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화된 주체사상, 지금 한국교회에 새로운 관심사인가
화석화된 주체사상, 지금 한국교회에 새로운 관심사인가
  • 정세민 기자
  • 승인 2019.02.2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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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주체사상의 연구는 방향성이 문제
김일성 동상. 출처 통일부 블로그
김일성 동상. 출처 통일부 블로그

1994년 서강대 박홍 총장이 우리나라에 주사파(主思派)가 5만 명이나 되고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폭탄발언을 했을 때 국민의 반응은 양단으로 갈렸다. 용기 있는 소신발언이라는 쪽이 있었는가 하면, ‘무슨 주사(酒邪)를 부리는 것이냐’며 극구 부인하는 쪽이 있었다.

벌써 25년이나 된 일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지금 한국교회에 공개적으로 주체사상을 화두로 던진 단체가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와 주체사상’, 얼핏 들어도 상극일 수밖에 없고 어찌 보면 비교가 불가능한 두 사상이 어떻게 함께 거론되게 된 것일까?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가 주체사상을 끄집어낸 데에는 북한이 엄연히 실재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지배이데올로기 주체사상을 현실적으로 분석하자는 의도에서다. 연구소장 조헌정 목사는 “4.27 판문점 선언 이후 극단의 반공주의자들만 제외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북한을 대등한 차원에서 인정해야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며 “북한을 인정한다는 말은 북한체제를 떠받드는 이념과 사상을 인정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로회신학대학교 서원모 교수는 “기독교와 사회주의를 연구한지는 오래됐다. 지금은 새로운 관심을 가지고 나오는 것 같다”며 “현 시대 조류와 관련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어떤 방향으로 하느냐가 문제다. 이미 기독교와 주체사상에 대한 연구는 선례가 있다. 연구를 못할 건 아니지만 결론이 어떻게 나고, 어떻게 연결시키고, 누가 하느냐가 관심”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가 밝힌 대로 기독교와 주체사상을 연구한 선례가 있었다. 『기독교와 주체사상』이란 제목의 서적은 두 권이 있는데, 모두 품절된 상태이다. 하나는 1989년 장신대 교회와사회연구원 총서로 성지출판사에서 출간한 『기독교와 주체사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1993년 북미주기독학자회가 엮고 신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기독교와 주체사상』이다.

그렇다면 남한 사회에서 주체사상은 어떤 역사가 있을까? 남한이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되는데 학생운동을 이끈 주류는 주사파였다는 사실은 다 아는 비밀이다. 전대협, 한총련으로 이어지는 학생운동조직의 이념이 주체사상이었다. 이들이 주장한 미군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는 북한에서 남한에 요구하는 바와 일치한다는 언론의 보도는 오래된 이야기다.

그런데 1996년 한총련이 매년 8월 15일을 기해 벌이는 범민족대회를 연세대에서 개최하려다 엄청난 폭력사태를 일으켜 이적단체로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

이런 상황은 1997년 김영삼 정부 당시 황장엽 조선로동당 비서가 귀순하면서 굳어진다. 주체사상을 만든 장본인인 황장엽이 미제식민지인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것이다. 황장엽은 남한으로 망명한 이유에 대해 “조국(북조선)의 체제에 의분(義憤)을 느껴 그 변혁을 도모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바 있다.

더욱이 남한에 주체사상을 퍼트린 당사자도 전향을 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김영환씨는 “사회변혁이론으로서의 사회주의가 남한사회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던 중 북한 대남방송으로부터 접한 주체사상에 빨려 들어가게 됐다”고 한 강연에서 밝혔다.

또한 그는 “강철서신이란 이름으로 제작된 주체사상 전단지는 손에 손을 거쳐 들불처럼 퍼져나갔다”며 “이후 북한에 두 번 잠수함을 타고 들어가 김일성 주석을 직접 만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하지만 김일성은 주체사상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고, 주체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토론할 때도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과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며 “북한의 실상은 지상낙원이 아니라 철저한 불평등과 억압이 엄존하는 사회라고 절감했다”며 전향한 이유를 밝혔다.

3.1운동이 100주년을 맞았다. 3.1운동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려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일은 온 국민의 바람이다. 남한과 북한이 서로를 적대시하던 수구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서로의 이해를 도모하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신론(無神論) 평화통일이 아니라 복음적(福音的) 평화통일을 이뤄야한다”는 림인식 증경총회장의 말(본지 1월 10일자 인터뷰)이 깊이 와 닿는다.

남북평화와 화해의 시대에 이미 화석화된 주체사상이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어떤 과제를 던질 것인지 아니면 이념갈등으로 비화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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