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논문] 한국교회의 변화: 사이버공간과 종교공동체
[이달의 논문] 한국교회의 변화: 사이버공간과 종교공동체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04.1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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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용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한국교회의 변화: 사이버공간과 종교공동체

이 논문은 사이버공간 내 새로운 종교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이버공간은 컴퓨터 통신을 매개로 형성된 사회관계이다. 21세기를 전후로 사이버공간에 대한 신학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미국에서는 제니퍼 콥이 사이버신학 담론을 주도했고, 한국에서는 최인식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 대한 두 사람의 논의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현대 기술 문명과 그 결과로 등장한 사이버공간 등이 미래사회 큰 변화의 요소가 될 것을 두 학자 모두 인정했으나 그를 수용하는 강도에서는 전혀 다른 길에 서 있었다. 콥은 사이버공간을 은총을 위한 매체로까지 해석하며 적극 신학의 주제로 수용한다.

영육의 이분법이 해소되는 유비적 세계로 사이버공간은 신의 은총을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은 사례가 된다는 판단에 의해서이다. 반면 최인식은 존재의 신비와 실존적 자아가 실종된 테크노신학만으로는 기독교 신학의 본질을 회복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는 테크노신학에 함몰하기보다는 통나무신학, 즉 신학의 본류로 복귀하는 것이 이 시대 올바른 신학의 길이라 주장한다. 21세기를 초반에 이루어진 미국과 한국의 사이버공간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선도적이었다 하겠다. 그러나 이 논의는 계속 이어지지 못했고 그 이유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신학적 담론을 이끌 현장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공간과 온라인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던 21세기 초엽에 지구촌 곳곳에서 사이버공간에 종교공동체를 설립하는 시도가 있었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이버공간에서만 작동하는 교회 시스템이 가능한지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있었지만 결국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들 모두 새로운 형태의 미래교회를 지향했지만,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몇몇 교회였다.

이들 교회는 온라인이 우선이든, 혹은 오프라인이 우선이든 간에 사이버공간이 주요 매개가 되었다 하더라도 인격적 주체와의 소통을 현실 세계에서 면면히 이어가는 특징을 보이고, 그 밖에 사이버공간에서만 활동할 것을 기대했던 다른 종교공동체 대부분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구체적 사례의 실패가 사이버공간에 대한 신학적 논의의 동력을 형성하지 못하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큰 기대로 사이버공간 종교공동체의 융성기를 기대했으나, 좀체 드러나지 않는 성공사례가 사이버공간에 대한 신학적 담론을 끌고 가기에 힘이 부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이버공간 내 종교공동체, 혹은 사이버교회의 실패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이 글에서는 칙센트미하이의 ‘몰입’과 치데스터의 ‘촉각’으로 신학적 해석을 시도해 보았다. 사이버공간은 신체적 활동이 불필요하다. 신체 없이 아이디로, 즉 사이버 자아로 활동하게 되는데, 그런 상황에도 개인적 몰입은 가능하다.

이 점은 사이버공간 내에서도 종교적 몰입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해주는데, 치데스터의 촉각론은 종교가 가지는 또 하나의 특성을 사이버공간이 제대로 충족하지 못함을 지적해준다. 종교는 인간의 전인적 반응이다. 따라서 몸이 지속해서 영성적 자극을 유지하지 못하면 사이버공간 내의 종교공동체는 일시적이고 잠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이 주는 개인적 몰입도 간과할 수는 없기에 이 둘에 대한 절충적 보완이 향후 미래사회 교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특히 사이버공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성례전의 경험을 담아내기 위해서라도 오프라인교회는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본질에서 교회는 성례전적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즉 지역교회를 통해서는 몸을 지닌 인격체의 사회적 공감과 교류를 이어가면서도, 개인적 차원에서 영성 훈련을 위한 일상의 몰입을 위한 도구로 사이버공간을 활용한다면 몰입과 촉각을 동시에 만족하게 하며 지속성을 갖춘 온ㆍ오프 교회공동체의 모델이 세워질 것이다.

사이버공간, 청년들에게 익숙한 플랫폼
오프라인 교류 없이 지속되기는 어려워
온라인만의 특색을 목회에 적용시킬 것

이길용 교수
이길용 교수

<연구자와의 인터뷰>

교수님의 사이버 교회, 온라인 신앙 공동체에 대한 연구의 계기는 무엇이며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초창기에는 매우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교회 하나를 개척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뿐더러 과거와는 달리 개척 환경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용도 적게 들고 청년층들이 쉽게 호응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이용하게 되면 여러모로 교회 개척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눈여겨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사이버 공간 속 종교공동체에 대한 검토를 이어온 결과, 사이버공간 속에서 순수 온라인으로만 사역하는 교회 개척은 성공적이지 못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패의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연구했으며, 제가 모색한 결론은 ‘교회는 기본적으로 하나님과의 절대적, 절대자와의 체험 및 경험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집단인데, 사이버 공간 속에서 사회적 커뮤니티 형성은 가능하지만 종교적 체험에 대한 자극을 크게 주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결국 논문에서는 종교적인 자극이 지속적으로 주는 모티브나 오프라인 공간에서 조직과 커뮤니티가 없으면 사이버공간에서만 종교적 활동을 이루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절대자와의 지속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소위 거룩함의 체험이 가능한 오프라인 공동체가 전제되어야만 사이버 공간 속 공동체 유지가 수월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현재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교수님의 논문을 한국교회 목회연장에 적용시킨다면 어떤 플랫폼들을 이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실질적인 예시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사이버공간, 특히 요즘 SNS 세계가 갖고 있는 쌍방향을 중점으로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사를 살펴보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공을 들였던 조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목회자들도 춘계, 추계 대심방이나 가정 심방 등을 진행하는 것이죠. 다만 성도들이 자신의 사회생활이 분주해지고 규모도 커지다보니 종교 생활이나 신앙생활을 위한 시간 투자가 감소하고, 대면 접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재의 좌표입니다.

따라서 오프라인 공간에서 예배 공동체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물리적 혹은 시간적 여건으로 대면적 만남이 부족하다면, 사이버공간을 통해 목회자와 성도간의 접촉점을 늘리는 것으로 활용하여 좋은 대체제, 보완제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Google Meet 혹은 Zoom등이 있고 더 수월하고 쉬운 방법을 찾는다면 카카오톡과 같은 인스턴트 메신저, 혹은 다양한 SNS나 미디어들을 통해 목회자와 성도간의 소통이 가능합니다.

사실 어느 교회든 성도 수가 500명 이상이 되는 곳에서는 성도와 담임목회자 간의 면담이 쉽지 않은 것이 현 상황입니다. 때문에 구역별 심방을 진행하듯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성도와 목회자간의 소통이 진행된다면 교회 공동체가 더욱 인격적, 신앙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봅니다.

근래 코로나19 사태로 한국교회 예배가 두 달째 온라인 및 영상 예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성찰을 하신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교회가 온라인, 영상 예배로 진행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한국교회 예배 구조를 보면 설교자 중심, 목회자 중심 예배가 독점적입니다. 예배는 사실 커뮤니티로, 공동체로 모여서 드리는 것도 맞지만, 개개인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하나님 체험의 현장이 되어야만 하는데 정식화된 의식 순서에 따라 목회자가 주관하는 예식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성도들은 예배의 참여자가 아니라 방관자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예배, 영상 예배도 교회 예배 형식과 동일하게 진행되는 것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각각 신자들로 하여금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키워주고, 가정예배 혹은 개개인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돈독케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줬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기존 예배의 독점적 구조가 온라인상으로 이식된 것에 지나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니 여전히 오프라인 공간의 예배나 온라인 공간의 예배나 성도들은 구경꾼, 방관자 위치에 머물게 만들었단 소리죠.

한국교회 예배의 형식은 종교개혁 전통에도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톨릭의 사제 중심의 의례적인 예배에서 벗어나 개개인이 하나님을 만나는 인격적 관계에서 신앙아 싹터야 함을 주장하며 개혁신앙이 시작됐는데, 여전히 성도들이 방관자의 입장에 있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논문에서는 결론적으로 온·오프라인 교회의 상호협력 모델을 제시하셨는데, 목회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형태 방식 내용 등을 말씀해주신다면?

사실 코로나19는 한국교회가 개혁신앙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내 스스로 신앙에 순도를 점검할 수 있고 개개인의 실존으로서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교회 목회자들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예배에 참여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몇 가지 플랫폼을 제시하는 등 투 트랙으로 가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예배를 드리는 것 외에도 가정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공동체 내 작은 공동체, 셀 조직처럼 성도들 스스로 예배를 드리는 경험을 제공해주었으면 어떨까 싶은 것이죠.

결국 온라인 전례적 예배도 진행하면서 가정예배를 할 수 있는 플랫폼, 또 한 가지는 개인QT를 할 수 있는 플랫폼 등 여러 가지 플랫폼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목회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성도들과 일대일 접촉이 가능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신앙생활로 흘러가다 보니,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이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것’으로 좁혀저 생각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우리가 인격적인 접촉을 하면서 우리 안에 살아있는 하나님을 서로 공유하고 고백의 연장과 확대를 사이버공간에서 한다면, 개개인의 신앙이나 목회 현장에 훨씬 더 윤활유가 돌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이버공간 속 종교공동체 활동에 대해 기존 예배 형식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이 어떻게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익숙했던 신앙생활과 너무 달라지는 모습이고, 현장에서 목사님 목소리를 육성으로 듣는 것이 좋았는데 모니터 상으로 보려고 하면 예배드리는 것 같지도 않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선데이스쿨로서의 역할도 필요한 것입니다.

교회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거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저는 장년층들도 교회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주일 한국교회를 보면 예배 중심으로 진행하다 보니 주일 공예배를 드리고 오후예배와 저녁예배까지 드리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보거든요.

예배는 한 번 드리는 것으로 하고 그 다음에 다양한 성경공부, 신학공부 등을 통해 선데이 스쿨도 제 역할도 해주면 장년층 성도들도 자립적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미 20대 30대 청년층 들 사이에서 사이버 공간 속 종교적 활동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플랫폼이 익숙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청년들을 신앙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이버공간과 종교공동체 논문에 대해 한국교회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신앙생활, 교회라고 하는 것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본질은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구원받은 이들이 하나님의 체험을 공유하는 조직으로서의 교회, 그것을 향유하는 시간과 공간으로서의 예배. 이런 본질을 잃어버리지는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교회는 늘 시대의 변화를 선도해가기도 하고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교회가 변화하는 모습에 너무 우려하거나 주저할 필요가 없죠. 신앙의 차세대들에게 기회를 주어야지 우리가 갖고 있는 전통적인 신앙의 기준에 따라서 젊은 청년들을 규격화하고 몰아세운다면 우리 한국교회 생명력도 잃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 공간을 침투하려는 신앙의 목소리를 넉넉한 마음으로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본질은 지키되 다양한 플랫폼의 변화와 그게 적용하는 모습까지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넉넉한 마음으로 지켜봤으면 합니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이후, 2030세대의 사이버공간 속 개척정신은 한국교회를 더 활발하게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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