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새로움
진부한 새로움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2.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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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얘기 좀 하자. 한국 교회가 이른바 ‘1200만 성도’라던 시절 얘기다. 당시에 교계의 주류 흐름은 말할 것도 없이 강력하게 성장을 주도한 교회 성장주의자들이었다. 적극적인 사고방식, 번영신학, 교회 확장 등이 강물처럼 흘렀다. 외적인 교세 성장의 그래프가 가파른 각도를 그리면서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자신만만했다. 서구 기독교 문화권을 여행하면서는 몇 백 년 된 교회당에 나이가 많은 분들 적은 수가 앉아 있는 걸 보고 서구 기독교는 죽었다고 단정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대형 집회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잘 나가면 교만에 빠지는 것은 인간 사회와 역사의 공식 아니던가. 한국 교계에서 이런저런 사고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주목받는 목회자들을 비롯하여 기독교 지도자들이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르거나 사회적인 큰 비리에 그리스도인들이 연루돼 있는 경우들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다음과 같은 진부한 얘기들이 많았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답게 정직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산다. 내 인사 문제나 나에 관해 어떤 결정권을 갖고 있는 윗사람이 본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보시는 하나님 앞에서 그분의 뜻에 따라 산다. 정직하기로 말하면 그리스도인처럼 무섭게 정직할 사람이 없다. 하나님 앞에서 사니 말이다. 그리스도인처럼 헌신적으로 사랑하며 이타적으로 살 사람이 또 없다. 그리스도인이 주님으로 고백하며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사셨으니 말이다. 그리스도인들이 간절히 기도하며 이렇게 산다면 사회 각 분야에서 이런 얘기들을 할 것이다. ‘재정이나 경리는 역시 예수 믿는 사람에게 맡겨야 돼.’

한국 교회가 한참 잘 나가다가 꺾이기 시작하던 1990년대 중반 이후에 그리스도인과 연관하여 어떤 부정적인 문제가 터지면 위와 같은 얘기들이 많았다. 또 그런 얘기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스도인이 그렇게 살지 않는다면 누가 그렇게 살겠는가 하면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진지하게 성찰하며 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정서가 이제는 진부한 것이 되었다. 옛날 얘기가 되었다. 슬픈 일이다.

회개는 언제부터인가 행사가 되면서 교계의 기득권을 드러내는 선전의 도구가 되었고, 대형 집회는 대놓고 돈과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교회나 지도자들의 화려한 무대가 되었다. 교계 지도자들이 사회적으로 활동하면서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이권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도 교회를 세속과는 구별된 종교적 성역으로 대하지 않게 되었다. 교회와 사회 사이에 성속의 구별이 사라졌고 교회 지도자들이나 교계도 그저 사회적인 권력 집단 중의 하나로 추락했다.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영적이며 도덕적인 권위는 허물어졌다.

현재 한국 교회는 추락하고 있는 중이다. 먼저 수적인 교세에서 그렇다. 주요 교단의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보고되고 있다. 다음 세대들과 연관하여 생각하면 인구 구조와 맞물려서 더 암울하다. 도덕적이며 영적인 지도력도 작동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정신적 상황을 끌고 가는 것은 더 이상 교회가 아니다. 연합기관들의 온갖 추태가 지도력 상실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교회 현장과 그리스도인 삶의 선생이라고 할 수 있는 신학교육 기관들 내부의 갈등도 대놓고 표출된 지 오래다.

얼마 전 70세가 되어 은퇴하시는 선배 목사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목사님 연령대가 목사로서 행복하게 은퇴하는 마지막 세대입니다. 부럽습니다.” 그분도 인정했다. 앞으로 5년 정도만 지나도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종교인 과세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은퇴하는 목회자들은 전통적으로 은퇴하는 목회자들이 받았던 대접을 거의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목회자들만이 아니다. 장로 직분자를 포함한 평신도 지도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전통에 따라 이어지는 권위는 더 이상 없다. 해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을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한국 교회, 어찌할 것인가. 이런저런 해법이 적지 않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떠올리는 말이 있다. 구관이 명관이란 명제다. 진부한 것 같지만,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 같지만, 오랜 세월 검증된 것이 해답이다. 위에서 말한 진부한 얘기, 곧 그리스도인다움 말이다. 다시 한 번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섭리하신다. 그분은 죄에 대해서 그냥 넘어가지 않으신다. 특별계시로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일반 계시로 말하면 인도적 인륜 도덕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사람을 그분이 반드시 축복하신다. 진부한 얘기가 새로워져야 한다. 진부한 새로움이 다시 우리 가슴을 울려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이여, 정직하고 공의롭게 살자. 사랑하며 평화로이 살자.

 

 

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묵상지 ‘보시니 참 좋았더라’ 발행편집인
한국 IFCJ 이사장
한국기독교언론포럼 공동대표
남북나눔 공동회장
독일 보훔대학교 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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