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목회] ② 의미 담긴 움직임
[춤과 목회] ② 의미 담긴 움직임
  • 이정배 교수
  • 승인 2019.11.04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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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대한 모든 지식은 '몸'을 통하여 형성된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에 의하면, 개인은 자신의 '몸'과 '몸의 감각들'을 매개(Médias)로 세상을 지각하고 실재(Réel)를 경험한다. 그러므로 '몸'과 '몸의 감각들'을 매개하지 않은, 즉 육화(Incarnée)로부터 완전하게 독립된 순전히 내적인 혹은 초월적인 경험은 불가능하다.

모세의 행동은 어제나 다름이 없었다. 양 떼를 데리고 호렙산에 이른다. 늘 같은 행동이었지만 오늘의 움직임은 달랐다. 거기서 떨기나무가 타지 않는 신비한 불꽃을 만난다. 흔하게 보는 가시덤불에서 불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소리가 들렸다. 네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라는 음성이었다. 신을 벗었다. 일상의 습관적 움직임이 아니라 의미가 부여된 행동을 했다.

어제와 같은 공간인데 오늘 성스러운 장소로 변했다. 같은 공간인데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무엇일까. 의미가 부여된 공간은 주체 활동의 ‘장소’로 변모했다. 매일 먹던 음식이 주님께서 의미를 부여하자 거룩한 음식으로 변했고, 상에 둘러앉아 음식 먹던 행위는 성만찬이 되었다. 의미 없이 반복하는 움직임은 일상의 활동일 뿐이다. 의미를 부여한 행동이 춤이다.

모세가 양을 치기 위해 늘 짚고 다니던 지팡이는 하나님 권능의 아이콘이 되었다. 목자들이 지닌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도구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 모세 지팡이는 파라오를 굴복시키고 반석을 두드려 물이 나오게도 하며, 홍해를 가르기도 하였다. 모세 지팡이는 세계를 지각하고 실재를 경험하는 ‘매개로서의 몸’의 상징물(Symbole)이었다.

출애굽 사건은 원대한 춤 리허설(Répétition)이다. 메를로 퐁티의 말처럼 ‘춤의 습관을 획득하는 것은 운동을 분석하여 운동의 공식을 발견하고 그 이상적인 궤적에 따라 이미 획득된 운동들의 도움으로 발걸음과 코스의 운동들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히브리인들의 광야 생활은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몸에 체화(體化)시키는 춤의 습득 과정이었다.

춤 모델(Modèle)이 출애굽기 15장에 등장한다. “아론의 누이 선지자 미리암이 손에 소고를 잡으매 모든 여인도 그를 따라 나오며 소고를 잡고 춤추니(출 15:20).”라고 기록되어 있다. 모세가 승리의 노래를 선창하자 미리암이 소고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그 뒤를 여인들이 춤추며 따른다. 출애굽 사건은 100만 이상의 히브리인들이 펼친 거대한 군무(群舞)였다.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자마자 여호수아의 안무(按舞)를 통해 장엄한 군무가 또다시 펼쳐진다. 여리고 성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맞닥트려 두려움으로 머뭇대는 군중 앞에서 여호수아가 모든 이의 움직임을 지휘한다. 맨 앞으로 일곱 양각 나팔이 소리를 내고 그 뒤를 언약궤가 진행하면, 연이어 모든 백성이 진형을 이루어 음성을 내지 않고 오직 동일한 움직임만을 한다.

음악에 맞추어 대사 없이 동작하는 것이 춤이다. 이것이 춤일 수 있는 건 그들의 동작이 습관적(Habituel)이거나 일상적(Actuel)인 것이 아니라, 거룩한 의미가 담겨있는 체계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의미가 담긴 패턴의 동작은 공동체적인 춤(Danse Communautaire)뿐만 아니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를 무너뜨리는 구원의 춤, 해방의 춤이 되기도 한다.

사사 기드온이 미디안 군대와 대치하였다. 하나님은 군대 수가 너무 많다면서 선별하라고 하신다. 모두 돌려보내고 엎드려 물을 마신 300명을 선택한다. 무용수는 몸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더러운 바닥에서 구를 수 있어야 한다. 몸이나 옷에 신경 쓰면 안 된다. 먼지와 땀으로 온몸을 적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개인보다 공동체에 마음을 쓸 수 있어야 한다.

횃불을 감춘 채로 적을 기습하는 움직임은 기민하고 일사불란해야 한다. 일치된 동작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 춤은 자신의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과 몸을 일치시킨 후, 세계 속에 자기 몸을 던질 수 있는 사람들로 가능하다. 기꺼이 주체적인 몸을 세계-내에 던질 수 있는 이들(L’etre-au-monde)을 통해 춤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기적이 일어난다. 춤은 기적이다.

 

이정배 교수
이정배 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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