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예배와 춤의 바탕
공감, 예배와 춤의 바탕
  • 이정배 교수
  • 승인 2019.12.19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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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주일학교 담임교사로 지낸 적이 있었다. 처음 담임을 맡았을 때 그들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들의 얼굴은 소위 말하는 도살장에 끌려온 소와 같았다. 예배는 견뎌내야 하는 인내의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공과공부 시간은 부모님의 압박과 회유의 경계를 걸어가는 모험의 시간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세상에 억지로 해야 하는 몇몇 일이 있다. 그중 어떤 것은 의무라는 이름으로 정의되어 있어 의미를 되새기며 그 일에 최선을 다한다. 억지로 앉아 예배드리는 일처럼 힘겨운 일은 없다. 아무리 거룩한 일일지라도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일을 의무감만으로 참여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율법의 시작은 자발적인 참여였다. 하나님께서 율법의 조항을 하나하나 불러주실 때, 둘러선 백성들은 아멘으로 화답하였다. 백성들은 율법이 울려 퍼질 때마다 온몸이 전율하는 것을 경험했다.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기에는 너무도 울림이 컸기에 일어나 온몸을 움직여서 아멘으로 화답하였다. 아멘을 하지 않으면 안 될만한 벅찬 느낌이 가슴에 그득했기 때문이다.

처음 율법을 대했던 이들은 진심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온몸으로 응답했다. 율법을 향한 몸짓 표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한 마음과 자발적인 마음은 사라지고 율법의 조항만 건조하게 남게 되었다. 조항을 더욱 세분하고 논리화하는 방식으로 율법을 보강해나갔다. 율법을 향한 몸짓은 사라지고 생명 없는 율법의 조항만 남게 되었다.

11명의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교회 다니기 싫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였다. 10명의 아이가 손을 들었다. 모두 부모가 교회 임직원인 자녀들이었다. 과감하게 외쳤다. “교회 오기 싫은 사람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말라.” 내내 아이들과 부모들 사이에서 나의 이야기가 떠돌았다. 교회학교 교사가 교회를 나오지 말라고 하다니. 교회 다니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가르치겠다니.

예수께서 몸짓이 사라진 세대에 대해 말씀하셨다.

“이 세대를 무엇으로 비유할까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제 동무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마 11:16-17)

불행한 세대는 춤과 노래가 사라지고 율법의 조항과 예배의 형식만 남아있는 세대라는 말씀이다. 어떤 상황도 공감하지 않는 세대,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세대는 암울한 세대인 것이 분명하다. 음악이 나오는 즐거운 상황이나 애통한 이들이 비통한 소리를 쏟아내는 슬픔의 상황에서 아무런 마음의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슬픈 일이다.

춤은 억지로 하기에 너무도 벅찬 일이다. 온몸의 뼈와 근육을 움직여야 하는 힘겨운 일이다. 춤이 노동과 다른 것은 의무감으로 하지 않고 공감으로 한다는 것이다. 공감 없이 몸을 움직이라고 하면 몇 분의 움직임으로도 지친다. 그러나 가슴의 울림이 있어 흥겨움으로 움직이는 춤은 여러 시간을 해도 힘겨운 줄 모른다.

예배야말로 억지로 하기에 너무도 힘들다. 시간을 내고 사람을 만나고 음악을 하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힘겨운 노동이다. 차라리 이 시간에 편안히 누워있거나 취미나 오락을 즐기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수없이 들어오는 후회의 순간이다. 그러나 공감이 일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생 최고의 흥겨운 시간으로 변모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절정의 순간이 된다.

그다음 주부터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예배에 참여하는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권하지 않은 아멘이라는 소리를 아이들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예배에 공감하기 시작했고 성서와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은 율법을 처음 대했을 첫 사람들마냥 흥겨워졌다. 그들의 몸은 봉사하는 몸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두 교회 중진이 되었다.

이정배 교수
이정배 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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