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들의 백합화를 보라
[데겔칼럼] 들의 백합화를 보라
  • 박충구 교수
  • 승인 2020.11.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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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옷을 벗는 계절이 되면 우리도 허식을 벗어버리듯 의식이 더욱 명료해진다. 언젠가부터 나는 부끄러운 것이 많았다. 아마 타인을 의식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라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안에 비교 의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즈음부터다. 자랑할 것이 없어서 부끄러웠다. 싸움에 지면 분하기보다 진 것이 부끄러웠다. 늘 중 상위 성적은 유지했지만 탑 레벨이 못되어 부끄러웠다. 훤칠하게 키가 크고 잘 생긴 아이들 앞에서 나는 내가 생긴 것에 대해서도 부끄러웠다. 내게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숙명을 안겨준 엄마도 아빠도 초라해 보여 부끄러웠다. 이런 부끄러움은 오래 동안 나의 삶을 제약했다.

어둡고 침침한 나의 우울하고 초라한 삶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나 자신을 수납한 이후다. 끝없는 비교의식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나를 괴롭히던 비교의식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걸었다. “꽃들은 서로 비교하지 않는다. 저마다 생긴 대로 자기를 표현할 뿐 꽃들은 절대 서로 비교하지 않는다.” 법정 스님의 설법에서 들은 말이다. 꽃들이 의식이 있어 비교하지 않는 자신감을 가지고 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꽃은 생긴 대로 자기에게 충실하다는 생각에서 참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비교의식에 시달리는 이는 꽃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꽃은 서로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충실하여 고운 꽃을 피어낸다. 꽃처럼 비교하지 말고 생긴 대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옳다. 비교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사람은 열등감에 시달린다. 법정 스님은 이를 일러 “기가 죽는다” 하였다. 무수한 사람 속에서 스스로를 남과 비교 하다보면 참된 자기를 잃을 수도 있다. 남의 것이 커 보이고, 좋아 보이고, 강해 보이며, 더 멋지게 느껴지면 결국 기운이 빠진다. 그래서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다“라는 유행어도 나온 것일 게다.

시간을 의식하며 사는 사람이 어떻게 서로 비교할 줄 모르는 꽃과 같이 살 수 있느냐고 되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비교를 하지 않는다 하여 우리의 삶이 더 온전해 질 수 있을까? 비교하여 경쟁하고, 남보다 낫기 위하여 사는 것이 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냐고 되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교와 경쟁에 나서면 하나의 결과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기거나 지거나 포기하거나 할 것이므로 우리는 조바심하며 이내 염려와 불안에 빠진다.

예수는 염려와 번민에 가득한 이들을 향하여 들판에 핀 꽃을 본 받으라 했다.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고 권면하며 백합은 자연의 흐름 속에 자기를 맡기고 염려하지 않는다고 넌지시 일러 주셨다. 들판의 꽃들도 보살피는 분께서 너희의 삶도 헤아려 보살피시지 않으시겠느냐 라고 말을 건넨다. 예수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수납할 것을 일러주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야 본연에 충실하여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남과 비교 없이, 거짓 없이, 자신을 직시하며 살아가는 이라야 사랑의 길, 자비의 길을 걸어도 더 건강하고 아름답다.

박충구 교수<br>(감리회신학대학교 교수, 생명과평화연구소 소장)<br>
박충구 교수
(전 감리회신학대학교 교수, 생명과평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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