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 들보] 파국을 피할 수 있는 변화
[티와 들보] 파국을 피할 수 있는 변화
  • 박성철 목사
  • 승인 2021.07.27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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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사태와 함께 몰락의 길에 들어선
한국교회가 여기서 벗어나려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근대 사회를 분석할 때 주로 사용하던 ‘계급’(Klasse 혹은 class)보다는 ‘계층’(Schicht 혹은 stratification/stratum)이라는 단어가 보다 친숙할 것이다. 하지만 ‘계급’이라 표현하든지 ‘계층’이라고 표현하든지 한국 사회에서 국가의 도움이 없이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이들이 공식적으로 15% 이상 존재한다. 한 사회의 건강함과 수준은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에 달려 있다. 물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리스도인이 선포해야하는 복음은 ‘계급’이나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마 28:19). 이는 이 땅 위에서 선포되는 그리스도의 복음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 즉 보편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특정한 계급이나 계층이 독점하는 현상은 결코 건강한 교회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사회라고 하는 현실의 공간에서 선포된 복음은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전파되지 않았다. 로마 제국에서 활동하였던 초대교회의 주축 세력은 로마의 귀족이 아니라 하층민과 노예들이었다. 이후 복음의 확장 과정에서 기독교 제국주의시대를 제외하고는 왕족이나 귀족보다는 민중들이 먼저 복음을 받아들였다. 한국교회는 어떠한가?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한국의 개신교회는 양반들과 왕족으로부터 멸시받았고 초기 기독공동체의 주요 지도자들은 상민이나 종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교회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그리스도의 복음은 가난한 자들을 통해 부유한 자들에게까지 전파되는 특수성을 가졌다. 하지만 21세기 한국교회는 종종 복음의 보편성만을 강조한 채 특수성을 망각한다. 교회사 속에서 이 복음의 특수성은 다음과 같이 교회의 건강함과 사회적 신뢰와 연관되어 있었다.

첫째, 교회가 가난한 자들을 위해 복음을 선포할 때 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획득하며 건강하게 성장하였다.

둘째, 교회가 부자들을 위해 복음을 선포할 때 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상실한 채 병들곤 했다.

교회가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음을 선포했을 때 부자들은 그것을 듣고 양심을 가책을 느끼며 거북해 했지만 그 복음의 울림을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회가 부자들을 위한 복음을 선포했을 때 부자들만 교회에 나와 기뻐할 뿐 가난한 자들은 교회에 나올 수 없었다. 전자의 경우, 교회는 복음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복음의 보편성을 인식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교회는 복음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연신 강조하였지만 결국 부자들만 그것에 동조하며 교회에 나왔다. 부자들만이 넘쳐나는 교회는 일시적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에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소위 선교학 전공자라는 사람들이 현대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받아들여 이런 저런 선교 방식을 제시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하지만 복음의 선포를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다양한 마케팅 전략보다 우선 사회 속 복음이 가진 두 가지 양면성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복음의 진정성은 그것을 선포하는 교회의 건강함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건강함을 상실한 교회의 선포는 언제나 세상 사람들의 웃음꺼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교회는 사유하지 않는 자들의 맹신이 지배하는 종교 집단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끊임없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복음’이라는 명목으로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음’을 강조하는 이들을 비난해 왔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주장한 ‘모든 사람들을 위한 복음’은 사회 속에서 부자들의 소유나 기존의 왜곡된 사회적 체제를 정당화할 뿐이었다. 복음의 보편성은 복음을 자신들의 기득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남용하는 이들로 인해 왜곡되어 왔다. 팬데믹 사태와 함께 몰락의 길에 들어선 한국교회가 여기서 벗어나려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당장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기가 어렵다면 이미 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파국을 피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한 시간이 한국교회에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박성철 목사

(정치신학연구소 교회와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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