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길위의 신부'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
[인터뷰] '길위의 신부'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
  • 권은주 기자
  • 승인 2019.07.11 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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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는 1994년 성공회 대전교구 사제가 된 이래 20년간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삶을 살았다. ‘길 위의 신부’라는 별명을 얻으며 어려운 청소년들, 여성들,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했다. 친구에게 빌린 차로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실어 나른 일은 정부 주도의 푸드뱅크를 전국화 시킨 단초가 되었으며 거리 청소년들에게 직접 다가가 청소년 아웃리치 서비스 팝콘차량을 고안, 가출 청소년들에게 일상필수품인 속옷, 생리대, 라면 등을 제공한 것도 현재는 정부 사업이 되었다. 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세운 공로로 2000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교단장과의 오찬을 가졌을 때도 유 주교는 길 위의 신부답게 위기 청소년과 소외된 이웃을 향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제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교회와 미래세대에 대한 방향성은 무엇일까. 그를 만나 그의 신앙과 한국교회, 미래세대에 대한 길을 물었다.  대담자 권은주 기자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는 ‘길위의 신부’라는 별명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인생을 바쳤다. 권은주 기자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는 ‘길위의 신부’라는 별명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인생을 바쳤다. 권은주 기자

 사제 서품을 받자마자 가난한 이웃을 위한 사역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계기가 있다면?
1960년대 영국 성공회 신부님들이 공장에 가서 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노동사제운동이 꽃피웠다. 그래서 사제 서품을 받으면 노동사제가 되려고 했는데 주교님께서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다. 그래서 “그럼 달동네에 가겠습니다”라고 했더니 그건 허락해 주셨다. 달동네에 가서 사역을 하는데 사람들이 자녀 때문에 일하기 힘들어했고, 그때부터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위한 사역을 하게 된 게 시작이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 사역이 정부의 사업이 된 것도 많고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주기도 했다. 이 사역을 하며 배운 것이 있다면?
실은 거리 청소년들과 함께하며 그들에게 배운 것이 많다. 그들을 알아가면서 청소년을 위한 아웃리치작업, 드랍인 작업, 단기쉼터, 장기쉼터, 공부방, 일자리 찾기 지원 작업을 하게 됐다. 또 규격화된 것보다는 창조적인 삶에 열정적인 청소년들에게 맞는 가정형 위센터를 열어 한국 사회에서 파커팔머 교육철학이 운용되는 선구적인 교육을 영성적인 상황 안에서 이루게 됐다. 외로움 중에서 살기, 내 중심이 아닌 타인 중심으로 살기, 부족함을 인정하고 평화롭게 살기, 격한 분노에서 차분하게 살기,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자유 맛보기 등은 청소년에게 배운 것들이다.

많은 일을 했지만 그 중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사람들이 일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갖춰야 하기에 법체계를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됐다. 그래서 여러 친구들과 더불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체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법을 만들면서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변화되기를 원하는 의지인 희망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20명에서 10명 정도가 모여 사는 것이 가장 변화의지가 클 것이라 여겼는데 법체계를 만드느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현해 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처음에는 법체계를 만들면 희망의지가 생길 줄 알았는데 안 되는 것을 보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미완성의 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크다.

2019년 6월 지리산 둘레길을 청소년과 함께 걷는 길위학교에서.
2019년 6월 지리산 둘레길을 청소년과 함께 걷는 길위학교에서.

다음세대가 위기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그것은 기성세대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기에 드러난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깊이 보게 되면 다음세대의 문제가 풀릴 것이다. 자신이 볼품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면 다음세대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알 텐데 기성세대가 자신을 뭔가 있는 존재로 알고 있기에 다른 것들을 볼품없게 느끼는 것 같다. 기성세대가 갑질 문제, 혐오 문제, 차별두기, 불평등으로 사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가 아닌가 한다.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로서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하나님의 사랑에 흠뻑 빠져 사는 인생이길 바라는 것이 첫째이고, 둘째는 서로 사랑하는데 내 사랑이 부족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사랑을 내가 제대로 받지 못해 필요한 이웃에게 사랑을 주지 못할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 사랑은 받은 만큼만 주게 되어 있다. 우선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로서 목표라 할 수 있다. 또 모든 이들이 하나님의 사람이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마음이면 좋겠다. 이 믿음을 기반으로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고통 받는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 관계가 부숴진 사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이 갈라디아서 6장 1절 말씀처럼 성령의 지도를 따라 살게 되기를 바란다.

3일 문재인 대통령과 교단장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문 대통령에게 제언한 것이 있나
정치상황이 변하더라도 인간을 존중하는 일은 변하면 안 된다고 했다. 사람이 배고프지 않은 것, 옷을 입는 것, 치료받는 것이 기본인데 어떤 정치적 상황일지라도 인도적인 지원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장치를 세워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래세대를 위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을 북유럽처럼 국가가 그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돈 얼마를 주는 대책이 아니라 5분 이내 거리에 돌봄 기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현재 5분 이내 거리에 교회들이 있으니 그 교회들을 활용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길위학교를 많이 세워 달라 요청했다. 지리산 둘레길 270km를 열흘간 걸으면 법원장이 아이를 감옥이 아닌 집으로 돌려보내는 학교가 바로 길위학교다. 이를 교단마다 한 학교씩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유 주교는 기도는 자신의 호흡이라고 고백했다.
유 주교는 사제서품을 받으며 "세상에 대해 죽어 살기로 하여 제단 아래서 온몸을 엎드렸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다. 초대교회와 같이 활동력 있는 교회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님의 말씀을 꼭 붙잡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아픈 이와 죽은 이를 살려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주위의 모든 이가 우리의 형제자매임을 잊지 않는 것이 삶에서 드러나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꽉 찬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한국교회가 살 길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삶을 인도해주신 하나님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 달라
지금까지 하나님은 나에게 한없는 은총을 거저 주셨다.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받았기에 어떤 사람이라도 편견을 가지지 않고 돌아보는 내가 되기를 원한다. 또 교회 전통을 잘 이어받아 이 시대 사람들에게 맞는 말씀을 전하는 자가 되고 싶다. 항상 아픈 이와 죽은 이를 생각하고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주교가 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을 위한 기도의 집을 마련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묵상중인 말씀이나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많이 묵상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것이 사람이기에 하나님과의 관계가 늘 맺어져 있어야함을 요즘 많이 느낀다.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을 놓쳤을 때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부서진 가정과 관계 때문에 외롭게 사는 것이 현대인들이기 때문에 관계를 거룩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늘 내 안에 모시고 있어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이 되기를, 내 안에는 믿음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또 한국교회를 위해서는 모든 교단이 하나가 되어 북한선교를 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성공회를 위해서는 영적으로 거듭나 거룩함으로 살 수 있기를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자들을 위해 기도의 집이 세워지기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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