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목회] ③ 홀로 움직임에서 더불어 춤으로
[춤과 목회] ③ 홀로 움직임에서 더불어 춤으로
  • 이정배 교수
  • 승인 2019.11.08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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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주님을 머리로 하고 모든 개체가 연결되어 우주를 유영하는 거대한 하나의 댄스 공동체다.
교회는 주님을 머리로 하고 모든 개체가 연결되어 우주를 유영하는 거대한 하나의 댄스 공동체다. 출처 픽사베이

무용은 기본적으로 집단 움직임이다. 무용 공연 내용 중에 듀엣 댄스(Duet Dance)나 솔로 댄스(Solo Dance)가 있지만, 군무(群舞, Group Dance)를 전제하거나 지향하면서 그 흐름 안에 솔로나 듀엣을 배치한다. 원래 홀로 시작하는 춤은 바라보던 주변의 다른 사람을 불러모으게 되고 드디어 함께 추면서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는 거대한 움직임으로 변모한다.

우리는 성서 안에서 종종 솔로 댄스를 목격한다. 하나님의 괘를 자신의 성으로 가지고 오면서 춤을 추었던 다윗(삼하6:12-16)의 몸짓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이때 다윗은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러자 온 이스라엘 백성이 즐거이 환호하며 나팔을 분다. 오직 사울의 딸 ‘미갈’만이 다윗이 춤추는 것을 마음으로 업신여겼다.

우리는 요나서를 통해 모든 니느웨 성 사람들이 화려한 옷을 벗고 굵은 베옷을 입고 재 위에 앉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기도하는 모습(욘3:5-8)을 또한 기억한다. 이러한 일치된 참회의 몸짓은 요나의 홀로 기도로부터 시작된다. 니느웨 성으로 가라는 여호와의 명을 어기고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탔던 요나는 풍랑을 만나 결국 거대한 물고기 뱃속을 들어간다.

요나는 사흘 동안 역한 냄새가 진동하고 살갗에 닿는 모든 것들이 극히 기분 나쁜 물고기 뱃속에서 홀로 기도한다. 주의 성전에 미치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요나의 홀로 기도는 물고기 뱃속에서 나와 니느웨 성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요나의 예상과 달리 니느웨 성 사람들은 요나의 기도에 호응하기 시작했고, 온 성안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동체 기도가 되었다.

구약의 제사가 솔로 댄스였다면 신약의 예배는 커뮤니티 댄스이다. 구약의 움직임은 나로부터 시작되어 여럿으로 확산하여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신약의 예배는 애당초 나 혼자 추는 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주목하며 함께 추는 공동체 춤이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의 움직임과 나의 움직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예수께서는 오병이어의 사건 속으로 제자들을 참여시킨다. 예수께서는 생명의 떡이라는 주제의 퍼포먼스에 제자들과 둘러선 모든 사람을 동참시킨다.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기도하고 제자들에게 직접 나누어주라고 한다. 예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작품을 펼치지 않는다. 전체에게 공개할 뿐만 아니라, 공동 춤에 적극 참여시킨다.

누가복음 15장에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 잃은 양을 힘겹게 찾은 주인이 벗과 이웃을 모으고 “나와 함께 즐기자(눅15:6)”라고 말한다. 또한, 열 드라크마 중의 하나를 잃어버렸던 여인이 찾고서 벗과 이웃을 불러서 “나와 함께 즐기자(9절)”라고 말한다. 여기서 ‘함께 즐기자(συγκαλέω)’는 헬라어 ‘함께(σύν)’와 ‘즐기다(καλέω)’가 결합한 단어이다.

이어진 세 번째 두 아들에 관한 비유에서도 집 나갔던 아들이 돌아오자 아버지는 잔치를 벌인다. 밭에 있다가 돌아온 첫째 아들은 음악 소리와 춤추는 것을 목격하고 분노한다. 자기를 위해 그렇게 즐거운 일을 벌인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버지는 “너는 나와 항상 함께(μετά) 있었다(31절)” 그러니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자(32절)”라고 말한다.

여기서 ‘함께(μετά)’는 앞 두 비유에서 등장한 ‘함께(σύν)’보다 훨씬 결속력이 강하다. ‘함께(μετά)’는 동등한 파트너로서 함께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앞의 두 비유에서 ‘함께(σύν)’는 먹고 마시는 일이지만, 세 번째 비유의 ‘함께(μετά)’는 음악과 춤을 동반한다. 춤은 동등한 파트너십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공동의 춤 추기를 소망했다.

신앙인이 바라보는 하나님의 나라는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놀고 어린이가 독사굴에 손을 넣어도 물지 않는 참사랑의 기쁨의 그 나라(사11:6-9)”이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이 서로에게 해를 주지 않고 함께 즐거이 춤출 수 있는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이다. 교회는 주님을 머리로 하고 모든 개체가 연결되어 우주를 유영하는 거대한 하나의 댄스 공동체이다.

 

이정배 교수
이정배 교수
예술목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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