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들보] LH사태와 개발 이데올로기
[티와들보] LH사태와 개발 이데올로기
  • 박성철 목사
  • 승인 2021.04.0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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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세우는 변화를 혁명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리스도인의 회개는 사회·정치적 영역에서도
그와 같이 표현되어야 한다. "

LH사태가 한국 사회를 뒤 흔들고 있다. 처음에는 공무원의 내부 정부를 이용한 불법 땅투기의 문제로 시작된 LH사태는 단순한 부동산 정책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80년대 소위 ‘복부인’과 ‘투기꾼’으로 상징되는 강남 중심의 대규모 토지 개발로 시작된 한국 사회의 부동산 열풍은 40여년이 지나서도 그 거품이 꺼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한 가지 긍정적인 시그널은 과거 전혀 사회적 이목을 끌지 못한 채 오히려 조장되었던 ‘부동산 불패신화’가 비판받고 있으며 점차 그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가 부동산 문제를 좀 더 깊게 들여 보아야 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신화는 결국 70-80년대 군사독재세력의 개발 이데올로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87년 체제의 등장으로 기존의 군부세력은 영향력을 상실했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시켰던 개발 이데올로기는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사회적 가치 체계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였다. 하지만 2020년을 전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COVID-19 사태는 ‘경제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자연 파괴와 생태계에 대한 몰이해가 얼마나 인류에게 위협적인 결과를 안겨다 주는지를 잘 보여 주었다. 현대인들이 진정 보다 인간적인 삶을 향유하기를 원한다면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삶의 양식을 내 놓아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사명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졌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시대적 전환기에 기독교는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근대 사회가 정착되고 자본주의가 주류적 경제체제로 자리를 잡은 후 기독교는 사적 영역으로 내 몰렸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독교가 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번영신학과 같은 신학의 자본주의화나 기독교 파시즘와 같은 종교의 정치화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복음의 왜곡을 가져왔고 왜곡된 복음에 전도된 그리스도인들은 생태 위기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였다. 개발 이데올로기 앞에 굴복한 교회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게토로 변질되었다. 하지만 생태 위기 시대에 교회는 세상 속 오아시스가 되어야 한다.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 교회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세상과 구별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만약 교회가 근대 사상과 자본주의적 가치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개발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생태학적 공존을 위한 기독교적 시도는 단순한 백일몽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적 개발 이데올로기에 의해 재생력을 상실할 정도로 착취당한 자연의 생명력은 그리스도인의 적극적인 공적 참여 없이는 회복될 수 없다.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기존의 인식과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은 생태정치의 필요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종교적 가치를 사적 영역으로만 제한하는 인식론은 자본주의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심어진 억압적인 가치관의 결과물이지 총체적인 복음의 가치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생태학적 공존을 위한 담론이 형이상학적 논리로 끝나지 않도록 정치적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믿음은 공적 참여를 위한 열정으로 전환되기에 충분한 변혁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 기독교 신앙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은 지금까지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철저한 회개와 함께 자본주의적 개발 이데올로기에 의존하여 소비와 향유를 절대화했던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을 시도해야 한다.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세우는 변화를 혁명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리스도인의 회개는 사회·정치적 영역에서도 그와 같이 표현되어야 한다.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이 근대 기독교가 생태 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한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처럼 낡은 정교분리와 영지주의적 이원론에 머물러 한다면 그 모든 행위들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사명을 망각하는 죄악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박성철 목사

교회와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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