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들보] 자연과 환경, 그리고 그리스도인
[티와들보] 자연과 환경, 그리고 그리스도인
  • 박성철 목사
  • 승인 2020.12.22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COVID-19) 사태는 현대인들에게 중세의 몰락을 이끌었던 14세기 흑사병만큼이나 깊은 상흔을 남겼다. 하지만 중세와는 달리 21세기의 팬데믹(pandemic)은 자연을 착취하며 부를 축적한 인간이 만들어낸 재해(human disaster)다. 인재(人災)의 결과로서 지금의 현실은 우리에게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생태학(ecology)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선포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은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생태학적 전환이 없이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사실 생태학적인 전환은 인문학뿐 아니라 기독교신학에 있어서도 시대적 사명이다. 왜냐하면 자연에 대한 생태학적 이해의 전환은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이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투기업자들에게 땅은 하나님의 피조물도,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공간도 아니다. 그저 엄청난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도구일 뿐이며 초월적 존재 또한 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주술적 투기업자일 뿐이다.

물론 생태학적 인식의 전환은 범신론(pantheism)의 현대적 해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가치관이자 세계관으로서 ‘인식 지평’(Erkenntnishorizont)의 문제다.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이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근대사회의 등장과 함께 이상적 가치로 여겨졌던 ‘자연에 대한 개발을 통한 근대적 유토피아의 건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철학적 담론을 시작하여 역사의 목적으로서 “정신세계”의 발전을 정립한 독일 관념론은 근대사회와 세계관의 기초를 닦았다. 관념론적 인식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주체로서 근대적 인간은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자연을 대상(object), 즉 하나의 물건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 인식한다. 근대적 인간에게 개발(development)이란 이 발전을 위해 자연을 사용하고 착취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와 막스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가 『계몽의 변증법』(Dialektik der Aufklärungn)에서 밝힌 것처럼 개발을 통한 발전이 지향한 ‘진보’(Fortschritt)는 파괴적인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지난 200년 동안 인류는 자기 발전을 위한 개발을 통해 자연을 착취해 왔다. 이와 함께 하나님에 대한 이해 역시 왜곡되었다. 하나님은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절대적 타자”(totaliter aliter)가 아닌 개발과 발전을 정당화해 주는 도구로 전락하였던 것이다.

칼 바르트(Karl Barth)의 『로마서』(Der Römerbrief) 2판(1922년)이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그토록 열광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19세기 독일 신학이 추구하였던 계몽(Aufklärgung)의 가치가 결국 하나님의 도구화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생태학적인 인식의 전환은 ‘자연’(nature)을 인간 밖에 있는 대상이 아닌 ‘환경’(environment)으로 이해할 때 가능하다.

생태학은 자연을 인간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환경으로 이해하고 환경과 인간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이것은 ‘생태학적 공존’(ecological coexistence)의 기반이다. 생태학적 공존은 하나님을 절대적 타자로 이해하면서도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끊임없는 ‘교제’(koinonia)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신학적 전환을 요구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경으로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양자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왜곡했던 개발 중심의 사유방식을 극복해야 한다.

박성철 목사
박성철 목사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