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가 지배하는 한국 교회
격무가 지배하는 한국 교회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3.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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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가면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어떤 교우의 불만 섞인 푸념의 한 마디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교회에 출석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담은 한 마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교회공동체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을 편의상 ‘교인’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현실적으로 상당수의 교인들은 교회에서 봉사하는 일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주일에 예배당에 가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예배하러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예배하러 가는 본래 목적보다 다른 일들에 더 많이 연관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교인들은 교회 일하는 사람들처럼 여겨집니다. 교회에서 예배가 진행되고 교회의 사역들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누군가는 예수님의 명령으로 알고 신실한 태도를 이것들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렇게 함께 봉사에 참여하는 분들을 신실한 분들로 여길 수밖에 없고 실제로 충성스럽게 일하시는 아주 귀한 분들입니다. 교회공동체는 그분들의 봉사를 헌신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 헌신 없이는 교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운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런 분들은 상당히 지쳐 있습니다. 주일은 물론 평일에도 헌신하는 많은 분들의 가슴 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님 앞에서 귀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고 또 자신이 그렇게 헌신함으로 교회공동체가 기뻐하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헌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지쳐 있고 힘들다는 것입니다. 의미와 가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몸은 힘들고 마음은 지쳐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생활 하는 것이 짐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나타나곤 합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첫째는 교회공동체를 구성하는 조직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교회공동체의 규모에 따라 그 조직들의 크기는 다르지만 한국 교회 안에는 규모와 관계없이 존재해야 하는 공통된 조직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규모가 작은 공동체일수록 한 분이 가담해 있는 조직의 수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규모에 비해 조직비만의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현재 규모에 맞는 조직을 하는 것이 거의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한국 교회법과 그리고 전통이 조직을 규정하는 경향이 강해서 그 조직들이 모두 움직이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질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개교회가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보다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사회는 갈수록 보다 슬림한 조직 구조를 통하여 목적의 효율성으로 높이려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교회공동체도 교회 존재의 본래 목적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 조직에 대한 연구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당연히 교회공동체의 크기에 따라 그에 적절한 조직 구조를 가질 수 있는 길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교회공동체가 운영하는 사역에 관한 질문을 할 필요를 제기합니다. 각 교회공동체는 그 공동체만이 가진 독특성이 있습니다. 각 교회공동체는 구성원, 문화, 신앙적 경향, 신학적 특성, 그 교회가 존재하는 지역, 역사 등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눈, 코, 입, 귀가 있으나 사람들이 얼굴이 다르듯 교회공동체도 공유하는 지점이 있으나 서로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역에 있어서 그 교회만의 독특성을 가지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다른 교회들이 잘 하는 것들을 끌어들여 운영하다 보니 사역 자체가 방만해지기 쉽습니다. 교회 규모를 계산하지 않은 사역들이 진행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모든 교회공동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일들을 하는 것에 대한 인식에서 오는 경향이 많습니다. 말하자면 많은 일을 해야 그것이 선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의 문제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을 충성으로 여기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일을 많이 하는 교회공동체가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 또한 한 몫을 보태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은 많아지고 지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그래서 사역의 질은 자꾸만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역의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없고 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역을 줄이는 용기가 필요할 때입니다. 교회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공동체가 서로 합의하고, 그리고 신학적으로 검토하고 나아가 사역의 질을 끌어 올리는 길을 열어서 교회공동체가 기쁘게 헌신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사회의 효율적인 구조나 경영이나 인사 운영 등에 대해서 교회가 배워야 합니다. 다른 교회를 흉내 내는 방식이나 주먹구구식의 조직으로부터 탈피할 필요가 있고 효율적인 경영기법을 배워서 교회 조직과 경영에 적절하게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형교회일수록 더욱 그러하며 소형교회도 이런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교회의 사역 개발도 탑다운 방식이 아닌 교회공동체가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고, 일부에게 지나치게 사역이 집중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경영전략도 사회과학의 도움을 받아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일반 사회에 주신 지혜들을 교회 운영의 측면에서 배우고자 하는 열린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제는 교인들이 기쁜 마음으로 보람과 가치를 느끼면서 헌신할 수 있도록 교회공동체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때가 되었습니다. 공교회적인 노력과 개교회적인 노력이 함께 필요합니다.

 

조주희 목사

성암교회 위임목사

평양노회 훈련원장

좋은학교네트워크 총무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풀러신학교 목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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