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의 요리와 맛
성찬의 요리와 맛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3.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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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명의 떡이니” 요 6장 35절

헬라어 아르토스를 떡으로 번역한 것은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기 시작할 때 적절한 말이었다. 당시 서민들은 떡을 밥처럼 먹기도 해서 선교사들은 아르토스를 빵으로 번역하는 대신 문화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떡으로 번역했다. 요사이는 빵, 밥과 떡을 주식으로 먹기에 성찬식에 모두 사용해도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비빔밥은 내가 알기로 철학을 담은 유일한 요리이다. 이 요리에 음양과 오행 사상이 들어가 있다. 음은 땅속에 자라는 식재료이고 양은 식물의 줄기나 열매와 동물 등 땅 위에서 자라는 식재료이다. 만물 조화의 기본 요소인 오행 즉 화, 수, 목, 금, 토를 나물의 색으로 짝을 맞추어 비빔밥을 만든다. 비빔밥은 기내식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고 미국 병원에서 환자식을 비빔밥으로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한다. 비빔밥의 이러한 철학적이고 치유적인 장점을 이제 미국인과 세계인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앙데니는 일본식 크림 단팥빵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맛이라고 한다. 서초구의 한 빵집에 김장환이란 제빵사가 앙데니를 만드는데 그 맛을 한 마디로 말하면 친숙한 맛의 조화이다. 빵의 종류에 따라 반죽하는 물을 다르게 한다. 앙데니 반죽 물은 보리 찻물, 김을 우린 물과 쌀을 오븐에 익혀 갈아 드립한 물을 섞어서 사용한다. 반죽 물을 만드는데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치열하게 맛을 연구했다는 증거이다. 앙꼬를 만들 때 팥은 최고의 잣기름에 볶아서 찐다. 찐 물에 말린 귤껍질을 우려내고 귤잼과 섞어서 앙꼬를 만든다. 우유크림을 만들 때 우유, 생크림, 연유, 이탈리안 머랭을 중탕하고 섞어서 만들면 천연의 단맛이 난다. 이 맛들의 조화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성찬식 때 사용하는 떡은 유대인들의 유월절 빵을 상징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유월절 때 누룩을 넣지 않고 밀가루를 반죽해서 그대로 구운 빵을 사용한다. 반죽을 두껍게 떼어서 구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씹는 맛만 난다. 여기에 팬케이크처럼 꿀이나 시럽을 발라 먹어야 제맛이 난다. 교회 성찬식에서는 보통 쌀을 재료로 하여 납작하고 동그랗게 눌러 만든 쌀병을 사용하지만 유월절 빵을 닮은 크래커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인의 가슴에 와닿는 제안을 하나 하자면 누룽지를 사용하여 성찬식 빵을 대신하면 어떨까? 누룽지는 밥을 눌린 것이고 그 맛이 구수하다. 오랫동안 씹으며 생각하면 생명의 떡의 의미를 오랫동안 묵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가 지어 주시는 집밥은 좋은 재료만 사용하고 사랑으로 지은 밥이어서 몸에 좋다. 집에 가면 부모님이 늘 하시는 말이 있다. “밥 먹었니?” 자녀들이 밥은 먹고 다니는지가 늘 관심이다. 많은 사람을 오병이어로 배부르게 먹이신 다음에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생명의 떡이다.” 잡히시기 전날 밤에는 떡과 포도주를 가지시고 “너희를 위하는 내 살이다. 내 피다”라고 말씀하셨다.

 

부활 후에도 떡과 고기를 제자들에게 구워주셨다. 바로크 시대 벨기에 출신 화가인 야곱 요르단스가 그린 부활 후 갈릴리 호숫가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의 만남은 헬스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근육질의 남자들이 주체하지 못하는 힘을 가지고 화면을 뛰쳐나갈 것만 같다. 예수회는 바로크 미술을 통해서 선교와 영성 훈련을 실시하였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이 밤새 고기를 잡아 배고프고 추울 때 다가오셨다. 불을 피우시고 생선을 굽고 빵을 구워놓으셨다. 그 때 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불과 시장한 배를 채울 수 있는 따뜻한 음식이었다. 따뜻한 밥과 불! 제자를 향하신 주님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지는 장면이다.


세상에서 가장 배고픈 사람은 누구인가? 하나님에게서 제일 멀리 떨어진 사람의 영혼은 배고플 것이다. 딸에게 “제일 영혼이 배고플 때가 언제니?”라고 물으니 “설교 듣지 않고 기도 안할 때”라고 대답한다.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제자들은 갈릴리로 고기를 잡으러 떠났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만난 날처럼 고기잡이가 신통치 못한 듯하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허탈했다. 예수님은 불을 피워 놓으시고 떡을 구워 놓으셨고 식사 후에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요 21:15~17)고 각종 사랑의 의미를 담은 헬라어를 번갈아 사용하시면서 세 번 물으셨다. 사랑은 먹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육의 배고픔도 그러하지만 영혼의 배고픔도 우리 역사에 면면히 흐르는 줄기이다. 조선말 유교는 극도로 부패했고 불교는 소멸 직전이었다. 나라 전체를 채울 만한 정신적 양식이 없었다. 이때 기독교가 전파되어 삽시간에 퍼져나갔으니 그 시절의 영적인 배고픔을 가히 짐작할만하다. 영혼이 밥을 먹는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하나님의 임재로 인하여 영혼에 터치가 일어나고 죄가 생각나서 울고 소리치고 그리곤 잠잠해지고 하나님의 영광으로 황홀해지고 평안해지는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영혼은 예수님을 먹는다. 이 모습을 보시는 하나님은 기뻐하시리라! 영화 “식객1”이 끝날 즈음의 장면에서 “라면이 제일 맛날 때가 언제인가?” 라고 묻는다. 그것은 배고플 때이다. 배고플 때 라면을 먹으면 왕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영화 식객1 중 장면
영화 식객1 중 장면

예수님의 떡은 맛, 힘, 사랑 어느 하나 측정이 불가하다. 주님의 사랑은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를 측량할 수 없다(엡 3:18~19). 온 지성을 울리고 감성을 뒤흔들어 놓을 맛이고 언제 먹어도 정직한 맛이다.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의 맛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식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쥔다. 예수님은 음식을 지배하려고 오신 분이 아니라 음식이 되러 오셨다. “나는 생명의 떡이다.” 

 

 

 

김한윤 목사 (미호교회 담임, Th.D.)
김한윤 목사 (미호교회 담임, T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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