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는 1976년 기독 청년들을 중심으로 교회일치운동과 하나님의 선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교회를 새롭게 갱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초교파 기구이다. 이 단체에서 최근 ‘21세기 기독 청년 존재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선언문을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주류개신교’에서 ‘주변부 개신교’로 변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교회문화 가운데 남성중심주의, 나이 중심주의, 목회자 중심주의 등 청년들의 현실에 발맞추지 못한 퇴행적 문화를 과감히 극복해야 한다. 셋째, 교회가 살기 위해서 청년들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 교회는 청년들의 숫자에 관심을 두기보다 청년들이 바른 신앙인으로 살 수 있는데 필요한 지지와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선언이다.
이 선언문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현실 인식’이다. 교회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목회자를 비롯해 교회의 항존 직분자들은 이 세대의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혹시 과거 한국교회가 누렸던 영광과 성장에 갇혀 새로움을 거부하고 자신이 가진 프레임 안에서만 현실을 해석하고 있지 않은가? 반대로 지나친 이상적인 정책을 주장하고 현실성 없는 문화들을 청년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근 육군 장성들과 사병들의 간담회 영상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상을 보면 얼굴이 앳돼 보이는 일등병사가 육군참모총장을 똑바로 바라보고 참모총장이나 자신이나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강한 어조로 표현하였다. 그뿐아니다. 일부 교회에서는 청년 사역자가 청년들에게 헌신을 요구하면 청년들은 열정페이를 강요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때도 종종 있다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젊은이들의 생각과 문화를 무조건 수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이 가진 생각과 문화를 성경에 비추어 보고, 옳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교회는 마땅히 올바른 것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다만 교회가 이 시대의 문화와 청년들이 가진 고민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접근한다면 장년과 청년 그룹 사이의 또 다른 갈등 양상을 불러올 수 있다.
이제 교회의 청년 사역에도 복기가 필요하다.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 대한 교회 정책과 사역을 재점검하여 청년들이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세워지는 데 돕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독일 개신교 총회의 주제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총회 주제는 '청년들의 신앙(Glaube junger Menschen)'이었다. 참석자의 전언에 의하면 주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듣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우리도 청년들을 가르치려 하고 그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부터 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현실 인식이 제대로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