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하나님 신앙과 효용 가치
[데겔칼럼] 하나님 신앙과 효용 가치
  • 박충구 교수
  • 승인 2021.03.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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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사회에서 하나님 신앙이란
돈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위대한 정신적 유산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기억해야 한다."

펜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염병도 못 이기는 기독교”라는 비아냥을 듣는 경우가 생겼다.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을 주장하며 효험 있는 종교라 주장한 목회자일수록 난감한 정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질병치유의 은사와 능력을 자랑하던 목사가 코비드-19에 걸려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기독교의 하나님만 우주 최강의 능력 있는 분이라고 자랑해온 주장이 과연 정직하고 진실한 주장인지 되묻게 된다. 이런 문제를 생각하다가 보면 기독교 신앙의 위기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신앙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의 절대적인 능력에 대한 신앙이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정황은 2차 대전 당시 히틀러 세력이 사회적 증오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살 가치가 없는 생명”이라는 표어를 내 건 때였다. 살만한 가치가 있는 생명이란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의 생명만을 일컫는 것이 되면, 자연히 살만한 가치가 없는 생명이란 효용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거기에는 독일 국민의 전체 이익에 반해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겨온 유대인, 장애인, 자녀 생산 능력이 없는 동성애자, 그리고 노환의 단계에 들어선 고령 노인들이 포함되었다. 나치는 그들을 살 가치가 없는 생명(lebenunwertes Leben)이라고 규정했다.

현대사회는 실용적 가치를 따라 가성비를 계산하는 인간의 지혜를 예찬한다. 이왕이면 같은 비용을 치르고 좋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은 어쩌면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요구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용주의적 행태에 익숙하다보면 만질 수 없고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어리석음에 빠지게 된다. 하나님 신앙이나 사람의 생명을 효용적 가치에 따라 판단하는 경박한 신앙은 결과적으로 하나님 신앙과 사람의 생명을 경히 여기는 심리를 낳는다. 하나님 신앙이란 내가 무엇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 자신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 목적에 따라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정황에 처하게 되면 곤경에 빠진 이들은 하나님 신앙을 삶을 풍요하게 해주는 것으로 오독하고 부유하고 강한 자들을 숭상하는 편견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물었다. “교회 가면 저절로 돈이 생기나?” 신앙을 돈으로 환산하는 사고방식, 하나님 신앙이 사람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능력으로 오판하는 그릇된 생각,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자기나 자기 집단의 욕망에 따라 생명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은, 결국 인간성의 파괴라는 무서운 화를 불러온다.

홀로코스트 나치의 시대는 언제든 변형되어 우리 삶에 다시 찾아온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업신여기는 부유한 이들, 어린 생명을 무차별로 가해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른들이 많아지는 무서운 사회에서 하나님 신앙이란 돈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위대한 정신적 유산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기억해야 한다. 온 몸에 피멍이 들어 숨진 세 살 아기가 겪은 세상이 하나님의 부재, 홀로코스트를 겪은 것이 아니고 달리 그 무엇이겠는가?

박충구 교수
생명과 평화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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