 있다 보니 교회 근처에 있는 카페들의 어려움이 증가되었습니다. 그리고 가격을 저렴하게 파는 것도 일반 카페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좋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교회는 선교와 봉사를 목적으로 존재하는데 오히려 지역 상권에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카페목회’란 이름으로 개척교회를 시작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카페공간에서 목회를 하다보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보다는 오히려 목회와 카페영업 모두 어려움을 겪는 일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카페공간에서 예배를 드릴 수는 있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들이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카페를 통해서 사람을 사귀고 그에게 복음을 전해서 교인이 되도록 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고 그에 비해서 더 많은 문제들을 야기할 것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카페목회를 시작한 목회자들의 경우 몇 년 운영하지 못하고 카페와 목회를 포기하는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회들이 ‘카페’공간을 활용하여 목회와 선교 그리고 교육의 장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카페교회’가 하나의 개척교회의 모델로 자리잡아가는 것도 분명한 현실입니다. 그 가운데 우리는 카페교회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할 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10년 이상 ‘커피마을’이란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면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커피마을’은 제 목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이며 동시에 사역입니다. 그 공간을 통해서 신앙공동체가 아름답게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친구가 되고 있습니다.
교회 카페는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대답을 저는 엉뚱하게도 경복궁 옆에 자리한 사찰을 방문하고 얻게 되었습니다. 경복궁 돌담이 시작하는 어귀에 자리한 사찰의 1층에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쪽에는 잘 꾸며진 커피바가 있고, 사찰용품들과 서적들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사이로 작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는데, 그 카페를 통해서 부처님을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카페는 불교문화를 좀 더 친숙하게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교회는 주로 목사의 설교를 통해서 예수님을 전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서 예수님을 보다 친숙하게 소개할 수 있다면, 교회카페는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것입니다.
저희 교회 교우들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 뒤에 교회 카페에 제일 먼저 옵니다. 제가 타준 커피를 마신 뒤에, “이야, 드디어 제가 집으로 왔네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제 커피가 다른 곳의 커피보다 맛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함께 커피를 마시고 교제를 나눈 ‘커피마을’이란 공간이, 그리고 그 커피가 사람들에게 고향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렇게 교회 카페가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을 담은 한 잔의 커피, 그 커피를 내리고 그 커피를 서비스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