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평]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한국 언론
[뉴스비평]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한국 언론
  • 권혁률 교수
  • 승인 2020.12.2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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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는데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 그의 침대에는 침대의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그 어느 누구도 침대에 키가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요즘 ‘K방역’에 대한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바로 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생각난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백신 구매에 있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적인 성과를 이룬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너무 서두르지 않고 백신의 안정성을 충분히 검증한 후 구매하는 것이 국민건강과 경제성 두 측면 모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같은 우리 정부 입장에 대해 요즘 일부 언론에서는 집요하게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K-방역 자부하더니…백신 ‘골든타임’ 놓치고 국민 고통만 가중” “백신 경쟁서 낙오한 文정부” “병상도, 의료진도, 백신도 없다…궁지 몰린 'K-방역'” 등 언론의 기사 제목만 보면 정부의 방역정책이 완전히 실패해 우리 국민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심각하게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겪고있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그런데 같은 시간 외신을 보면 홍콩에서 코로나가 또다시 확산되면서 매일 4천 명씩 홍콩을 ‘탈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연말에 전국을 '레드존'으로 지정해 식료품·의약품 구매, 업무 등의 사유 외엔 집 밖 외출을 제한하고 음식점·주점 등 비필수 업소는 모두 문을 닫는 사실상의 ‘봉쇄’정책을 검토하고 있고, 영국 역시 비슷한 방안을 추진하는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정부가 역할을 더욱 잘 하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이 언론의 역할이므로 문재인 정부가 K방역의 미비한 측면을 보완해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보다 잘 대처하도록 하는 기사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비판의 잣대가 주관적이고, 정부비판 자체가 목적인 듯한 기사가 양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우리 언론의 행태로 인해, 지금 언론에서 정부가 백신을 충분히 구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지만 반대로 우리 정부가 백신을 미리 대량구매했을 경우에는 아직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비싸게 구매해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기사를 쏟아냈을 것이 분명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크루스테스가 강도짓을 위해 침대에 억지로 키를 맞추려 했다면 지금 우리 언론은 모든 현실에 대한 평가를 정부 비판에 억지로 맞추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볼 일이다.

권혁률 교수(성공회대 연구교수, 전 CBS 대기자)<br>
권혁률 교수
(성공회대 연구교수, 전 CBS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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