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로스의 비극
이카로스의 비극
  • 박춘구 박사
  • 승인 2020.02.12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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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의 정원을 만들었지만, 미노스 왕의 뜻을 어긴 죄로 자기가 만든 그 미로에 갇히고 말았다. 그는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아들 이카로스에게 날개를 만들어 달아주었다. 그가 날개를 만든 재료는 밀랍이다. 밀랍은 너무 습하면 연약해지고, 고열에서는 녹아내리는 성격을 가진 것이다. 그러므로 이카로스가 계속 날아가려면 너무 높아서도 안 되고, 너무 낮아져서도 안 되는 그 선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했다.

아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면서 아비는 당부했다. 너무 낮아 습한 바다에 가까이 가지 말고, 너무 높게 날아 뜨거운 태양 빛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그러나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권고를 망각하고 의기양양하게 더욱더 높이 날았다. 마침내 이카로스가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을 때 그의 밀랍 날개는 녹아내려 부서지고 그는 바다로 곤두박질치듯 추락하고 말았다. 주제넘은 무모하고 오만한 자의 몰락인가? 아니면 주어진 제약을 뛰어넘으려는 욕망이 가져온 비극인가?

광화문에 신자들을 모아놓고 목사들이 값싼 에너지 운운 부정확한 손익계산을 하며 국가의 반원자력 정책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정치색이 짙은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환경 위기의 시대를 직면한 인류 사회를 향하여 절제된 인간다움의 자리를 지키라고 설교하지는 못할망정 탐욕과 욕망을 부채질하며 더 높이 날아오르라고 가르치는 것은 옛 신화에 담긴 교훈을 얻지 못하는 우둔한 종교의 반증이다. 주제넘게 신과 직통한다는 허황된 감언이설을 따르는 자들이 바다 건너 끔찍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두 눈으로 목격하고서도 친원자력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 원전 단위별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 가 바로 우리나라다. 원전 사고가 단 한 번만이라도 일어나면 수십만 명 내지 수백만 명이 삶을 영위하던 자리를 박탈당할 참화를 겪게 된다. 생명에 치명적인 방사능을 내뿜는 핵폐기물 중에서 플로토늄-239는 그 반감기가 2만 3천 년, 우라늄-235는 무려 7억 년이다. 지금도 위험천만한 원전 핵폐기물을 비축할 자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 쌓아놓고 있는 형편이다.

반정부적 비난거리로 삼기 위하여 목사들이 자손들이 대대로 살아갈 축복받은 대지를 저주받은 땅으로 오염시킬 원자력 확산 정책을 앞장서서 지지하고 있다니 정말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72년 로만 클럽이 성장의 한계를 선언하며 더 늦기 전에 환경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지 근 50년이 지났다. 이 시점에서 참된 영성적 감각이 있다면 생명 세계의 비명이 도처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 예언자라 자칭하는 이들이 생명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의 길을 재촉하고 있으니 우리 앞에는 이카로스의 비극보다 더 큰 비극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충구 박사

감신대 교수

생명과 평화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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