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그 좁은 문
평화, 그 좁은 문
  • 지형은 목사
  • 승인 2018.04.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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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마태복음 7장 13-14절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두 길 또는 대조되는 두 가지에 대한 비유는 구약의 메시지 전달에서 익숙한 방법이다.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립, 경청과 자기주장, 만남과 단절 중에서 어느 것이 좁은 길일까. 불문가지(不問可知)요 우문이다. 평화, 대화, 경청, 만남이 좁은 길이다. 인류 역사에서 평화로 가는 길이 넓고 편한 적은 없었다. 오늘날 한반도의 평화를 찾아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좁은 문에 대한 마태복음의 본문과 평행을 이루는 구절이 누가복음 13장에 나온다. 여기에서는 문맥이 사뭇 다르다. 어떤 사람의 질문에 예수께서 대답하시는 상황인데 23-24절을 보라.

“어떤 사람이 여짜오되 주여 구원을 받는 자가 적으니이까 그들에게 이르시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못하는 자가 많으리라.”

마태복음과 상당히 다르다. “힘쓰라”는 헬라어는 전쟁터에서 싸운다는 단어다. 독일어 번역인 루터역과 취리히역 성경이 그렇게 직역했다. 평화를 열망한다는 것은 현재의 상태가 평화가 아닌 상황, 곧 대립과 갈등과 싸움 중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대립하고 있는 상대방과 싸우지 말고 평화 그 자체를 얻으려고 싸워야 한다. 싸움의 대상과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누가복음의 문맥에 마태복음과 달리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 24절 후반부에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구해도 들어가지 못하는 자가 많다는 표현이다. 25절 이하의 몇 절을 더 보자.

“집 주인이 일어나 문을 한 번 닫은 후에 너희가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며 주여 열어 주소서 하면 그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너희가 어디에서 온 자인지 알지 못하노라 하리니, 그 때에 너희가 말하되 우리는 주 앞에서 먹고 마셨으며 주는 또한 우리를 길거리에서 가르치셨나이다 하나 그가 너희에게 말하여 이르되 나는 너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하노라 행악하는 모든 자들아 나를 떠나가라 하리라. 너희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모든 선지자는 하나님 나라에 있고 오직 너희는 밖에 쫓겨난 것을 볼 때에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리라.”

종말의 시기에 하늘의 연회장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보통은 누구나 좁고 힘든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좁은 문은 곧 닫힌다.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구원에서 배제되어 밖에 쫓겨나서 슬프게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신약성경에서 이런 표현들은 더는 기회가 없는 최종 상태를 말한다.

북한의 핵을 중심한 한반도 문제는 발등의 불이며 자칫 잘못하면 온몸을 태울 화염이다. 한반도 문제라는 표현은 사실 이미 잘못되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초강대국 미국이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걸려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현재 테이블 위에 올라있는 세계적인 중대 사안이다. 그동안 남북이 각 정권 유지의 도구로 악용하기도 했던 분단 상황은 핵무기라는 중대 요소 때문에 초점이 이동되었다. 한반도의 당사자들에게는 늘 분단이 중심 문제였지만 주변 강대국들에게는 달랐다. 한반도의 현 상태 유지가 자국의 이익이었다. 그러나 북한 핵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제는 평화로 가는 길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피해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평화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전쟁을 통한 평화와 대화를 통한 평화다. 전쟁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무시무시한 말이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그것도 핵무기까지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난다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전쟁이나 갈등의 지속을 은근히 또는 부러 강조하는 사람들의 정체를 살펴야 한다. 예컨대, 일본의 아베처럼 정권 유지를 위해 내부용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 그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도구로 삼아 다른 이익을 취하려는 동기를 예리하게 살펴야 한다. 큰 틀에서 볼 때 전쟁의 해법이 아니라 외교의 해법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이것이 좁은 문이다.

남북이든 북미든 정상들의 만남에서 비핵화의 해법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샅바싸움이야 벌써 시작되었고 여러 쟁점과 이해관계가 얽인 사안들을 풀어나갈 묘수가 난망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좁은 문이 지금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용감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야 마땅하다. 이 문으로 들어가는 거룩한 도박을 크게 격려하고 응원해야 한다.

 

 

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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