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목회모델] "커피, 나무, 치유"
[미래세대 목회모델] "커피, 나무, 치유"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1.05.04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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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복음의 향기 나누며,
목수가 되고 싶은 목회자
참포도나무교회 안준호 목사
직접 제작한 커피 트럭 앞에 선 안준호 목사. 최상현 기자.

“일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예수님을 조금씩 알 것 같았어요. 신학교, 교회에서 만난 예수님이 아니라 노동 중에 만난 예수님. 그 분은 저를 비난하지 않으셨어요. 저와 함께 하고 계심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목수가 되었고, 직접 나무를 사서 제작을 하다 보니 실력이 계속 향상됐어요.”

안준호 목사는 바리스타로, 목수로, 청년들에게는 든든한 형으로 살고 있는 목회자다. 그는 2004년, 일산에 교회를 개척했지만 2년 간 단 한명의 성도도 등록하지 않았다. 안 목사는 당시 설교를 할 때마다 ‘너나 똑바로 살아라, 너도 안 믿으면서 소리만 지르고 있냐?’는 마음의 소리에 시달렸다고 회상했다. 전도도 안 되고, 사람도 없고, 설교도 지속할 수 없었다.

“제 목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부흥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님을 따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진 것을 나눠주면서 더불어 살자’는 메시지만 전했으니까요.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나는 어떤 목회자가 될 것인가?”

안 목사는 고민 끝에 어린 아이들의 친구, ‘골목 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교회 공간을 북 카페처럼 꾸미고 매일 1시간 학교를 열어 중학생 아이들을 양육했다. 매일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는 밥상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밥값이 필요했다. 그래서 안 목사는 마을을 위한 카페, ‘커피 마을’을 계획했다.

커피마을 카페와 참포도나무교회 입구 전경.

“어린이 북 카페를 방문한 어머니들에게 커피 한 잔을 권하고 이야기를 들어드렸는데 펑펑 우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제게 쏟아놓으셨던 거죠. 마치 쓰레기를 통에 버리듯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내가 당신보다 더 큰 죄인이다. 예수님은 당신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돌아가셨으니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라’고 말해주곤 했습니다.”

안 목사는 그렇게 동네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카페를 운영하며 번 돈으로 다음 세대를 양육했고, 독학으로 목공 기술을 익히며 기술을 갈고 닦았다. 그때 만난 청소년들은 10년이 흐른 오늘, 교회의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 함께하고 있다.

젊은 목사가 보기 좋네

안준호 목사가 카페 앞에서 목공 작업을 하고 있을 때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목수여?”

“목수가 되고 싶은 목사입니다.”

“젊은 목사가 보기 좋네.”

안 목사는 그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목회를 하면서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나가던 어르신의 한 마디, 보기 좋다는 그 말 한마디가 제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모릅니다. ‘첫 칭찬’이었거든요.”

안 목사는 그렇게 만난 어르신들과 한 시간씩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나무를 자르고 붙이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러자 성경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수님은 설교를 하신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셨다는 것을, 삶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친구가 되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깨달았다.

길 목공소 작업 현장.

물론 육체적으로는 매우 힘들었다. 일이 끝나면 자정이 되어 있었고, 새벽까지 설거지를 할 때면 속에서 쓴 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안 목사는 건물 지하에 참포도나무교회 예배당을 만들고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 나무를 정성껏 다듬어 구석구석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카페에서, 목공소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 가정씩 등록하면서 예배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16년 4월 16일, 안 목사는 카페 문을 닫고 팽목항으로 내려갔다. 5분에 한 대씩 앰뷸런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팽목항에 멍하니 서서 차마 말할 수 없는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안 목사는 바다에 커피와 초콜릿을 뿌린 후 기도했다. 그때 한 다큐멘터리 PD가 다가와 “왜 이곳에 왔느냐?”고 질문했다. “너무 미안해서요. 어느 누구도 자기 책임이라고 말하지 않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하러 왔습니다.” 안 목사는 정기적으로 세월호 생존자 아이들을 만나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팽목항과 진도 체육관에서 유족들에게 커피와 와플을 대접했다. 와플과 커피를 먹는 그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쉬어가는 유족들의 모습을 보며 안 목사는 조용히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한편, 안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선교와 목공’이라는 강의를 개설해 4학기 동안 실전 목공을 가르쳤다. “저는 신학생들에게 ‘말’은 쉽지만 ‘살아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한국 교회는 말과 삶의 괴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저는 그 해결책을 ‘노동’에서 찾았습니다.”

자립하는 신앙인

안준호 목사는 차량을 개조한 ‘커피 트럭’을 직접 제작했다. 그는 트럭을 몰고 각종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드라마, 영화 촬영 현장, 학원가, 교회를 돌며 커피를 팔았다.

안 목사는 교회가 가난한 성도들의 실제 생활과 먹고 사는 문제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기술과 사업 및 실무의 전반을 가르쳤다. 또한 도전할 수 있는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 발돋움 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주었다. 그 결과 청년들 스스로 공작소를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12일, 안 목사는 세 번 째 트럭을 만들어 한국 교회와 공유하는 광고를 냈다. 3호 차량은 개교회의 후원으로 제작 및 운영되는 커피 트럭으로, 농어촌 교회와 각 지역교회를 돌며 복음 전도를 돕는다.

“커피 트럭이 장터나 시골 마을에 들어가면 매우 반응이 좋아요. 평생 카라멜 마끼아또를 드시지 못한 분들도 계신데 맛있는 커피를 대접해드리면 참 많이들 좋아하시며 한 바탕 축제의 장이 열립니다. 지역 사회에 교회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효과도 있지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인데 42명이 함께 하시기로 했습니다.”

카페 맞은편에 있는 ‘길 목공소’에서는 청년들과 마을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안 목사에게 목공 기술을 배우고 실습을 진행한다.

“목공이 좋은 이유는 단기적으로 성취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 시간 정도 일하면 결과물이 만들어져요. 자신만의 가구가 생기는 거죠. 나무 재료가 주는 기쁨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어 삶을 살아볼 수 있어요. 특히 청년들에게 이점을 강조하곤 합니다. 타인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삶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신앙을 지킬 수 있는 것. 자립하는 신앙인! 너무도 중요합니다.”

안 목사는 바쁜 와중에도 매일 새벽 예배를 인도하고 유튜브로 송출한다.

유튜브 예배 송출 장비를 소개하는 안 목사.

“코로나 이후 유튜브를 통해 예배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월-금요일에는 새벽 예배를 드리는데 일과 목회를 병행하는 것이 바쁘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이중직 목사라고 소개하지 않아요.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시대에 한국 교회가 어떻게 복음을 증거할 수 있는가? 어떻게 교회가 자립할 것인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질문이 더 중요해요. 재정적 자립이 안되면 목회자가 스스로 일을 해 나가야지요.”

안준호 목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이는 낮은 문턱의 교회를 꿈꾼다. 커피를 내리고, 나무를 다듬으며 오늘도 기도한다. 마을을 소생시키는 교회,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회복시키는 교회가 되기를.

그는 오늘도 길 위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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